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전관 카르텔, 수주액 1조원이면 500억원은 로비”
  • 조해수·김현지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23.08.04 10:05
  • 호수 1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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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인터뷰]내부 고발자가 말하는 ‘LH 전관 카르텔’

철근이 누락된 ‘순살 아파트’ 사태가 확산되면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관 특혜’ 의혹이 도마 위에 올랐다. 시사저널이 단독 입수한 주요 건축사사무소의 ‘OB(전관)영입 현황’ 명단에 따르면, 붕괴 사고가 발생한 인천 검단신도시를 포함해 철근이 누락된 ‘순살 아파트’ 15개 단지의 설계·감리 용역을 31개(중복 포함) LH 전관 회사들이 ‘싹쓸이’한 것으로 드러났다(<[단독]‘순살 아파트’ 15곳 설계·감리, 31개 ‘LH 전관 회사’ 싹쓸이...“이권·부패 카르텔”> 기사 참조).

윤석열 대통령은 8월1일 제31회 국무회의에서 “(검단신도시 붕괴 사고를 유발한) 무량판 공법 지하주차장은 모두 우리 정부 출범 전에 설계 오류, 부실 시공, 부실 감리가 이뤄졌다. 이러한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건설 산업의 이권 카르텔이 지적되고 있다”면서 “이권 카르텔, 부패 카르텔을 혁파하지 않고는 어떠한 혁신도 개혁도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전임 문재인 정부의 ‘책임론’을 제기하며 국정조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LH는 반(反)카르텔 공정건설추진본부를 설치하고, ‘순살 아파트’와 관련한 설계·감리 회사를 수사 의뢰할 방침이다.

 

“LH 전관 카르텔, 경쟁입찰에서도 돌아가며 수주 받아”

시사저널은 ‘LH 전관 카르텔’의 실체를 듣기 위해 건축사사무소 대표 A씨와 설계사 고위 임원 B씨를 인터뷰했다. 이들은 “LH 전관들의 로비 행태가 도를 넘어선 지 오래”라고 입을 모았다.

A씨 : “주요 건축사사무소들은 LH 전관을 영입해 회장, 부회장, 사장 등의 직책을 준다. LH 고위직 출신의 연봉은 보통 1억5000만원 이상이다. 하지만 차량, 사무실, 법인카드 등을 제공하기 때문에 연평균 3억원 정도라고 보면 된다. 비싼 돈을 주고 이들에게 무슨 일을 시키겠나. 이들의 주요 업무는 한마디로 LH 현직들과 골프 치고 접대하는 일이다. 그러면서 내부 정보도 빼내고...이들의 지상목표는 결국 LH 용역을 수주하는 것이다. LH 출신 건축사사무소 대표는 도면 한 장 안 그리고 오로지 로비만 한다고 보면 된다.”

B씨 : “LH는 수주처를 정할 때 사업수행 능력 평가뿐만 아니라 업체에 대한 평가도 진행한다. 이 때 전관들이 인맥을 동원해 로비를 한다. 심사위원 명단은 물론 내부 심사기준도 미리 받아본다. 공사 한 건당 수백억원에 이르다보니 로비로 수십억원을 쓰는 게 아까울 리 있겠나.”

A씨: “주요 건축사사무소는 LH 전관을 중심으로 ‘카르텔’을 형성한 지 오래다. 경쟁입찰에서도 순번을 정해 돌아가며 수주를 받고 있다. 이번엔 C업체, 다음은 D업체…이런 식으로 수주할 업체가 미리 정해져 있다.”

B씨: “전관끼리 만나서 조율을 한다. ‘내가 E공사 할 테니까 너는 F공사를 맡아라’ 이런 식으로 분담을 한다. 카르텔 안에서 모든 것이 결정된다.”

A씨: “전관들은 LH 내부 심사위원은 물론 외부 심사위원에 대한 로비에 동원된다. 전관들은 LH 심사위원 풀(Pool)에 속해 있는 전국 대학 교수들을 미리미리 접촉해 자기 회사의 설계안을 홍보하면서, 심사위원에 선정되면 ‘바로 연락 달라’고 부탁한다. 심사 당일 새벽 6시에 추첨을 통해 심사위원을 뽑는데, 선정되고 나면 오후 2시까지 진주 LH 본사로 가야 한다. 이 틈을 이용해 서로 연락을 주고받아 사례를 약속하거나, 중간 지점에서 만나 직접 현금을 전달한다. 심사위원 1인당 수주액의 1% 정도가 업계 관행이다. 예를 들어 30억원짜리 용역일 경우 1인당 3000만원을 ‘실탄(로비)’으로 준비해야 한다.”

B씨: “심사위원 풀에 속해 있는 인원은 수백 명에 이르고, 1~2년 주기로 바뀐다.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LH 전관의 주업무다. 로비를 들키지 않기 위해 심사위원이 실소유하고 있는 업체에 하청이나 용역을 주는 방법을 많이 사용한다. 예를 들어 심사위원 친인척 이름으로 연구소를 하나 만들고, 여기에 연구 용역을 발주하는 식이다. 설계사의 경우, 로비 금액은 사업예산을 짤 때부터 산정한다. 전체 수주액에서 5% 정도다. 수주액이 1조원이라면 500억원을 로비에 쓰는 것이다.”

A씨: “LH 전관 카르텔은 이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대형 회사는 LH 외에도 서울시, 각종 공사, 군 등에서 나온 퇴직자를 10여 명 보유하고 있다. 2017년쯤에 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와 9개 공기업을 퇴직한) 건설기술자(5275명)의 경력증명서를 조사한 일이 있었다. 퇴직 공무원들이 허위 경력증명서를 이용해 고액 연봉을 받고 정부 용역을 무더기로 수주한 것이 적발됐다(수주 건수 1781건, 수주 금액 1조1227억원). 이때 확실한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웠다면, LH가 지금처럼 망가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B씨: “10여 년 전 검찰에서도 LH 전관 카르텔 문제를 들여다봤다가 덮은 것으로 안다. 수사를 진행해 보니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대학 교수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적발됐다. 이걸 터뜨리는 순간, 여러 대학이 문을 닫아야 할 지경이었다고 하더라. 당시 나의 지인이 로비와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았는데, 로비 의혹을 부인하며 대신 다른 업체를 찔러 넣었다. 그런데 그 업체는 조사조차 받지 않았다. 지인 역시 무혐의로 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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