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LH ‘보상 책임’ 힘겨루기에…입주민에 드리워진 그림자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3.10.1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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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연속 국감 도마에 오른 ‘아파트 부실시공’
비현실적 보상안에 재시공 비용 놓고 책임 공방
국감 뒤 합의 도출한 화정아이파크 전철 밟을까

GS건설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책임공방이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GS건설이 지난 7월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가 난 인천 검단 LH아파트 전면 재시공 결정과 함께 ‘입주 지연에 따른 모든 보상을 다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발주처인 LH와 넉 달째 힘겨루기를 이어갈 뿐 해결 방안이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전면 재시공의 첫 발도 떼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드러나면서 입주예정자들의 불안은 더 커지고 있다.

5월2일 인천시 서구 검단 신도시의 한 아파트 신축 공사장 앞에서 입주예정자들이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와 관련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월2일 인천시 서구 검단 신도시의 한 아파트 신축 공사장 앞에서 입주예정자들이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와 관련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네 탓’ 공방으로 보상안 협의 진척 없어”

입주예정자들은 GS건설이 제시한 보상안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반발한다. 입주예정자들은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집회를 열고 GS건설이 현실적인 이주대책 보상안을 제시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정혜민 입주예정자협의회 회장은 성명을 통해 “모든 책임을 다하겠다는 사과문을 발표한 GS건설은 손해 줄이기에 급급하고, LH는 GS건설에 모든 책임이 있다며 뒷짐 지고 있을 뿐”이라며 “전면 재시공만 결정했을 뿐, 그로 인해 파생되는 피해자 구제책은 등한시하고 서로 ‘네 탓’ 공방 등으로 보상안 협의가 전혀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입주자들의 반발은 지난달 6일, GS건설이 입주 지연으로 인한 보상안을 공개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당초 GS건설 측은 ‘6000만원 무이자 대출’과 ‘3000만원 무이자 대출+7500만원 주택도시기금 금리 대출’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보상안을 제시했다.

무이자 대출의 경우, 전용면적 84㎡ 평형을 기준으로 분양가 4억2000만원 중 계약금과 중도금 일부를 제외한 2억1000만원을 고려해서 산정한 금액이다. 검단신도시가 있는 인천 서구의 평균 전세가인 2억4000만원에서 잔금 2억1000만원을 뺀 3000만원을 적정 대출 지원금으로 책정했고, 입주예정자의 주거 안정을 위해 3000만원을 추가 지원해 총 6000만원을 무이자 대출해준다는 입장이다. 대출을 원하지 않는 가구에는 6000만원을 기준으로 7%의 이자율을 적용, 입주시 잔금에서 공제해주는 보상안을 제시했다.

9월17일 인천 검단 AA13 입주예정자들이 서울 보신각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전면재시공 피해 특별법 제정, 주거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월17일 인천 검단 AA13 입주예정자들이 서울 보신각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전면재시공 피해 특별법 제정, 주거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입주예정자들은 지원 규모 뿐 아니라 중도금 이자 관련 지원책이 전무하다는 것에도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인천 서구의 평균 전세가 2억4000만원이 아닌, 입주 예정 아파트 부근의 평균 전세가 3억3000만원을 산정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경우 대출 지원 규모는 1억2000만원으로 늘어난다. 여기에 당장의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원 방안도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입주가 늦어지는 동안 내야 하는 대출 이자 부담도 쟁점이다. 입주예정자들은 이자 부담을 낮추기 위해 GS건설이 중도금 대출을 대신 갚은 뒤 나중에 청구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GS건설의 입장은 다르다.

LH는 GS건설이 입주예정자에 제시한 보상안이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LH가 지난 9일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LH는 지체보상금을 선지급할 수는 있지만, 비용 부담 책임은 전면 재시공을 결정한 GS건설에 있다고 주장한다.

LH가 입주 지체 보상금으로 예상하는 금액은 1443억원 이상이다. 가구당 추정 보상금은 84㎡ A타입 기준 9000만원으로, 소득세와 주민세 400만원과 5년간 중도금 대출 이자(연 6.29% 적용) 5100만원을 빼면 순 보상액은 3500만원 수준으로 추정된다는 설명이다.

재시공 비용 부담을 둘러싼 갈등도 지속되고 있다. LH는 GS건설이 LH와 상의 없이 전면 재시공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GS건설이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달 LH는 “GS건설이 입주민 보상비용과 재시공 사업비를 (LH에) 전가하는 데 깊은 유감을 표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GS건설에 보내기도 했다.

GS건설 생각은 다르다.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원인으로 설계 문제도 지적되고 있는 만큼 LH 역시 책임이 있으며, 붕괴 원인 및 과실 비율에 대한 법적 판단에 따라 최종 부담을 나눠야 한다는 입장이다. 해당 아파트는 시공사가 설계 단계부터 관여하는 시공책임형 건설사업관리(CM)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때문에 사고 관련 책임소재가 불명확한 부분이 있어 공방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13일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공사 현장 내 안전교육장에서 열린 HDC현대산업개발의 해체 계획 설명회에서 한 입주 예정자가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월13일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공사 현장 내 안전교육장에서 열린 HDC현대산업개발의 해체 계획 설명회에서 한 입주예정자가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화정아이파크는 어땠나…가구당 지체 보상금 9100만원 합의

부실아파트 전면 재시공문제는 지난해에도 국감장에서 화두가 된 바 있다. 지난 국감에서는 지난해 1월 붕괴 사고가 발생한 광주 화정아이파크 입주예정자협의회 대표가 출석해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당시 여야 의원들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을 질타하며 ‘책임 있는 대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화정아이파크의 경우 현산이 입주예정자들과 보상금 합의에 이르기까지 5개월가량의 시간이 걸렸다. 지난 12월에 이르러서야 입주 지연 배상금에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확대해 지급하는 것으로 보상안이 최종 합의됐다.

현산은 중도금 이자를 회사가 부담하고, 가구당 1억1000만원을 무이자 지원해주기로 했다. 지체 보상금으로는 가구당 9100만원을 책정했다. 예상 준공 시기는 2027년 12월이지만, 입주가 지연될 경우 추가 대책을 마련하기로 하는 등 지속적인 협의도 약속한 바 있다.

검단아파트의 경우, 책임공방이 모든 과정을 가로막고 있다. 전면재시공 절차도 난항이다. 지난 10일 국감에 출석한 임병용 GS건설 대표이사 부회장은 “(전면 재시공과 보상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고, 증인으로 함께 나온 이한준 LH 사장 역시 “충분한 진전은 없는 상태”라고 답했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입주 예정자들이 입게 된다.

검단 아파트 단지는 1666가구에 이른다. 특히 전체의 85%가 특별공급으로 분양돼, 신혼부부와 생애 최초 분양가구가 전체의 55%를 차지한다. 내년 5월까지 철거 승인이 이뤄지면 입주까지 4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원래 입주가 예정됐던 시기인 올해 12월보다 5년가량 입주가 늦어지는 셈이다.

입주 예정자들은 정부 차원의 피해 구제를 요구하고 있다. 입주예정자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가해 기업과 기관에 징벌적 손해배상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며 “인재로 발생한 사회적 재난임을 인정하고, 정부 차원에서 피해구제를 선행하고 차후 관련기관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 등을 포함한 특별법을 제정해 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토부는 부실 건축과 관련된 사회적 공론을 구상하겠다는 입장이다. 원 장관은 전날 국감에서 “LH와 GS가 자기 책임을 다하도록 감독자로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발주부터 설계, 시공, 감리 전반에 걸친 부실 건축 등을 체계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이달 중 제시해 전문가들과 관련 집단의 사회적 공론을 주도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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