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킹크랩이면 뭐하나”…장바구니 물가는 연일 고공행진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10.18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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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크랩 가격, 한 달 만에 반값으로 하락…한우도 전년比 15%↓
밥상 물가는 줄줄이 상승…중동 정세 위기에 물가 안정 ‘빨간불’
최근 한우와 킹크랩 가격이 눈에 띄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 연합뉴스
최근 한우와 킹크랩 가격이 눈에 띄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 연합뉴스

‘반값 킹크랩’과 ‘반값 한우.’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달군 두 음식이다. 킹크랩이나 한우는 평소 비싼 값을 주고 사먹어야 하는 터라 대표적인 고가의 식재료다. 그런 두 품목의 가격이 이달 들어 크게 떨어졌다는 소식이다.

18일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전날 기준 1등급 한우 등심 1당 소비자가격은 9만2760원으로, 1년 전 10만8510원보다 15%가량 저렴해졌다. 소고기 가격은 지난해까지 10만~11만원 선을 오가다, 올해 들어 9만원대로 떨어졌다. 지난 여름엔 8만2000원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수입 소고기(냉동갈비 100g당) 가격도 미국산과 호주산 모두 1년 전보다 10%가량 하락했다.

ⓒ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
1등급 한우 등심 1㎏당 소비자가격 변동 흐름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

업계에 따르면, 소고기 가격 하락의 주원인은 ‘공급 과잉’에 있다. 소고기 수요가 늘어난 동시에 기후 변화 영향으로 사육비용이 상승하면서, 농가들이 적극적으로 소를 내다팔았다는 분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한우 도축량은 올해 94만5000마리를 기록한 후 내년까지 101만4000마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내년까지 소고기 가격 하락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킹크랩 가격 역시 한 달 만에 절반가량 떨어졌다. 전국 수산시장 시세 비교 플랫폼인 인어교주해적단에 따르면, 러시아산 레드 킹크랩 가격은 이날 기준 1당 6만원이다. 지난 9월까지 같은 품종의 가격이 11만~12만원 선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반값’으로 뚝 떨어진 셈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북미권 국가들이 러시아산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면서, 반사이익으로 한국에 공급이 늘어난 영향이다.

레드 킹크랩 1㎏당 시세 변동 흐름 ⓒ 인어교주해적단

킹크랩은 ‘반값’이어도…“밥상엔 올릴 게 없다”

그러나 서민 장바구니 물가는 반대로 고공행진 중이다. 특히 올 가을 김장철을 앞두고 김장 재료 가격이 크게 올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날 기준 배추 소매가는 한 달 전보다 20% 올랐고, 대파와 쪽파 가격도 20~25% 올랐다. 김장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소금과 고춧가루 가격은 1년 전 대비 각각 50%와 15%씩 뛰었다. 특히 소금은 김치 이외에도 거의 모든 음식에 쓰이는 양념인 터라, 주부나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부담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설탕과 우유 값도 크게 올라, 이른바 ‘슈가플레이션과 ‘밀크플레이션’ 우려도 커졌다. 이달부터 유가공업체들은 흰 우유 제품 가격을 5~9% 일제히 올렸다. 또 기후변화 영향으로 설탕 공급이 크게 줄어들어, 국제 설탕가격은 평년보다 70% 넘게 뛴 상황이다. 설탕과 우유는 빵 등 주요 식품의 필수 원재료여서 다른 식품 가격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관측된다.

대표적인 서민음식의 가격들도 줄줄이 올랐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지역 짜장면 한 그릇 가격은 처음으로 7000원을 넘어섰다. 1만2000원대였던 냉면은 1만3000원대가 됐고, 삼겹살 1인분(200g) 가격은 1만9200원대가 됐다. 여기에 맥주 출고가도 올라 소주 등 다른 주류의 연쇄 가격 상승까지 우려된다.

올 2분기 자영업자 가구가 이자 비용과 세금 등을 제외하고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이 약 2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고물가·전기요금 인상이란 잇단 악재 속에서 지난해 엔데믹(경제활동 재개)으로 소득이 많이 늘어난 기저효과도 영향을 미쳤다. ⓒ 연합뉴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월부터 두 달 연속 3%대를 기록했다. ⓒ 연합뉴스

“10월부터 물가 안정” 공언했는데…이‧팔 전쟁에 물가 관리 ‘빨간 불’

당국은 애초 10월부터 물가가 안정될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 여름 폭우와 태풍 등 계절적 요인에 더해 국제유가가 100달러 가까이 치솟은 영향으로, 소비자물가는 8월과 9월 연속 3%대 상승률을 보인 바 있다. 이후 10월 들어서는 계절적 요인이 완화돼 물가가 안정될 것이란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 목표치는 연 2%대 상승률이다.

그러나 갑작스레 발생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 탓에 물가 안정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한 때 국제유가는 80달러 초반까지 내려가는 등 안정세를 보였지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후 다시 90달러대로 올라섰다. 이 지역 위기가 중동 전체로 확산할 경우 원유 수급에 차질을 빚어 국제유가가 최고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에너지값이 급등하면 국내외 물가에 줄줄이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일각에선 국내 소비자물가가 4%대로 올라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일단 당국은 눈앞에 놓인 김장철 물가 안정을 위해 시장에 배추 2200톤을 공급하고, 천일염은 1000톤의 물량을 절반 금액에 공급하기로 했다. 기름값의 경우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 “에너지 수급이나 금융‧실물 부문에 대한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상황에 따라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될 우려가 있어,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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