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진단 불가’ 전기차 4만5000대…80%가 수입차
  • 이주희 디지털팀 기자 (hee_423@naver.com)
  • 승인 2023.10.08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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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 우려로 BMS 자료 미제출…현행법상 강제규정 없어
"국민 안전·국내 업계와 형평성 문제…규정 정비해야"
서울 한 대형 쇼핑몰 내 전기차 충전소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한 대형 쇼핑몰 내 전기차 충전소의 모습 ⓒ연합뉴스

국내에서 운행되는 전기차 중 4만5000여대는 배터리를 진단할 수 없어 화재 등 안전 문제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배터리 진단이 불가한 전기차 10대 중 8대는 수입차 브랜드였다.

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국내에 등록된 전기차 가운데 11.6%인 4만5212대는 공단에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자료를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BMS는 배터리의 전류, 전압, 온도 등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으로 배터리가 안전한 상태로 유지되는지 점검하려면 BMS 내 센서를 통해 수집한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 현대차·기아와 한국GM 등 국내 완성차 기업들은 대부분 이 자료를 공개하고 있어 교통안전공단이 개발한 전자장치진단기(KADIS)를 통해 검사소에서 배터리를 점검받을 수 있다. 

반면 수입차 제작사들은 대개 보안상 이유로 BMS 자료의 외부 유출을 꺼리고 있다. 전기차 성능의 핵심 요소인 배터리 제어와 관련된 중요 정보가 점검 과정에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것이 공단 측의 설명이다. 

실제로 BMS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전기차의 77.6%(3만5098대)는 수입차 브랜드였다. 국산차로 분류되지만, 반조립(CKD) 형태로 국내에 들여와 일부 부품만 조립해 사실상 수입차로 볼 수 있는 차량까지 포함하면 BMS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차 중 수입차 비율이 90%에 육박한다고 조 의원실은 지적했다. 브랜드별로는 메르세데스-벤츠(7418대)와 BMW(7081대·i3 제외), 폭스바겐(6228대) 등 3개 브랜드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폴스타(2791대), 포르쉐(2565대), 푸조(1594대), 볼보(1023대)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문제는 수입차 제작사들에게 현행법상 BMS 자료 공개를 강제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상 자동차 제작사에서 교통안전공단에 제공해야 하는 자료 범위에 BMS가 빠져 있다. 아울러 내연기관 차량은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승용차, 승합차, 화물차별로 6개월∼2년 마다 자동차 검사를 받아야 하지만, 배터리 검사 주기 관련 규정은 없는 점도 지적됐다.

조오섭 의원은 "수입 전기차 제작사가 BMS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국민의 안전에 문제가 되는 것은 물론 현대차·기아 등 국내 완성차 기업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라며 "수입차 제작사들은 더 적극적으로 BMS 자료를 제공하고 정부는 관련 규정을 시급히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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