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재팬’ 때린 국민의힘, ‘안티 차이나’ 띄운 속내는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6.21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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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에 성난 ‘윤심’에 ‘민심’까지 확보…“총선 무기로 활용”
野일각 “외교가 이념화” 비판 속 “재계 피해 막심” 우려도

여당이 ‘안티 차이나’ 여론에 기름을 붓는 모양새다. 국내 거주 중국인의 투표권 제한과 건강보험 혜택 축소를 주장하면서다. 시민 사회도 호응하는 모습이다. 뿌리 깊던 ‘반중 정서’가 이른바 ‘싱하이밍 발언 논란’으로 더 악화된 영향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 여당의 ‘반중 마케팅’ 손익을 두고는 정치권 내 의견이 갈린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2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2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심’ 읽었나…김기현‧권성동 “中 투표권 부당”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내 거주 중국인의 투표권을 화두에 올렸다. 그는 “작년 6월 지방선거 당시 국내 거주 중국인 약 10만 명에게 투표권이 있었다. 하지만 중국에 있는 우리 국민에게는 참정권이 전혀 보장되지 않았다”며 “우리 국민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는 나라에서 온 외국인에게는 투표권을 주지 않는 것이 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또 “외국인 건강보험 적용 역시 상호주의를 따라야 한다”며 “중국에 있는 우리 국민이 등록할 수 있는 건강보험 피부양자 범위에 비해 우리나라에 있는 중국인이 등록 가능한 범위가 훨씬 넓다. 중국인이 더 많은 혜택을 누리는 것으로 부당하고 불공평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거주 중국인의 투표권 박탈은 사실상 여당의 ‘당론’이 된 모습이다. 지난 14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역시 자신의 SNS에 “중국은 대한민국 내정에 간섭할 수 있는 현실적 수단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들의 투표권 박탈을 촉구했다.

김 대표와 권 의원 모두 친윤석열계 복심으로 분류되는 만큼, 이들의 주장이 사실상 ‘윤 대통령의 의중’이란 추측도 나온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 싱하이밍 대사의 발언 논란을 직접 비판하며 “(한‧중 간) 상호주의에 맞도록 제도 개선을 노력해 달라”고 지시했다. 다음 날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역시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영주권과 투표법 제도를 준비해야 한다”며 관련 법 개정 추진을 시사했다.

정부 여당이 ‘반중 외교’를 노골화할 수 있는 이면에는 ‘성난 민심’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원하는 국민보다 ‘당당한 대응’을 요구하는 국민이 더 많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지난 18일 발표됐다.

바른언론시민행동이 한국여론평판연구소(KOPRA)에 의뢰해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16∼17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전략적 동반자로서 중국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76%를 기록했다. 반면 중국을 신뢰한다는 답변은 20%에 그쳤다.

우리 정부가 ‘싱하이밍 대사에 대해 어떤 조치를 해야 하느냐’는 물음에는 ▲‘강력한 주의를 촉구해야 한다’는 응답이 43%로 가장 많았다. ▲‘추방해야 한다’는 의견이 22% ▲‘아무런 조치를 할 필요가 없다’는 답변이 19% ▲‘중국 정부의 판단에 따라야 한다’는 응답이 9%를 기록했다.

3년 이상 국내에 거주한 외국인 투표권에 대해서는 ‘한국민에게 투표권을 주는 나라의 외국인에게만 투표권을 줘야 한다’는 답변이 63%, ‘한국인 투표권과 관계없이 모든 나라의 외국인을 대상으로 투표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23%였다.

16일 오후 서울중앙우체국 앞에서 자유와 연대 등 단체 관계자들이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 발언 논란과 관련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오후 서울중앙우체국 앞에서 자유와 연대 등 단체 관계자들이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 발언 논란과 관련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계는 ‘긴장’…야권 “외교 균형 잃어”

국민의힘은 정부 여당이 ‘반중 외교’가 아닌 ‘외교 정상화’에 나섰다는 입장이다. TK(대구‧경북) 지역구의 국민의힘 한 의원은 “대선 때부터 대통령의 생각은 확고했다. ‘중국에 숙이기만 해선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이라며 “미국, 일본 정상과 빠르게 정상회담을 추진한 것도 이 때문이다. 대다수 국민 역시 윤석열 정부 외교 노선에 동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야권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노 재팬’ 운동을 ‘이데올로기 외교’라며 비판했던 정부 여당이 ‘반중 마케팅’에만 치중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란 지적에서다. 특히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엔 관대한 여당이 유독 중국 관련 정책에는 ‘현미경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김태년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국민의힘 최근 행보에 대해 “반중 정서에 기대 중국과 계속 관계를 악화시키는 게 당 지지율을 높이고, 내년 총선에 이익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 외교정책 때문에 기업들이 많이 불안해하고 있다. 민주당이라도 대중(對中) 외교에 나서 기업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해달라는 요청이 있어 부응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 일각에선 민심 추이를 살펴보면 국민의힘의 ‘반중 전략’이 실제 총선에서 효과를 거둘 가능성도 언급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한국인들의 반중 정서가 굉장히 높은 상황이다. 국민의힘이 (중국인 투표권 제한 등을) 쟁점으로 삼으려는 것은 민주당의 친중 프레임을 부각시키려는 전략”이라며 “실제 이를 통해 2030 남성 지지층 결집 효과를 거둘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무역 적자가 심화되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가 어느 시점에선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중국과의 문제를 에스컬레이트(확대) 시키게 되면 국민의힘 강성 지지층들에게 지지는 받겠지만 그 피해는 우리 기업한테 돌아온다”며 “(반중 노선으로) 확보하는 지지율 역시 한계가 있다. 그 메시지에 환호하는 사람들 수는 딱 정해져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사에서 인용한 여론조사는 1036명을 대상으로 무선 임의전화걸기를 이용한 자동응답시스템 조사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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