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0억 ‘일부 승소’ 엘리엇 “한국정부, 결과에 승복하라”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06.21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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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재벌 유착 재확인…배상 명령 이행하라”
검찰은 최근 삼성물산의 강남 재건축 불법 수주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 시사저널 최준필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한국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해 약 1조원 규모의 손해를 봤다며 2018년 제기한 국제투자분쟁에서, 한국 정부가 69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정을 받았다. © 시사저널 최준필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 합병 사안을 두고 한국 정부를 상대로 벌인 1조원 규모 국제 소송에서 일부 승소한 것과 관련해 “한국 정부는 결과에 승복하고 배상 명령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엘리엇 측은 21일 입장문을 내고 “이번 중재판정부의 결론은 타당한 결론이며 사건 관련 사실 관계는 대한민국의 법원과 검찰에 의해 지난 수년 간 이미 입증되고 인정됐다”며 이 같이 밝혔다.

엘리엇 측은 “이번 중재 판정을 통해 정부 관료와 재벌 간 유착으로 인해 소수 주주들이 손실을 입었다는 사실이 재차 확인됐다”며 “이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검찰 재직 당시 수사로 이미 입증된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판정에 불복해 근거 없는 법적 절차를 계속 밟는 것은 추가 소송비용과 이자를 발생시켜 대한민국 국민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 주장했다.

엘리엇은 이번 판정이 아시아에서 주주행동주의 전략을 택한 투자사가 국가 최고위층의 부패 범죄에서 국가를 상대로 승리한 최초의 투자자-국가 분쟁 사례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정부가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계속 부패와 싸워나가기를 기대한다”며 “이 판정은 지난 정권 행위에 대해 한국의 명백한 법적 책임을 인정한 것으로, 한국이 보다 투명하고 믿을 만한 외국인 투자처가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편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중재판정부는 엘리엇이 제기한 국제투자분쟁 해결 절차(ISDS)에서 한국 정부가 5358만 달러(약 690억원) 및 지연이자를 배상하라고 전날 판정했다. 엘리엇이 청구한 7억7000만 달러(약 9900억원) 중 7% 가량을 인용한 것이다. 배상 원금에 대한 지연이자와 법률 비용 등을 더하면 우리 정부가 엘리엇에 줘야 할 총액은 13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했던 엘리엇은 한국 정부가 부당하게 국민연금에 찬성표 행사를 압박해 주가가 떨어졌다며, 2018년 7월 한국 정부를 상대로 99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IDSD를 제기했다. 전날 나온 판정은 엘리엇의 IDSD 제기 5년 만에 나온 결과다. 

이와 관련해 한국 법무부는 이날 중 판정문 취소 신청 등 불복절차를 밟을지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법조계는 정부가 ICSID에 불복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해 8월 ICSID는 외환은행 매각을 둘러싼 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대한민국 정부 사이 국제투자분쟁에서 한국 정부에 2억1650만달러(약 2900억원) 규모의 배상 판정을 내린 바 있다.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비록 (론스타 청구액의) 4.6% 밖에 인정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액수 자체가 2800억원에 이르는 국민의 혈세”라면서 “절차 내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불복절차에 나설 뜻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비춰봤을 때 이번 엘리엇 관련 판정에 대해서도 비슷한 행보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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