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르는 김은경, 돌아온 이낙연…이재명에겐 기회?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6.22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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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혁신위 ‘친명 일색’ 위원 구성에 비명계 ‘부글’
‘앙숙’ 이낙연 귀국 예고에 ‘李 강성 지지층’은 집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둘러싼 ‘위기론’이 확산하고 있다. 당 쇄신 전권을 혁신위원회에 넘긴 뒤 ‘불체포특권’까지 포기하면서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와 대권을 두고 다퉜던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귀국(24일)이 임박했다. 그간 이 대표 체제에 불만을 가졌던 비이재명(비명)계는 ‘사퇴론’에 불을 댕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야권 일각에선 되레 이 같은 당내 변화가 이 대표에게 ‘우호적인 환경’이 될 수 있단 분석도 나온다. 이 대표가 대선 주자로 부상한 과정을 보면 ‘적(敵)’들이 이 대표를 때리면 때릴수록 지지층 결집세가 더 강해지는 경향을 보여와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위기의 李, 특권 내려두고 당권 혁신위로

이재명 대표의 정치 행보는 줄곧 가시밭길이었다. 특히 지난 대선, 전당대회를 거치며 이 대표 이름 뒤에는 ‘사법리스크’가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이른바 ‘대장동 특혜개발’ 의혹과 ‘성남FC 불법 후원’ 등 각종 의혹의 핵심 피의자로 이 대표가 지목되면서다. 이 대표는 “사실무근”이라며 검찰의 ‘조작 수사’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비명계의 반발이 극심했다. 피의자가 당 대표가 되면 당이 ‘방탄 프레임’에 갇힐 것이란 우려에서다.

실제 비명계의 우려는 일부 현실이 됐다. 검찰이 이 대표를 겨냥한 ‘체포동의안’을 예고하자 당에 분란이 일기 시작했다.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은 결국 부결됐지만 상당한 ‘이탈표’가 발생했고, 정치권에선 이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자 이 대표가 결단했다. 지난 1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한 것이다.

이 대표는 “자신들의 무능과 비리는 숨기고 오직 상대에게만 사정 칼날을 휘두르면서 방탄 프레임에 가두는 것이 바로 집권여당의 유일한 전략”이라며 “이제 그 빌미마저 주지 않겠다. 저를 향한 저들의 시도를 용인하지 않겠다. 저에 대한 정치 수사에 대해서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소환한다면 10번 아니라 100번이라도 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한 수’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른바 ‘김남국 코인 논란’을 계기로 당 지도부를 겨냥한 퇴진론이 일자 ‘혁신위원회 카드’를 꺼내들었다. 당권은 내려놓지 않되, 당 쇄신 전권을 혁신위에 일임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가 임명한 이래경 전 위원장이 낙마하며 설화를 겪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김은경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되면서 민주당의 운명은 ‘이재명’이 아닌 ‘김은경’ 손으로 넘어갔다.

20일 국회에서 열린 에서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국회에서 열린 에서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은 희생양? 결집하는 친명 지지층

이 대표는 언뜻 ‘무장해제’를 한 듯 보인다. ‘방탄복’을 벗고, 쥐고 있던 당권이란 ‘칼’은 혁신위로 넘겼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선 이 대표의 ‘한 수’를 ‘꼼수’라 비판하는 의견이 제기된다. 여권에선 민주당이 불체포특권 포기를 당론으로 정하지 않으면, 이 대표의 공언이 공염불에 그칠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자유투표에 맡길 경우, 이 대표의 결단과 별개로 체포동의안은 언제든 부결될 수 있단 얘기다.

이 대표가 띄운 혁신위도 비명계의 반발에 직면했다. 혁신위의 구성이 ‘친명 일색’이라는 주장에서다. 실제 공개된 혁신위원 7명 중 6명이 친명 인사이거나 이 대표를 옹호 발언을 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22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재명 대표와 (혁신위원들이) 직접 다이렉트로 인연이 있는 것 같지 않지만 간접적으로는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의심이 좀 있다”며 “뭐라고 얘기해도 혁신하시기에, 친명 딱지를 말끔히 지우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선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고, 혁신위를 내세우면서 비명계가 아닌 친명계가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대표가 마치 ‘희생’하는 듯한 그림을 만들면서 강성 지지층과 친명계가 목소리를 키울 명분이 생겼다는 해석에서다.  

실제 친명계로 분류되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21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한 것과 관련, “어떤 보호 장치도 내가 가지고 있지 않겠다고 하는 그런 무저항 정신”이라며 “참 눈물 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폭력을 당하고 있는 피해자”라며 그를 ‘간디’에 비유했다.

일각에선 ‘이낙연의 복귀’가 ‘이재명의 위기’가 될 수 있단 추측도 나오지만, 되레 이낙연 전 대표가 돌아오면 이 대표의 지지층 결집세가 더 강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전당대회 당시 이른바 ‘명낙대전’을 겪으며 생긴 ‘개딸’(이 대표 강성 지지층)의 ‘안티 이낙연’ 기조가 표면화될 시, 대의원제 폐지나 당원 소환 등 친명계 여론에 더 강한 탄력이 붙게 될 것이란 추측에서다.

경기도 지역구의 민주당 한 의원은 “이 대표는 모든 갑옷을 벗고 광야로 나온 것”이라며 “이제 그를 지킬 사람은 당원, 동료밖에 없다. 더 이상 ‘방탄’이란 프레임은 통하지 않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민주당의 ‘방탄’으로 국민들의 분노 게이지는 높아지고, 이 대표를 향한 당내 퇴진 요구도 거세진 상황이다. 이 대표가 혁신위를 내세우고, 불체포특권을 포기하며 이런 불만을 다 무마시킨 것”이라며 “(이 대표가) 나름의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특히 이낙연 전 대표라는 ‘플랜B’가 돌아오자 견제구를 던진 모습”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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