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시 공무원 '행정 갑질'에 대규모 도시정비사업 수년째 답보
  • 염기환·안은혜 경기본부 기자 (sisa216@sisajournal.com)
  • 승인 2023.10.26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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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측근 P씨, "대관업무 빌미로 금전 요구"
조합 측 "대표 교체 요구, 명백한 부당개입"

경기 구리시의 '행정 갑질'로 주민들의 숙원사업인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이 수년 간 지연되고, 진행중인 사업까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백경현 시장 측근을 내세운 모 업체 대표는 재개발 조합을 기웃거리며 '대관비' 명목으로 수십 억원을 받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구리시청 전경 ⓒ구리시 제공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구리시는 지난 2001년 그린벨트에서 해제된 '딸기원 지구(약 5만8000평)'를 2005년 지구단위계획에 포함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2007년 8월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중간에 추진위원장 교체와 일부 정비구역 미지정 등으로 돌파구를 찾지 못해 난관에 봉착했지만, 지난 2016년 딸기원1지구재개발정비사업설립추진위원회(추진위) 위원장이 새로 선출되면서 사업 추진이 빠르게 진행됐다.

민선6기 시장이기도 했던 백경현 시장 역시 딸기원 지구 주민들에게 재개발 지정을 약속하는 등 힘을 보탰다.

2018년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동의서 징구 절차가 시작되고, 추진위는 사업 속도를 내기 위해 2019년 4월까지 세대수의 70%에 달하는 주민의 동의를 얻어 구리시에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 정비구역 내 건축업자들이 '건물 분양을 위해 정비구역지정을 늦춰달라'며 추진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정비구역지정이 무산되는 상황이 벌어졌지만, 딸기원1지구 재개발정비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는 올해 4월 정비구역 재지정을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이번에는 난데없이 구리시가 "100% 주민동의서를 받아오라”, “조합장을 덕망있는 대표로 교체하라"고 요구하며 시간을 끌었다. 추진위 측에서 무리한 요구라며 난색을 표명한 후 공교롭게도 지난 8월29일 정비계획 입안이 반려됐다.

추진위 측은 구리시 담당 공무원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지인을 조합장에 앉히려다 뜻대로 되지 않자 정비계획 입안을 반려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조합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입안권자인 시장이 우리가 제출한 서류만 검토하면 되는데 대표 교체와 100% 주민동의서 제출을 요구하는 것은 명백한 부당개입이며 행정 갑질"이라고 토로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딸기원 재개발 지구뿐만 아니라 이미 민간개발이 진행중인 인창C구역과 수택E구역도 조합장 교체, 상가설계변경에 대한 구리시의 '행정 갑질' 등으로 사업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자신이 백경현 시장의 측근임을 내세운 박아무개씨가 대관업무를 해주겠다며 조합 측으로부터 수십 억원의 '뒷돈'을 요구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씨는 구리시에서 도시계획 및 조경설계를 주 사업으로 하는 사업체 대표로 확인됐다. 

박씨에게 돈을 건넸다고 주장하는 조합측 관계자는 "입안권자(구리시장)가 이런 내용들을 모를리 없다"며 "인허가 과정에서도 관계 공무원들과 이해관계자들 간의 유착의혹이 나온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박씨는 "용역비로 계약금과 기성금을 두 차례 받은 사실은 있지만 추가로 돈을 요구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유착 의혹에 대해서는 "구리시에 돌고 있는 소문과 보도로 인해 공무원들에게 '행실을 어떻게 하고 다니냐'며 싫은 소리도 듣고 나서 지금은 시청출입도 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기도는 구리시 공무원의 행정 갑질 및 시장 측근 비리 의혹 등에 대한 현미경 감사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딸기원조합추진위는 백경현 구리시장, 측근임을 내세운 박모씨, 해당 공무원 등을 재개발 사업과 관련해 직무유기, 협박, 유착 의혹 등의 혐의로 형사고소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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