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대 실손 전환은 무조건 손해”라고요? 한 번 따져봅시다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06.2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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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대 실손 전환 시 1년간 보험료 ‘반값’ 할인
병원 덜 가면 전환 유리…자기부담율은 높아
불임‧피부치료 등 보장 범위 확인 필요

4세대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 전환 시 1년간 보험료를 반값으로 할인해주는 혜택이 올해 연말까지 연장됐다. 벌써 3번째 연장 조치다. 보험업계의 적극 홍보에도 4세대 실손 전환이 미미한 수준이라, 불가피하게 연장을 거듭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험업계에선 4세대 실손 전환율이 낮은 이유로 “오래된 보험의 혜택이 가장 좋다”는 속설이 있기 때문이라고 꼽는다. 온라인 커뮤니티 반응을 살펴보면, 보험업계가 4세대 실손을 파는 배경은 자신들의 적자를 메꾸기 위한 것에 불과하며 4세대 실손으로 갈아타는 것은 무조건 손해라는 글이 심심찮게 발견된다.

그러나 자세히 따져보면, 의료기관 이용 횟수나 보장 범위에 따라 4세대 실손 전환이 유리한 경우도 많다. 4세대 실손은 1~3세대보다 기본 보험료가 싼 대신 자기부담금 비율을 늘린 게 골자인데, 병원 이용량이 적을수록 보험료가 크게 할인된다. 반대로 잔병치레가 많은 사람이라면 기존 보험을 유지하는 게 유리하다.

2021년 출시된 4세대 실손의료보험은 보험료를 낮춘 대신 자기부담금 비율을 늘린 게 특징이다. 보험업계는 4세대 실손 보험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올해 말까지 전환 시 1년간 보험료를 반값으로 할인해주는 혜택을 연장하기로 했다. ⓒ Pixabay
2021년 출시된 4세대 실손의료보험은 보험료를 낮춘 대신 자기부담금 비율을 늘린 게 특징이다. 보험업계는 4세대 실손 보험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올해 말까지 전환 시 1년간 보험료를 반값으로 할인해주는 혜택을 연장하기로 했다. ⓒ Pixabay

‘만년 적자’에 4세대 실손 전환 유도하는 보험사

21일 손해보험협회와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4세대 실손보험 계약전환 특별할인이 올해 연말까지 연장 시행된다. 보험업계로선 보험료 수입 절반을 반년 더 포기하면서까지 4세대 전환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 배경엔 보험사의 ‘만년 적자’ 실태가 있다. 업계에선 실손보험을 두고 “팔면 팔수록 손해인 상품”이라고 평가한다. 기존의 실손이 가입자가 내야하는 부담금 비율이 낮게 설계된 탓에 과잉진료에 악용되는 경우가 많았고, 이는 곧 보험사의 손해로 이어졌다는 반응이다.

4세대 실손은 이전에 출시된 1~3세대보다 자기부담금이 높고 재가입 주기가 짧은 게 특징이다. 4세대 실손의 자기부담금 비율은 급여 20%, 비급여 30%로, 2009년 9월까지 판매된 1세대 실손보험의 자기부담금 비율이 0~20%인 것을 고려하면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보험업계가 실적 개선을 위해 4세대 실손 가입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국내 보험사 29곳의 실손보험 손익은 1조5300억원 적자였지만, 2년 전(2조8600억원)보다 크게 개선됐다. 같은 기간 4세대 실손의 비중이 5.8%로 확대된 영향이다.

이 같은 사정만 보면, 4세대 실손은 보험사에만 유리한 것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4세대 실손의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보험료’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4세대 실손 보험료는 1세대 실손보다 약 70%, 2세대 실손보다 약 50%, 3세대 실손보다 약 10% 저렴하다. 특히 보험업계는 기존 실손보험의 손해율을 보전하기 위해 매년 보험료를 크게 올려왔기 때문에, 갱신주기를 맞은 기존 가입자라면 4세대로 전환할 경우 보험료를 크게 아낄 수 있다. 올해 실손보험료 인상률은 세대별로 평균 6~14%다. 

큰 질병 없고 병원 자주 안 가면 4세대 전환이 유리

4세대 실손 보험료는 가입자가 직전 1년간 비급여 보험금을 얼마나 타갔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1년 동안 도수치료나 MRI 같은 비급여 보험금을 한 번도 받지 않았다면 보험료가 할인된다. 여기에 첫 가입 1년 동안엔 보험료 50% 할인도 받을 수 있다. 병원을 자주 찾지 않는 사람이라면 큰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병원에 자주 가는 사람이라면,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비싸도 보장성 범위가 넓은 기존의 실손보험을 그대로 유지하는 편이 낫다. 4세대 보험은 비급여 항목을 자주 이용했을 경우 보험료가 100~300%까지 할증되기 때문에 오히려 더 큰 돈을 내야할 수 있다. 23년차 보험설계사 김아무개씨는 “1~3세대 실손 가입자 중 갱신 주기를 맞아 보험료가 수십만원씩 널뛰기 한 경우라도, 과거 큰 수술 이력이 있거나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면 4세대 전환보다 기존 보험 가입을 유지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다만 병원을 자주 찾는 사람이라고 해서 4세대 실손에 가입하면 모두 불리해지는 것은 아니다. 일부 질환의 경우 4세대 실손이 보장하는 급여 항목이 1~3세대보다 많아서다. 4세대 실손은 습관성 유산, 불임, 인공수정 관련 합병증 등 불임 관련 질환 보장을 늘렸고, 임신 중 보험 가입 시 출생 자녀의 선청선 뇌질환 보장도 확대했다. 또 심각한 여드름 등 피부질환을 겪고 있는 사람 중 치료 필요성을 인정받은 경우 기존 실손보다 4세대 실손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범위가 커진다.

한편 보험설계사 도움 없이 4세대 실손 전환의 유불리를 따져보려면 ‘실손보험 간편 계산기’를 활용할 수 있다. 손해보험협회와 생명보험협회가 운영하는 온라인 보험 수퍼마켓 ‘보험다모아’ 홈페이지에서 이용할 수 있으며, 자신의 보험 가입 정보와 연간 의료비 지출액 및 통원 횟수 등을 입력하면 4세대 전환 시 보험료 변동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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