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흉기난동’ 막기 위해 경찰특공대 떴다…“효과 미지수” 지적도
  • 이동혁 인턴기자 (dhl4001@gmail.com)
  • 승인 2023.09.21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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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다음달 3일까지 ‘추석 명절 특별방범 대책’ 실시
주요 공항·기차역·터미널에 무장한 경찰특공대 배치
“특공대 투입, 이상동기 범죄 억제 효과 있을지 의문”

최근 무차별 흉기 난동 등 불특정 다수를 향한 강력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불안이 커진 가운데 경찰이 명절을 앞두고 치안을 강화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주요 공항·기차역·터미널 등에 무장한 경찰특공대를 투입하기로 한 것이다. 시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상동기 범죄 예방 효과엔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8일 경찰특공대 대원들이 김포공항에서 순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8일 경찰특공대 대원들이 김포공항에서 순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지난 18일부터 주요 공항과 기차역, 터미널 등에 경찰특공대와 지역경찰을 투입해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지난 17일 발표한 ‘추석 명절 특별방범 대책’ 발표에 따른 후속 조치다. 해당 조치는 추석 연휴가 끝나는 내달 3일까지 진행된다.

경찰의 특별방범 대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경찰은 명절 연휴 기간마다 각종 사건·사고와 교통관리 급증에 대비하고자 112 중심의 신속한 출동태세를 이어왔다. 다만 이번 대책의 경우 최근 사회적 문제로 불거진 이상동기 범죄에 대한 대책이 추가됐다. 사람이 많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장소에 무장한 경찰특공대를 배치해 테러를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의도다.

경찰에 따르면, 경찰특공대는 오전 7~10시, 오후 6~11시 등 하루 2차례 다중운집 장소를 순찰한다. 경찰특공대 관계자는 “서울권의 경우 서울역, 강남역, 고속터미널역 3개소에 경찰특공대가 배치되며 지하철 역사 내부를 포함해 지역 근방에 위력 순찰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실탄 소지 여부에 대해선 지휘관 재량에 맡긴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치안 현장 상황에 따라 총기를 통합 보관하거나 특공대원 개별로 휴대하기도 한다”면서 “기본적으로 총기를 휴대하는 경우 실탄을 함께 소지한다”고 전했다.

특공대 배치에 시민들은 대체로 안심이 된다는 반응이다. 지난 20일 서울역에서 만난 안아무개(22)씨는 “묻지마 흉악범죄가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른다는 점이 가장 큰 걱정”이라며 “시민 입장에선 특공대가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되기에 국가 차원에서 강경 대응을 이어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범죄 진압의 실효성을 제기하는 시민도 있었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최다함(25)씨는 “지하철역의 경우 이미 철도경찰이 순찰을 돌고 있는데 특공대까지 배치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골목길이나 CCTV 사각지대에 인력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외교부 이메일로 고속철도시설 폭탄설치 및 폭파 예고가 접수된 지난달 17일 동대구역에서 경찰특공대와 탐지견이 폭발물 수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외교부 이메일로 고속철도시설 폭탄설치 및 폭파 예고가 접수된 지난달 17일 동대구역에서 경찰특공대와 탐지견이 폭발물 수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동인구 많다고 묻지마 범죄 발생 가능성 높다 보긴 어려워”

경찰특공대의 현장 배치가 무차별 강력 범죄 예방엔 큰 효과가 없을 것이란 주장도 있다. 장현석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범죄빈발지역에 경찰력을 집중 투입하는 일명 ‘핫스팟 폴리싱(Hot Spots Policing)’이 일반범죄 예방엔 효과가 있지만 이상동기 범죄 예방엔 해당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상동기 범죄자의 경우 사회를 향한 불만 속 자포자기 심정으로 범죄를 저지르기 때문에 처벌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며 “단순히 경찰력을 현장 투입하는 것만으로 이상동기 범죄에 억제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무장경찰 배치가 되레 시민 불안을 부추길 가능성도 제기됐다. 장 교수는 “시민들 입장에선 특공대와 장갑차가 보일 경우 우리 사회가 위험하다는 인식이 각인될 수 있다”면서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는 시민들도 있지만 사회적 공포감을 조장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순찰 인력의 확대보다 효율적인 배치를 주문하는 주장도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단순히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라 해서 이상동기 범죄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보긴 어렵다”며 “우범자가 집중적으로 몰린 장소, 범죄 발생이 우려되는 지역에 치안력을 우선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범죄 예방을 위해 단순히 순찰하는 경찰 규모를 늘리기보단 이상동기 범죄자 유형을 파악하고 각 치안 상황에 맞게 적절한 대안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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