‘중국인 투표권 박탈’ 키우는 與…이참에 반중정서 지렛대?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06.20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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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국내 중국인 10만 명 투표권‧건보 먹튀 막아야”
권성동 “중국의 내정 간섭 가능성”…‘반중 마케팅’ 논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윤석열 정부를 향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발언 논란과 이에 대한 여권의 비판으로 한‧중 관계가 악화한 가운데, 정부‧여당에서 ‘국내 중국인 투표권 박탈’ 목소리를 키워나가고 있다. 이에 대해 야권을 중심으로 국내 반중정서를 활용한 여당의 혐오 마케팅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0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상호주의에 입각해 한‧중 관계부터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면서 국내 거주 중국인의 투표권 제한 및 건강보험에 등록 가능한 피부양자 범위 축소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상호주의’란 영주권을 가진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서 투표를 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 사람들 역시 외국 영주권을 가지고 있을 경우 그 나라에서 투표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 대표는 “작년 6월 지방선거 당시 국내 거주 중국인 약 10만 명에게 투표권이 있었다. 하지만 중국에 있는 우리 국민에게는 참정권이 전혀 보장되지 않았다”며 “왜 우리만 빗장을 열어줘야 하는 건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는 나라에서 온 외국인에게는 투표권을 주지 않는 것이 공정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또 “외국인 건강보험 적용 역시 상호주의를 따라야 한다”며 “국민의 땀과 노력으로 만들어진 건강보험기금이 외국인 의료 쇼핑 자금으로 줄줄 새선 안 된다. 건강보험 먹튀, 건강보험 무임승차를 막겠다”고도 약속했다.

국내 중국인들의 투표권을 제한하자는 목소리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당정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대표적으로 지난 14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역시 자신의 SNS에 “중국은 대한민국 내정에 간섭할 수 있는 현실적 수단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들의 투표권 박탈을 촉구했다.

권 의원은 “현재 약 10만 명 정도의 중국인이 지방선거 투표권을 갖고 있다. 반면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은 투표권이 없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런 불공정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도 말했다. 해당 법안은 대한민국에 최소 5년 이상 지속해 거주한 외국인에게만 제한적으로 선거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으며, 현재 국회 계류 중이다.

이러한 중국인 투표권 박탈 움직임은 대통령실과 정부에서도 감지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 싱하이밍 대사를 직접 비판하며 “(한‧중 간) 상호주의에 맞도록 제도 개선을 노력해 달라”고 지시했다. 이특날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역시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영주권과 투표법 제도를 준비해야 한다”며 “그에 맞춰 영주권 규정에 대해 검토를 진행하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한 장관은 지난해 12월에도 “우리 국민은 영주권을 가져도 해당국에서 투표권이 없는데, 상대 국민은 우리나라에서 투표권을 갖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상호주의 원칙을 고려하지 않은 외국인 투표권 부여는 민의를 왜곡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이 같은 정부‧여당의 움직임에 대한 야권과 일부 시민단체의 시선은 곱지 않다. 특히 중국인 투표권이 자칫 내정 간섭의 고리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은 지나치게 ‘침소봉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체 유권자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극히 적을뿐더러, 지방선거를 제외하고 대선과 총선에선 투표할 수 없다는 게 근거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6·1 지방선거 전체 유권자 가운데 중국 국적 유권자 수는 0.2%다. 더구나 외국인 유권자의 수는 증가세지만 이들의 투표율은 해마다 낮아지는 추세를 보여 실제 영향력은 지극히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정부‧여당이 국내 반중 정서를 부추겨 지지율을 높이려는 것”이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싱하이밍 대사와 만나고, 민주당 의원들이 잇따라 중국을 방문하는 일련의 행보와 일종의 대비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권성동 의원의 법안을 포함해, 상호주의에 입각해 외국인에게 제한적으로 투표권을 부여하자는 내용의 법안이 총 세 건 발의돼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의 동의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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