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에도 증시는 ‘탄탄’?…“일단 지켜보자” 기류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10.10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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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오르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은 관망세
“국내 시장 영향 제한적” 평가 속 ‘전쟁 확산’ 우려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의 분쟁이 글로벌 경제에 미칠 영향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당장 국제유가가 급등해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고 있지만, 각국 증시에는 예상 외로 큰 타격을 입히지 않는 흐름이다. 이번 분쟁이 이른바 ‘중동 전쟁’으로 확산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투심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확전 우려를 완전히 배제할 순 없어, 당분간 증시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연휴가 끝난 10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코스피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전쟁으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고조된 상황에서도 1% 넘게 상승 출발했다. ⓒ 연합뉴스
연휴가 끝난 10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코스피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전쟁으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고조된 상황에서도 1% 넘게 상승 출발했다. ⓒ 연합뉴스

10일 긴장 속에 개장한 한국 증시는 ‘예상 밖’ 호조세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글날 연휴 동안 터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악재에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도, 코스피 지수는 상승 흐름을 보였기 때문이다. 1%대 강세로 출발한 코스피 지수는 장중 2448.24까지 올랐다. 다만 오후 들어 상승폭을 축소해 -0.26%로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도 장중 한 때 820선을 회복했으나 하락세로 전환해 800선을 내어줬다. 

글로벌 증시는 ‘깜짝’ 반등을 보였다. 간밤 뉴욕증시는 장 초반 하락세를 보였으나, 이내 오름세로 전환해 3대 주요 지수 모두 상승 마감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일 대비 0.59%, S&P500지수는 0.63%, 나스닥지수는 0.39% 각각 상승했다. 이스라엘군이 하마스로부터 남부 도시의 통제권을 탈환했다는 소식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전망이 한풀 꺾인 것도 투심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당국자들을 중심으로 다시 ‘비둘기적’ 발언이 나오면서다. 필립 제퍼슨 연준 부의장은 “앞으로 국채 수익률 상승에 따른 금융 상황 긴축을 지속적으로 의식하고 향후 정책 방향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도 이를 염두에 둘 것”이라고 말했다. 로리 로건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역시 “기간 프리미엄으로 인해 장기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연방기금금리를 높여야 할 필요성이 떨어진다”며 금리 동결 가능성을 열어뒀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교전이 발생한 지 사흘째인 9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에서 이스라엘 지지자들이 시위를 펼치고 있는 모습 ⓒ 뉴욕AFP·연합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교전이 발생한 지 사흘째인 9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에서 이스라엘 지지자들이 시위를 펼치고 있는 모습 ⓒ AFP=연합뉴스

중동 위기에도 “국내 증시 영향 제한적”

이 때문에 국내 증권가에선 ‘단기 저점 매수 기회’라는 우호적 반응도 나온다. 이번 분쟁이 단기적으로 국제유가를 끌어올릴 수 있지만, 장기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취지에서다. 이번 분쟁으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은 확대될 수 있으나, 그 영향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유 생산국들은 역설적으로 고유가가 원유 수요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인식하고 있다”며 “원유 생산국들이 경제 논리를 무시하고 지속적으로 전쟁에 관여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아직까지는 조정 시 비중 확대 전략이 유효하다고 본다”며 “주요국들의 참전이 현실화되기 전까지 중동 지역 내 불확실성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증시는 중동 분쟁 불확실성에 영향을 받겠지만 기존 증시 경로나 인플레이션, 미 연준 정책 전망의 큰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란 혹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직접적인 개입과 같은 사태로 번지지 않는다면 이번 사태의 충격과 지속성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국도 이번 분쟁과 관련해 “아직까지 국내 시장에 끼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잇따라 긴급 점검회의를 열어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 중이다. 이날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그동안 중동에서 여러 차례 국지적 분쟁이 있어 왔으나, 분쟁이 장기화되지 않는 경우 국제 유가와 국제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수준이었다”며 “시장 참여자들이 현 시점에서 과도한 불안에 사로잡힐 필요는 없다”고 언급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교전이 발생한 지 사흘째인 9일(현지 시각) 캐나다 토론토에서 팔레스타인 지지자들이 행진하며 시위를 펼치고 있는 모습 ⓒ 토론토AP·연합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교전이 발생한 지 사흘째인 9일(현지 시각) 캐나다 토론토에서 팔레스타인 지지자들이 행진하며 시위를 펼치고 있는 모습 ⓒ 토론토AP·연합

관건은 ‘국제유가’…다시 불붙는 ‘인플레’

그러나 이번 분쟁이 중동 전반의 지정학적 위기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당분간 글로벌 시장은 불확실성을 키울 전망이다. 특히 국제유가가 불안정한 흐름이다. 최근 국제유가는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에 따른 수요 감소 우려에 80달러대 초반까지 떨어졌으나, 이번 분쟁으로 다시 4%대 급등한 상황이다.

통상 유가가 오르면 물가도 상승한다. 이 때문에 이번 분쟁이 자칫 ‘중동 전쟁’으로 번질 경우, 하락 추세이던 각국의 물가 흐름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장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 연속 3%대를 기록하는 등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던 한국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난방 수요가 증가하는 계절적 요인에 중동발 국제유가 상승세가 더해지면 물가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는 모니터링을 강화해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우리 경제는 세계에서 대외의존도가 가장 높다”면서 “정부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대외 불안정 요인에 긴밀히 대응하고 민생 어려움이 가중되지 않도록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아직 사태 초기로 국제금융시장 움직임은 제한적이나 향후 사태 전개 양상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며 “국내외 금융・외환시장 상황을 24시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관계기관 공조 하에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상황별 대응계획을 재점검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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