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적’ 몰린 비명은 여전히 ‘소신’ 스탠스…“李, 잘한 것 뭐 있나”
‘총선 전초전’으로 여야가 총력을 쏟아 부었던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두 자릿수 득표율 차로 ‘압승’을 거뒀다. 정치권에선 이번 선거 결과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리더십도 재평가된 만큼, 민주당이 현 지도부 체제로 총선까지 직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대로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가결표 행사로 당내 질타를 받았던 비명(비이재명)계 인사들은 더욱 고립되는 분위기다.
국힘에 ‘두 자릿수’ 압승한 이재명…상승세 ‘날개’?
지난 11일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의 진교훈 강서구청장 당선인은 56.52%의 득표율로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39.37%)를 17.15%포인트 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관련해 이 대표는 들뜬 감정을 절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12일 개표 중 민주당의 승리가 유력해지자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 위대한 승리이자 국정실패에 대한 엄중한 심판”이라며 “정치의 각성과 민생 회복을 명하는 국민의 매서운 회초리”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번 선거는 이 대표가 구속영장 기각으로 사법리스크를 일부 해소한 상황에서 치러졌다. 그런 만큼 압승 결과는 이 대표의 상승세에 날개를 달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앞서 이 대표는 구속영장 발부는 물론, 당내 이탈표로 인해 국회 체포동의안까지 가결돼 치명상을 입은 바 있다. 이후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되면서 기사회생한 후, 단식 여파로 건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이번 선거를 계속 챙겼다.
이 같은 과정들을 통해 얻은 결과인 만큼, 이재명 지도부 체제로 총선까지 직행할 수 있는 동력이 생겼다는 평도 나온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석열 정권의 국정 폭주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라며 “앞으로 계속 현 지도부 체제로 민생을 챙기면서 민심을 꾸준히 살피면 내년 총선에서도 이번 선거와 마찬가지로 좋은 결과가 있지 않겠나”라고 기대했다.
계파갈등은 숙제…일각선 “비명 압박하면 총선 패망”
반대로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가결표 행사로 ‘역적’으로까지 몰렸던 비명계 인사들은 더욱 진퇴양난에 빠진 모습이다. 물론 이 대표는 최근 메시지를 통해 “보복 대신 단합” “당내 작은 차이를 넘어 단합하자”고 외치고 있지만, 강성 친명(친이재명)계는 비명계를 향해 이미 ‘가결표 색출’ 등 선전포고를 해놓은 상태다. 선거는 끝났지만 비명계 의원들에 대한 ‘징계 문제’ 등 당내 갈등 상황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셈이다.
특히 일부 비명계 의원들은 이번 선거 결과가 나온 후에도 이 대표 체제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조응천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승리에 도취해 ‘이재명 체제’로 이겼으니 내년 총선도 압승이라고 생각하면 민심 쇠몽둥이가 날아올 것”이라며 “(이 대표) 구속영장을 기각 받은 것 외에 직전까지 잘한 게 뭐가 있나. 외상값 오름, 수박 5적, 당내 분열(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원욱 의원도 민주당이 현 상태에 안주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이 혁신의 기회”라며 “민주당은 무너진 도덕성을 회복하기 위한 싸움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지난 11일에도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보궐선거 승리가 내년 총선에는 악재가 될 것”이라며 “당장 지도부 권한을 강화하는 데 일시적 도움은 되겠지만 페니실린 주사를 맞은 격이 돼 오히려 당이 현재 체제에 안주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태도 때문에 비명계 의원들을 향한 당내외적 탄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개딸(개혁의 딸)을 비롯한 이 대표의 강성지지층들은 당원 게시판과 커뮤니티를 통해 비명계 의원들을 향한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다. 민주당 국민응답센터에는 비명계 이상민·김종민·이원욱·설훈·조응천 의원을 직접 거론하며 징계를 요구한 청원도 올라와있는 상태다. 해당 청원은 당의 공식 답변 기준인 5만 명을 넘어섰다.
정치권에선 친명의 스피커가 과도하게 커질수록 내년 총선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재명 중심으로 뭉쳐서 가는 계기가 되겠지만 혁신 공천하지 않고 기고만장해져서 비명계를 험지로 보내거나 갈라내겠다고 하면 총선을 망치게 될 것”이라며 “이 대표도 단합을 메시지로 냈지만, 결국 암암리에 공천 탈락시키는 등 전면전에 나서지 않고 비명계를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