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번, 올해 4차례 더…대통령실 “최대 성과 달성”
윤석열 정부가 올해 책정된 정상 외교 관련 본예산을 이미 전부 소진하고, 이보다 많은 규모의 예비비를 추가로 편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재인 정부의 2배 이상 규모다. 정부가 ‘긴축 재정’을 강조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예산을 삭감해 온 상황에서 역대급 대통령 순방 예산을 사용하고 있는 데 대한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10일 외교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외교부는 지난 8월 기획재정부에 정상외교 관련 예비비를 신청했으며, 9월 말 국무회의에서 일반 예비비 329억원을 추가로 승인했다. 이는 올해 국회에서 통과시킨 정상외교 본예산(249억원)을 훌쩍 넘는 수준이다. 올해 정상 외교 예산은 총 578억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 때와 견줬을 때 2배 이상 규모다. 문재인 정부는 해당 예산으로 2018년 246억원, 2019년 234억원을 사용했다. 코로나19 직후인 2020년에는 192억4천만원으로 줄었다가, 2021년 192억8천만원, 2022년 261억9천만원으로 다시 늘었다.
윤 정부의 예비비 신청 사유는 잦은 국외 순방이 한몫을 차지했다. 윤 대통령은 올 들어 9월까지 총 9차례 해외 순방을 다녀왔다. 정부는 이미 상반기에 아랍에미리트(UAE)와 미국 국빈 방문, 주요 7개국(G7) 회의 참석 등으로 올해 편성된 예산 249억원 중 87%에 해당하는 215억원을 썼다. 이후 8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및 주요 20개국(G20) 회의, 9월 유엔(UN)총회를 다녀오면서 이미 예산은 소진해 추가 여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윤 대통령은 올 연말까지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12월 한·중·일 정상회의 등 4차례 더 순방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쓸 예산이 없어 예비비를 신청·승인한 것으로 보인다.
예비비 항목을 보면 국외업무여비, 사업추진비뿐만 아니라 특수활동비(특활비) 증액이 포함돼 있다. 외교부는 ‘예비비는 사후 승인이 원칙’이라며 정확한 액수를 밝히기 어렵다고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이에 박홍근 의원은 예비비 항목에 특활비 증액 내역이 포함된 것을 언급하며 “특활비 없애고 긴축 재정을 한다고 하지 않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의원은 10일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지난 9월 국무회의에서) 정상외교 관련 예비비가 올해 329억 원이 편성됐는데, 올해 최종 승인된 예산 249억원에 더해 578억원을 쓴다는 것”이라면서 “대통령이 외국 나가는 것에 반대하지 않지만 그만큼 성과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박진 외교부 장관은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에 정상과 총리 외교가 많이 늘어났다”면서 “처음에 이렇게 예비비 신청이 많이 늘지는 예상하지 못했는데, 외교 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해선 필요하다”고 답했다.
대통령실 역시 예산은 쓴 만큼의 외교 성과가 분명했다는 입장이다. UAE 40조원 투자 유치, 한·일 셔틀외교 복원 등 필요한 예산을 썼다는 주장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통해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해외시장 진출과 투자유치가 경제의 동력을 제고하고 국민을 위한 민생 경제를 살리는 유일한 길”이라며 “대통령이 민생과 수출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들여 해외 순방 외교를 펼친 결과, 이미 수출과 투자유치 관련 역대 최대 규모의 즉각적인 성과를 달성해 온 사실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해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