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대구은행이 고객의 동의 없이 1600여 개의 증권계좌를 부당 개설한 것으로 밝혀졌다. 금융감독원은 12일 대구은행 금융사고 검사 결과, 대구은행 직원들이 2021년 8월부터 지난 7월까지 고객 신청서 사본을 이용해 1552명 명의의 증권계좌 1662건을 무단으로 개설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 8월 외부 제보 등을 통해 불법계좌 개설 사안을 파악하고 검사에 착수했다. 무단계좌 개설에는 영업점 56곳의 직원 114명이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직원들은 고객이 직접 전자 서명한 A증권사 증권계좌 개설 신청서를 최종 처리 전 출력해 수정테이프 등으로 수정한 뒤 B증권사의 증권계좌를 추가로 개설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 과정에서 고객의 동의는 받지 않았다.

일부 직원은 고객에게 계좌 개설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고객의 연락처 정보를 허위 연락처로 변경했다. 고객이 증권사로부터 관련 안내를 받지 못하게 한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대구은행은 여타 금융 거래와 달리 증권계좌를 개설할 때만 담당 직원이 고객 연락처 정보를 변경할 수 있도록 운영하기도 했다. 허위 연락처 등으로 바꿔 고객들이 안내를 받는 것을 차단한 사례도 32건이나 됐다.

이들은 평가 실적을 올리기 위해 다수의 증권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은행은 2021년 8월 증권계좌 다수 개설 서비스를 개시하고 증권계좌 개설 실적을 영업점 핵심성과지표와 개인 실적에 확대 반영한 바 있다. 증권계좌 개설 업무와 관련해 위법 행위나 부당 행위를 방지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내부 통제 장치도 마련되지 않았다.

대구은행 증권계좌 부당 개설이 대규모로 벌어진 조직적 일탈로 확인되면서, 시중은행 인가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채용 비리, 비자금 조성 등 문제가 터진 바 있는 대구은행에 이번 사태까지 불거지면서 부실한 내부통제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전날 열린 국정감사에서 불법계좌 개설 등 대구은행의 일탈이 언급되자 “시중은행 전환 신청을 하면 법에서 정해진 사업계획 타당성, 건전성, 대주주 적격성 등을 보게 돼 있다”며 “이번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심사 과정에서 이런 점을 고려할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금감원은 이번 사고에 관련됐거나 내부 통제 소홀에 책임이 있는 임직원들에 대해 관련 법규에 따라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최근 잇따른 지방은행의 금융사고와 관련해, 지방금융지주의 자회사 내부통제 통할 기능 전반에 대한 별도 점검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조유빈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