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관석 “감사 표시로 100만원 봉투 20개 전달”...송영길 소환조사 불가피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23.10.15 14:05
  • 호수 17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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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봉투 받은 민주당 현역 의원 20여 명도 검찰 조사 받을 듯

“100만원이 들어있는 봉투 10개씩 2차례 총 2000만원을 받았다. 사실관계를 모두 인정하며 반성한다. 그러나 의원들을 매수한 것이 아니다. 의원들이 고생해서 ‘감사 표시를 하는 게 좋겠다’는 취지로 돈을 드린 것이다. 암 진단을 받은 아내의 보호자가 없는 상황이다. 또한 국민과 지역구민을 대표하는 선출직으로서 업무를 다해야 한다. 보석을 신청한다.”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불법 금품 살포·수수 의혹에 대한 10월10일 첫 공판에서 윤관석 의원(무소속)은 사실상 무죄를 주장하며 불구속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윤 의원은 2021년 4월 민주당 당대표 경선을 앞두고 송영길 전 대표의 당선을 위해 캠프 관계자들에게 두 차례에 걸쳐 현금 6000만원을 받은 후, 이를 봉투 20개로 나눠 민주당 의원 등에게 전달한 혐의로 기소됐다. 윤 의원은 “돈봉투가 오간 것은 맞지만 자신은 ‘전달책’에 불과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무소속 윤관석 의원이 8월4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근 녹취록’이 스모킹건 되나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사건은 3만여 개에 이르는 ‘이정근 녹취록’에 근거해 수사가 이뤄졌다. 이 전 사무부총장은 2016년부터 7년여간 휴대폰의 자동녹음 기능을 활용해 전화통화를 녹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녹취파일을 ‘이정근 10억원 수수 사건’ 수사 과정에서 확보했다.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은 각종 청탁의 대가로 사업가 박우식씨로부터 10억여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돼, 2심에서 징역 4년 2개월-추징금 약 8억9000만원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윤관석 의원이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과 같이 ‘협의’해 돈봉투를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재판부(서울고법 형사6-2부, 부장 박원철·이의영·원종찬)는 공범인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과 윤관석 의원 사건을 병합하고, 10월16일 이 전 사무부총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강래구 전 감사는 이정근 10억원 수수 사건에도 등장한다. 2020년 7월 박우식씨는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에게 “태양광 발전설비 제조·판매 회사인 D사가 한국수자원공사에 납품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청탁했다. 이에 이 전 사무부총장은 “강래구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가 정치적 동지이니 앞장서서 해줄 것”이라며, 강 전 감사를 알선해 주는 대가로 박씨로부터 15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서울중앙지검 반부패2부, 부장 최재훈)은 윤관석 의원 공판에서 구속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대범죄이며 증거인멸의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윤관석 의원이 지역사무실 문서를 파기하고, 압수수색을 앞두고 휴대전화를 바꾸는 등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 또한, 강래구 등과 압수수색에 대응하는 등 정보를 공유하자고 논의했다. 사실관계에 대해 자세하게 진술하지 않고 있다. 이것이 반성하는 태도인가.”

전당대회 동본투 의혹 사건의 최대 수혜자는 송영길 전 대표다. 송 전 대표 역시 검찰 수사와 기소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송 전 대표는 10월11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검찰범죄 카르텔 전체주의세력 규탄 농성’을 벌였다. 송 전 대표는 “9월27일 새벽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반부패2부) 검사, 수사관들이 용산에 있는 저희 집을 압수수색했다. 제 주변을 100번이 넘게 압수수색하더니, 이제는 저에게 정치자금 3자 뇌물 혐의를 씌워 저를 모욕하고 있다”면서 “3번째로 검찰청 앞에 온다. 검찰은 신속히 저를 소환조사해 사건을 종결 처리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달 안으로 송 전 대표에 대한 검찰 소환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6월7일 서울중앙지검에 두 번째 자진 출석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내 뒤에 송영길 있다…스폰해 달라”

송영길 전 대표는 이 외에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제3자 뇌물 혐의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정당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송 전 대표의 외곽 후원 조직인 ‘평화와 먹고사는 문제연구소’(먹사연)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먹사연이 2018~21년 폐기물 업체 대표인 박아무개 전 여수상공회의소 회장으로부터 8000여만원과 2억5000여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4000만원은 폐기물 소각장 확장과 관련된 인허가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로비 대가로 보고 있다. 여수 국가산업단지 내 소각 처리시설 증설이 가능하도록 송 전 대표에게 국토부 설득을 맡겼고 그 대가로 먹사연에 4000만원이 건네졌다는 것이다. 또한, 검찰은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출신 김아무개씨가 2021년 7~8월 청탁 내용을 국토교통부에 전달했을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의 10억원 수수 사건에도 송영길 전 대표의 이름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다음은 이 전 사무부총장에 대한 구속영장청구서·공소장·판결문 등에 송 전 대표가 나오는 대목이다.

“나(이정근 전 사무부총장)는 유력 정치인 송영길 국회의원의 측근이고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도 친하다. 송영길이 곧 당의 주도적 위치로 갈 것이니 내년에 있을 제21대 총선에서 서초구 공천을 따놓은 것은 다름없다…(중략)…내 뒤에 송영길 이런 분들이 있다. 나를 도와주면 나중에 사업적으로 많이 도와줄 테니 스폰을 해달라.”

송영길 전 대표에 대한 수사 외에도 동봉투를 받은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수사도 남아있다. 윤관석 의원이 전당대회 당시 살포된 금액에 대해 “100만원 봉투 10개씩 총 2차례”라고 법정에서 인정했기 때문에, 조만간 2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현역 의원들에 대한 조사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윤 의원은 “의원들의 표를 매수한 것이 아니라 수고한 의원들에게 감사를 표시하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 출신 변호사는 “2008년 7·3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고승덕 전 의원 등에게 300만원을 전달한 의혹이 제기됐다. 이 일로 박 전 의장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면서 “당시 수사는 고 전 의원 외의 다른 의원들에게 돈이 전달된 것을 입증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경우, ‘이정근 녹취록’이라는 물증이 존재한다.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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