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테슬라 ‘형님’의 어닝쇼크…위기의 2차전지株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10.19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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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3분기 순이익 44% 급감에 투심 꺾인 K-배터리

19일 개장한 국내 증권시장에서 2차전지 테마주들이 줄줄이 파란불을 마주했다. 간밤 뉴욕 증시에서 테슬라 주가가 ‘어닝 쇼크’ 영향으로 급락한 데다, 최근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 고조로 투심이 위축된 결과로 풀이된다.

한 때 테마주 열풍의 중심에 섰던 2차전지 종목들은 최근 약세를 면치 못하는 분위기다. 고금리 장기화 전망에 더해 배터리 수요 하락에 따른 개별 기업의 수익성 악화 탓에, 투심이 빠르게 꺼지고 있어서다. 시장에선 2차전지주들의 회복 가능성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18일(현지 시각) 올해 3분기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 AP·연합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18일(현지 시각) 올해 3분기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 AP·연합

테슬라 어닝쇼크에 K-배터리株 ‘추풍낙엽’

18일(현지 시각) 테슬라는 올해 3분기 순이익이 전년보다 44% 하락한 18억5300만 달러(약 2조5108억)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영업이익률은 7.6%로 지난해 동기(17.2%) 대비 절반 넘게 줄었다. 매출은 233억5000만 달러(약 31조6400억원)로 지난해 동기보다 9% 늘었지만, 시장 전망치(241억 달러)에는 미치지 못했다. 같은 날 테슬라 주가는 5%가량 폭락했다. 실적 발표 이후에는 시간 외 주가가 4%가량 더 빠졌다.

테슬라의 수익에 대한 시장의 전망은 밝지 않다. 테슬라는 올해 1월부터 공격적으로 가격을 내려왔는데, 그만큼 이익률이 떨어지면서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테슬라의 실적 부진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뉴욕 증권시장에선 테슬라의 목표주가를 줄줄이 하향해, 253달러 수준(월스트리트저널 집계치)으로 낮춰 잡았다. 현재 테슬라 주가는 목표주가보다 한참 낮은 242달러 선이다.

테슬라는 전기차 업계 선두주자이기에, 국내 배터리 업계의 ‘큰 형님’으로 통한다. 테슬라의 실적에 따라 국내 배터리 업계의 수주 컨디션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테슬라의 주가 향방과 국내 2차전지 소재주의 주가는 연동되어 왔다. 때문에 간밤 테슬라 실적 발표 이후 19일 개장한 시장에선 2차전지주들이 2~5%씩 하락하는 등 줄줄이 약세를 보였다.

국내 2차전지 소재주 가운데 대표주로 꼽히는 에코프로는 이날 장중 80만원 선이 무너졌고(-3.77%), 에코프로비엠은 23만8500원(-4.40%)까지 내려갔다. POSCO홀딩스는 47만8000원(-4.40%), 포스코퓨처엠은 31만6000원(-5.38%)까지 떨어졌다.

미국이 자국의 제조업 강화를 위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행한지 1년째인 지난달 16일 서울 시내 한 전기차 충전소에 충전 중인 전기차들이 주차돼 있다. ⓒ 연합뉴스
10월 들어 국내 2차전지 소재주들의 주가가 고점 대비 30~50% 가량 빠졌다. ⓒ연합뉴스

‘황제주’ 명성 어디가고…줄줄이 ‘파란불’

올 여름 에코프로가 ‘황제주(주당 가격이 100만원 이상인 주식)’에 등극할 정도로, 2차전지주는 증권시장의 ‘핫’ 키워드였다. 그러나 분위기가 바뀐 것은 지난 9월부터다. 3분기 실적 악화 우려가 고개를 들면서다. 에코프로의 경우 지난 7월26일 기록한 고점(153만9000원) 대비 현 주가가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다른 종목들 또한 고점 대비 30~40% 가량 빠진 상태다.

전문가들은 2차전지 소재주의 반등이 당분간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전기차 판매량이 주춤한 가운데 중국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양극재 시장에 진출하자, 국내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이 하락하고 있어서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 시장 내 국내 배터리 셀 업체들의 점유율 하락으로 전기차 배터리 셀 수요가 당초 예상보다 부진했다”며 “양극재 판가는 내년 1분기까지 점진적인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3분기 실적을 발표한 2차전지 대표 종목들은 줄줄이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 13일 직전 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60%, 매출액은 5.4%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에코프로는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68.9% 떨어졌다고 공시했다.

목표주가는 줄줄이 하향됐다. 주요 증권사들은 에코프로 목표주가를 30만~35만원에서 20만~27만원 선으로 낮춰 잡았다. 개별 기업의 수익성 악화와 더불어, 최근 고물가 우려에 고금리 장기화 전망, 중동 전쟁 위기까지 더해진 영향이다.

다만 일각에선 2차전지주의 회복 가능성과 관련한 낙관론이 나온다. 장기적으로 볼 때 전기차 판매량은 더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2차전지 소재주 가격이 3분기에 저점을 찍은 후 4분기부터 본격 반등을 시작할 것이란 예측이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테슬라의 사이버트럭과 모델3, GM의 얼티엄플랫폼 등 신차 사이클이 시작되고 소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부진했던 전기차 판매량 회복세가 본격화할 것”이라며 “고유가에 따른 높은 디젤 가격 탓에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이 더 높아질 수 있는 환경이란 점도 전기차 수요에 긍정적 요인”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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