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의 시간? 꿈틀대는 ‘反尹 보수 신당’ 창당설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10.16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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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 참패’ 예언한 李, 尹겨냥 “17개월간 오류 인정해달라”
공천 탈락 시 무소속 출마 가능성…“TK에서 생환 노릴 것”

‘강서 참패’를 두고 국민의힘 전‧현직 대표가 상반된 진단과 처방전을 내놓은 모습이다. 김기현 대표가 지도부 개편 카드를 빼들고 당의 혁신을 강조한 반면, 이준석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반성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맞섰다. 가뜩이나 ‘앙숙’ 관계인 이 전 대표의 독자 행보에 여당 지도부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 전 대표의 공천 탈락 가능성까지 언급되는 가운데 여권 일각에선 이 전 대표의 탈당 및 신당 창당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있다. ⓒ연합뉴스

눈물 쏟은 이준석, 외면하는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은 집권 이후 지난 17개월 동안 있었던 오류를 인정해달라.”

16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와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의 성의 없는 익명 인터뷰가 아니라 대통령의 진실한 마음을 육성으로 국민에게 표현해달라”며 이같이 요구했다. 감정이 북받친 이 전 대표는 눈물을 훔쳤다. 이어 “오늘의 사자성어는 결자해지다. 제발 여당 집단 묵언수행의 저주를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이 전 대표는 기자회견 뒤 기자들과 만나 이날 오전 발표된 당 지도부 임명직 인선에 “할 말은 많지만, 굳이 평가하고 싶지 않다. 지도부가 어느 정도 용기를 낼 수 있을지 많은 국민이 오래 지켜봐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바뀌지 않으면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에서 이길 방법은 없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전 대표의 돌발 기자회견에 여당 지도부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 전 대표에 기자회견 탓에 김기현 대표가 같은 날 밝힌 ‘3대 혁신 방안과 6대 실천 과제’ 선언이 묻혔다는 진단에서다. 친윤석열계 일각에선 이 전 대표가 당의 위기를 자신의 정치 재기 기회로 삼으려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TK(대구‧경북) 지역구의 여권 한 관계자는 “변화를 해도, 반성을 해도 김기현 지도부가 하는 것이다. 이준석 전 대표가 무슨 자격으로 당의 혁신을 주문하고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하나”라고 반문한 뒤 “어쩌다 숫자(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득표율) 하나 맞췄다고 기고만장해진 모습”이라고 비꼬았다.

안철수 의원은 나아가 이 전 대표의 제명까지 요구했다. 이 전 대표의 ‘내부총질’이 당을 더 수렁으로 빠뜨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안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준석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을 자기의 힘으로 만들었다는 독선에 빠져 갈등을 빚다 징계를 당하고도 방송 출연을 통해 당을 비아냥거리고 조롱하면서 내부 총질만 일삼는 오만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며 “이준석을 내보내기 위해 자발적인 서명운동에 동참해주신 1만6036명의 국민과 함께 당 윤리위원회에 이준석 제명 징계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16일 국회에서 이준석 전 대표 제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16일 국회에서 이준석 전 대표 제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천 불발 시 탈당? “李 TK 노릴 수도”

총선을 앞두고 이 전 대표와 정부 여당의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이 전 대표의 공천 탈락 가능성도 언급되는 모습이다. 당장 차기 총선 공천의 실무 작업을 총괄하는 신임 사무총장에 이만희 의원이 내정됐다. 이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당시 후보)의 수행단장을 지내 친윤계 복심으로 분류된다.

이 전 대표가 공천을 받지 못할 시 탈당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민의힘 배지를 떼고 출사표를 던지는 시나리오다. 실제 원외의 개혁 보수 성향 일부 인사들은 이 전 대표를 구심점 삼아 신당을 만드는 작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전 대표의 의사와 무관한 움직임이지만, 그만큼 이 전 대표와의 연대를 원하는 세력이 적지 않은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전 당직자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전직 의원들이 ‘이준석 신당’ 시나리오를 만들고 있다. 들어가는 비용, 지역별 당직자 구성 등 실무까지 검토하고 있다”며 “이 전 대표도 이 같은 연대 의사를 직‧간적접으로 전달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전 대표의 결단만 남은 셈”이라고 전했다.

이준석 대표 시절 당 대변인을 지낸 신인규 정당바로세우기 대표는 이날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이 전 대표는 일단 당내에서 공간을 열어보고 싶을 것”이라면서도 “만약 한계에 부딪혀 ‘이제 이 당에는 희망이 없다’는 진단이 나오면 남은 길은 탈당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선 이 전 대표가 ‘바른정당 실패’ 경험 탓에 창당을 꺼려할 것이란 추측도 제기된다. 이 경우 이 전 대표가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보수 텃밭인 TK에 도전장을 던진 뒤 친윤계 후보를 낙선시키고 국회로 생환하는 시나리오다. 실제 이 전 대표는 지난 2일 ‘2023 대구 치맥 페스티벌’에서 기자들과 만나 2024년 총선 출마와 관련 “제가 다른 선택을 해서 만약에 대구에 가서 ‘정정당당히 겨뤄보자 한다’ 하더라도, 가장 나쁜 놈을 골라서 붙어야 한다”고 밝혔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눈물을 흘리며 기자회견까지 했는데, 당 선택에 순응하는 건 용기있는 청년 정치인의 자세가 아니다”라며 “(공천에서 탈락한다면) 이 전 대표가 탈당해서 윤석열 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울 것이다. 다만 신당은 쉽지 않고, 탈당해서 TK에서 무소속 출마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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