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기의 과유불급] 집권 세력이 기사회생하는 법
  • 전영기 편집인 (chunyg@sisajournal.com)
  • 승인 2023.10.27 09:05
  • 호수 1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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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 세상 변화를 보면서 선거의 힘을 실감한다. 독단적 태도와 국민 설득을 경시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판받던 윤석열 대통령의 언행이 조금 바뀐 것 같으니 말이다. 코만치 인디언의 피가 섞인 미국계 한국인이자 전라남도가 고향인 인요한 박사를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에 앉힌 것도 일단 관심 끌기에 성공했다. 그러나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고 근본에 진심과 정성, 절박함과 자기희생이 있어야 국민 감동을 주는 법이다. 집권 세력의 이 정도 변화로 유권자 마음이 움직이진 않을 것이다. 더구나 선거에서 표로 연결되려면 구체적인 조치와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알라 카리스 에스토니아 대통령과의 한·에스토니아 정상회담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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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처럼 사라지는 듯, 국민의힘 제1당의 꿈

최근 필자는 선거 전문가들과 함께 내년 총선 예상 의석수를 집권당에 상당히 호의를 베푸는 방식으로 계산해 보았다(국회 의석수는 비례대표를 포함 총 300석, 현재 여야 양당 의석수는 113대 168). 그 결과 아무리 잘 봐줘도 국민의힘은 136~141석 정도 나왔다. 서울 지역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이 25% 수준으로 급락한 게 결정적이었다. 현재 여야 18대 103으로 분포된 수도권 121석 중 국민의힘은 약 1/3 즉, 40석을 얻어보려 했는데 그 목표는 접어야 할 것 같다. 반면 민주당의 예측 의석은 보수적으로 잡아 148~153석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국민의힘 제1당의 꿈은 연기처럼 사라지는 듯하다.

선거에서 반전은 어떻게 이뤄지는가. 대명천지, 비밀이 별로 없는 세상이 되었으므로 대단한 묘수가 있을 리 없다. 윤 대통령이 보선 참패 후 언급했듯이 “국민이 무조건 옳다”는 정신으로 그저 민심의 흐름을 따라가면 되지 않을까. 대략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기본을 실천한다면 집권 세력이 살아날 구멍을 발견할지 모른다.

우선 윤 대통령이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만나는 것이다. 그렇다고 ‘범죄혐의자 이재명’에게 면죄부를 주라는 얘기가 아니다. 피고인 이재명의 사법적 처리는 재판정에 맡기고, 대통령은 제1야당 대표를 정치적으로 만나 현안을 타개해야 한다. 타협할 건 타협하고 ‘의대 정원 확대’같이 국민에게 이익이 생기는 합의안을 도출한다면 박수를 받을 것이다.

둘째,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생각은 달라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라는 말마따나 유승민·이준석 등을 끌어안아 수도권 전선의 험지에 투입하는 것이다. 집에 불이 났으면 아는 사람들이 다들 달려와 불을 끄는 법이다. 그들을 전략공천하는 것 자체가 명분이다. 억지 설명을 붙이려 하거나 사과를 받네 마네 하는 소리도 할 필요 없다. 유승민 전 대통령 후보를 서울의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 지역에서 맞붙게 하면 수도권 총선전의 빅이벤트가 될 것이다.

 

유승민을 정청래 지역에 공천…김기현은 불출마 선언을

셋째, 공천 과정과 결과에 감동이 있어야 한다. 총선 드라마에 도움이 안 되는 영남권 다선 중진들을 정리하기 위해 김기현 대표가 적절한 시점에 울산시 지역구 불출마 선언을 하면 어떨까. 지탄받는 현역 의원들을 논개처럼 끌어안아 내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2020년 4월 총선에서 전대미문의 180석, 압도적 다수 의석을 얻은 당시 집권 민주당의 승리 뒤엔 이해찬 대표의 불출마 선언이 있었다. 그는 자기희생을 불쏘시개 삼아 당내 현역을 20명 가까이 주저앉혔다. 이해찬은 세종시 지역구를 포기함으로써 공천 공정성 문제를 말끔하게 씻어냈다. 대표로서 오히려 더 큰 권위와 권한을 행사했다.

이상 세 가지 조치는 집권 세력이 내년 생존을 위해 취할 최소한이라고 생각한다. 최소한이라 해도 윤 대통령이나 김 대표가 막상 결행하려면 크게 망설여지고 부담스러울 것이다. 성공을 위해 하고 싶은 것도 하지 않고, 하기 싫은 것도 하는 게 전략적 마인드다. 어떤 선거도 전략 없이 이기는 경우는 없다. 윤 대통령은 대선 승리 때 전략적 선택을 했었다.

전영기 편집인
전영기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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