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패하면 비대위? 이재명‧김기현 ‘강서 단두대 매치’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10.11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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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 보궐선거 D-day…與野 ‘아전인수식’ 승리 확신
대패 시 ‘총선 위기설’ ‘지도부 교체설’ 증폭 불가피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본투표가 시작되는 가운데, 여야 지도부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감돈다. 승패에 따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 쪽의 리더십에 치명타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큰 득표차로 패배할 경우 지도부 교체 및 비상대책위(비대위) 전환 요구 등이 빗발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9일 서울 강서구 발산역 인근에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진교훈 후보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9일 서울 강서구 발산역 인근에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진교훈 후보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현 “힘 있는 후보 뽑아야” vs 이재명 “尹정부 견제”

여야는 전날(10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본투표를 하루 앞두고 총력 지원전에 나섰다. 이번 보궐선거는 내년 총선의 바로미터로 인식된다. 수도권의 표심을 알아보는 ‘예비고사’ 성격이 짙은 만큼 여야 지도부도 마지막까지 유세 지원에 전력을 쏟았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6시 서울 강서구 발산역 1번 출구 앞 광장에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김태우 후보 발산역 파이널 유세’를 열었다. 마지막 유세 현장에는 국정감사 첫날임에도 김기현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박대출 정책위의장, 이철규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를 비롯해 당내 인사들이 총집결했다.

국민의힘은 ‘힘 있는 집권여당 후보’라는 기치 아래 재개발 재건축, 고도제한 등 개발을 원하는 지역 민심을 공략했다. 이른바 ‘윤심 후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김태우 후보를 지원사격하는 모양새다.

김기현 대표는 9일 가양동 공암나루근린공원 유세에서 “구청장은 구민들의 삶을 바꾸는 능력이 있는지, 힘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선택해야 한다”며 “대통령과 핫라인이 개통돼 있고 집권여당이 팍팍 밀어줘 강서 재건축·재개발은 말할 것도 없고 강서가 서울의 중심이 되는 구로 만들 수 있도록 김태우에게 지지를 모아달라”고 말했다.

민주당도 원내지도부와 최고위원 등이 10일 오후 5시30분 진교훈 후보의 강서구청 사거리 유세에 총출동했다. 민주당은 정권심판론을 내세워 지지층을 결집하고 있다. 장기 단식 후 회복 치료를 받고 있던 이재명 대표도 병원 퇴원 이후 유세 지원에 나서 정권 심판을 호소했다.

이 대표는 9일 오후 6시쯤 서울 발산역 1번 출구 앞 공원에서 열린 진 후보 집중 유세 현장에 참석해 연단에 올랐다. 그는 한 손에 지팡이를 짚은 채 “병원에서 퇴원해 집으로 가는 길에 잠깐 들렀다. 마음은 똑바로 서있는데 몸이 자꾸 흔들린다. 이해를 부탁드린다”며 운을 뗐다.

그는 자신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수사를 겨냥해 “보복과 갈등으로 점철된 사회”라고 꼬집으며 “국가가 가진 모든 역량이 사적 이익이 아니라 오직 국가와 국민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쓰이게 하는 것이 바로 우리가 해야될 일이고, 그 첫 출발이 이번 강서구청장 선거”라고 강조했다.

지난 3일 김태우 국민의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 사무실이 위치한 서울 강서구 대방건설에서 열린 '국민의힘-한국공항공사 자회사 전국공항노동조합 간담회'에서 김기현 대표(왼쪽)와 김 후보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일 김태우 국민의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 사무실이 위치한 서울 강서구 대방건설에서 열린 '국민의힘-한국공항공사 자회사 전국공항노동조합 간담회'에서 김기현 대표(왼쪽)와 김 후보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판 커진 보궐선거…결과에 ‘대표 운명’ 걸렸다?

통상 보궐선거는 총선에 비해 ‘사이즈’가 작은 선거로 분류되지만, 이번엔 양상이 다르다. 수도권 민심 향배를 예측하는 일종의 총선 예비고사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양당 지도부도 총력을 쏟았다. 강서구청장 보선에 화력을 집중하고도 크게 패배한다면 여야를 막론하고 쇄신론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의 경우 야당 보다는 ‘리스크’가 적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강서구가 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분류돼서다. 문제는 이미 증폭된 ‘수도권 위기설’이다. ‘대통령실 핫라인’을 내세운 김태우 후보가 큰 표차로 패할 경우 용산 대통령실과 발을 맞추고 있는 김기현 체제에 대한 불안감이 여권 내에서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여권 일각에선 보궐선거 패배 시 비대위 전환 가능성까지 점쳐지는 모습이다.

민주당의 경우 승리를 자신하는 모습이다. 민주당 내부에선 서울 강서구가 대표적인 민주당 텃밭이었던 만큼 이번 선거에서 15%포인트 격차를 벌리며 국민의힘을 따돌릴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그러나 패배 시 후폭풍도 그만큼 거셀 수밖에 없다. 특히 구속 영장 기각 이후 코너에 몰린 비이재명(비명)계의 쇄신 요구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당심과 민심의 괴리가 확인된다면 ‘재판리스크’에 휩싸인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에도 금이 갈 수밖에 없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국민의힘이 보궐선거에서 진다면 후보 공천 실패가 확인되는 것으로 김기현 지도부가 아무 문제없이 지나가기 어려워진다. 특히 10% 이상 득표차가 나면 김기현 대표에 대한 신뢰는 총선까지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민주당이 진다면 이재명 대표로선 고민할 대목이 많아지는 것”이라며 “이렇게되면 비명계뿐 아니라 친명계까지 포괄하는 계파를 초월한 혁신이 이뤄질 것이다. 개혁의 대상과 폭이 굉장히 넓어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투표는 이날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강서구 내 투표소 131곳에서 진행된다. 사전투표를 포함한 최종 투표 결과는 자정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사전 투표는 6~7일 이틀간 진행됐다. 투표율은 22.64%로, 역대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 사전투표율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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