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고물가에 엔데믹 기저효과까지
“민생·경제 재정투자가 마중물 역할 해야”
올 2분기 자영업자 가구가 이자 비용과 세금 등을 제외하고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이 약 2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고물가에 전기요금 인상 등 잇단 악재 속에서 지난해 엔데믹(경제활동 재개)으로 소득이 많이 늘어난 기저효과도 영향을 미쳤다.
1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입법조사처에 의뢰해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 2분기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가구의 실질 처분가능소득은 월평균 537만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9.5% 줄었다.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가구의 실질 처분가능소득도 343만원으로 16.2% 감소했다.
처분가능소득은 가구 소득에서 이자 비용과 세금 등 비소비지출을 뺀 소득으로 가구가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을 뜻하며, 실질 처분가능소득은 처분가능소득에서 물가 상승의 영향을 제외한 수치다.
이러한 자영업자 가구의 실질 처분가능소득 감소 폭은 임금근로자 가구와 비교해 훨씬 컸다. 2분기 상용근로자 가구의 실질 처분가능소득은 월평균 430만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0.6% 오히려 증가했다. 임시근로자(243만원)는 6.6%, 일용근로자(252만원)는 12.5% 각각 하락했다.
자영업자 가구의 실질 처분가능소득 감소 폭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가구의 실질 처분가능소득 감소율은 지난해 3분기 1.8%, 4분기 8.2%, 올 1분기 10.0%, 2분기 19.5% 등으로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가구의 감소 폭도 지난해 3분기 2.6%에서 올 2분기 16.2%로 확대됐다. 단순히 수치만 놓고 봤을 때,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가구의 2분기 실질 처분가능소득 감소 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2분기(-2.0%)보다 훨씬 컸다.
이처럼 자영업자 가구가 사용 가능한 돈이 계속 줄어드는 건 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과 고금리·고물가에 따른 소비 위축 등의 요소가 공존하고 있어서다. 실제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가구가 지난 2분기에 지출한 이자 비용은 월평균 41만7000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40.0%나 급증했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가구의 2분기 이자 비용 부담액도 31만3000원으로 35.4% 늘었다 이자 비용은 신용·주택담보대출 등으로 부담한 가계대출 이자 비용만을 고려해 산출됐다. 사업 용도의 대출액까지 더하면 이자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지난해 4월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지난해 2분기 실질 처분가능소득이 대폭 늘어난 것도 올 2분기 소득 감소 폭을 키운 요인 중 하나다. 지난해의 경우, 2분기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가구의 실질 처분가능소득은 전년 동기보다 36.7% 증가했고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가구는 28.8% 늘었다.
김회재 의원은 "고금리·경기침체가 닥쳐 취약계층과 자영업자 가구의 어려움이 코로나 때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민생·경제 재정투자를 위기 극복의 마중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