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끝나길 기다렸다? 지하철 요금 시작으로 전기요금도 인상 군불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3.10.04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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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물가 3%대 전망…10월부터 물가 다시 들썩이나
지하철 기본요금 1400원으로…대중교통 요금 연쇄 인상
전기요금도 인상에 무게…김동철 “㎾h당 25.9원 올려야”
서울 시내 주택가 외벽에 부착된 전력량계 ⓒ연합뉴스
서울 시내 주택가 외벽에 부착된 전력량계 ⓒ연합뉴스

고금리, 고물가에 서민들의 지갑이 얇아지고 있는 가운데 4분기 살림살이는 더욱 빠듯해질 전망이다. 잠잠했던 물가가 국제유가 상승으로 다시 요동칠 기미를 보이고 있어서다. 여기에 공공요금인 지하철 요금 인상은 코앞에 다가왔고, 전기요금도 인상이 점쳐지는 분위기다. 이에 생활에 필수적인 요금의 인상이 현실화되면서 체감물가는 더욱 치솟을 전망이다.

지난 3일 대통령실은 “수출과 투자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이 체감하는 물가, 부동산 문제 등도 계속 잘 관리해나가겠다”고 밝혔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오는 5일 통계청이 발표하는 ‘9월 소비자물가지수’가 3%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 6월과 7월 2%대를 기록했던 물가상승률은 지난 8월 3.4%를 기록하면서 석 달 만에 3%대로 재진입했다.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는 데다 추석 성수품 값 상승이라는 명절 요인까지 더해져 9월에도 3%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미 가계 부담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지난 1일 원유가격이 오르면서 대형마트 기준 흰우유 제품 가격(1ℓ)은 3000원에 근접했다. 이에 우유를 원재료로 하는 아이스크림, 빵, 과자 등의 가격 상승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서울 시내 지하철 개찰구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 지하철 개찰구 모습 ⓒ연합뉴스

대중교통 요금 줄줄이 올라…가계 직격탄

내주에는 지하철 요금이 오른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기본요금은 오는 7일 첫차부터 150원이 오른 1400원이 된다. 앞서 지난 8월 서울 시내버스 기본요금은 300원 올라 1200원에서 1500원이 됐다. 그보다 더 앞선 지난 2월에는 서울 택시 기본요금도 3800원에서 4800원으로 1000원 인상된 바 있다.

서울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 요금 인상은 약 8년 만이다. 서울시는 만성 적자 완화를 위해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지만 시민의 발인 대중교통 요금의 연쇄 인상은 시민들에겐 직접적인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서울시는 내년 하반기에 지하철 기본요금을 150원 더 올릴 예정이다.

지난 3분기 동결을 결정했던 전기요금도 ‘인상’ 군불을 떼고 있다. 한국전력의 누적 부채가 200조원이 넘어선 상황에서 국제유가 오름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연료비 가격이 치솟고 있어서다.

앞서 최근 정부는 전기요금의 한 요소인 연료비조정단가는 3분기(7∼9월)와 같은 1킬로와트시(㎾h)당 5원으로 동결했다. 연료비조정단가는 이미 지난해 3분기부터 상한선인 ㎾h당 5원을 유지해 온 탓에 국제유가가 추가로 상승하더라도 더 올릴 수 없는 요금이다.

관건은 전기요금의 또 다른 요소인 기준연료비(전력량요금)의 향방이다. 정부는 연료비조정단가 동결을 발표하면서 전력량요금의 동결 여부는 결정하지 않았다. 2021년부터 시행된 연료비 연동제로 인해 기준연료비도 오르내려야 하지만 사실상 정부의 압박 속에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당초 4분기 전기요금은 추석 전에 발표될 전망이었다. 하지만 연료비조정단가 동결만 발표된 채 나머지 요소에 대해선 결정되지 않았다.

김동철 한전 사장이 4일 세종시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전력 제공
김동철 한전 사장이 4일 세종시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전력 제공

“지금까지 올리지 못한 부분 대폭 올리는 것이 맞다”

이런 가운데 한국전력이 인상 신호탄을 먼저 쏘아올렸다. 김동철 신임 한국전력 사장이 4일 취임 후 처음으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h당 25.9원의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힌 것이다. 그는 “정부가 올해 인상을 약속한 전기요금은 ㎾h당 45.3원이고 이를 맞추려면 25.9원을 이번(올해 4분기)에 올려야 한다”며 “지금까지 올리지 못한 부분을 대폭 올리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가 국회에 제출한 올해 기준연료비 인상 폭은 ㎾h당 45.3원이다. 다만 지난 1분기와 2분기 누적 요금 인상 폭은 ㎾h당 21.1원에 그친 상태다. 김 사장이 밝힌 ㎾h당 25.9원 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4인 가족 기준으로 추가 부담해야 할 전기요금은 월 8000원가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그는 지난달 20일 취임식에서도 “최근 국제유가와 환율이 다시 급등하는 상황에서 전기요금 정상화는 더더욱 반드시 필요하다”며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을 거듭 밝혔다.

국제유가 상승세와 한전의 재무구조를 감안하면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지만 전력수요가 많은 겨울철을 앞두고 있고 전기요금 인상이 전체 물가를 끌어올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 정부가 고심하는 지점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악화될 여론도 무시 못 할 요소다.

그러나 한전채 발행 한도가 턱밑까지 올라왔다는 점에서 결국 인상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전채를 발행해 한전의 운영자금을 충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4분기 전기요금 인상을 통해 적자 폭을 조금이라도 줄여야 내년 한전채 발행한도를 늘릴 수 있어서다.

에너지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상은 하되 한전이 원하는 수준(㎾h당 25.9원)에는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며 “국제유가가 연일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한전의 재무구조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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