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돈 빼서 선거 치르겠다는 게 민주당 예산 전략인가 [쓴소리 곧은 소리]
  • 김원식 Georgia State University 객원교수, 건국대 명예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10.27 16:05
  • 호수 1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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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부채 1079조원, 국가채무비율 58.6%인데 추경 타령하는 야당
“부채는 지옥까지 따라온다”…말이 무상이지 다음 세대가 전액 갚아야

올해 정기국회에서 국정감사 기간(10월10~27일)이 끝나면 10월30일부터 내년도 정부예산안과 법안 심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6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35조원 규모의 추경 편성을 요구했고 민주당의 추경 요구가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2024년도 예산에서 경기 부양을 요구하는 무절제한 예산 편성과 지출 관련 무더기 법안 독재가 우려된다. 기획재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은 올해보다 2.3% 증가한 것으로,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의 예산이고 올해 물가상승률이 3.5% 수준일 것으로 예상되는바 사실상 축소 예산이다.

야당이 추경과 예산 증액을 요구하고 정부·여당이 재정의 절박함을 호소하고 있으니 서로 칼자루를 거꾸로 쥐고 있는 형국이다. 지금 야당이 집권하던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무절제한 재정지출이 일어났다. 정부채무를 340조원 늘려 국가채무비율이 2018년 40%에서 현재 58.6%로 높아졌다. 그들이 만든 무상복지 시리즈는 법제화되어 앞으로 계속 의무지출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말이 무상이지 전액을 다음 세대가 반드시 상환해야 할 부채로 누적될 운명이다. 부채는 아무리 적어도 알아서 떨어져 나가지 않고 ‘지옥’까지 따라가는 속성이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월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공무원·군인연금 부채 합치면 2326조원

기준금리가 2020년 0.5%대에서 올 10월 현재 3.5%까지 7배 상승한 고금리 자본시장에서 국채 평균 조달 금리는 2021년 1.79%에서 지난 9월 3.84%로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올해 말에는 4%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경우 국고채 잔액에 대한 이자는 30조8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국회예산정책처는 추정하고 있다. 국채 이자 부담의 폭증을 감내해야 하는 정부는 세수에서 이 금액만큼 따로 떼어 먼저 지출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0%대 이자율 시대에 무상 국채를 사실상 제한 없이 발행했지만 윤석열 정부는 이러한 재정 난맥을 어떻게든 ‘설거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9월말 세계경제의 큰 관심을 끌었던 미국 셧다운 위기의 근저는 바로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의 국채 이자 부담을 억제하려는 노력이었다. 고금리로 올해 미국 정부가 지급해야 하는 국채 이자는 840조원으로 사상 최대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연방정부 세수의 13.8%에 해당되는 금액이다. 일정 수준 이상으로 국가부채가 증가하면 이자 부담이 너무 커져 스노볼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정부가 실행예산을 늘리지 않아도 누적적자가 계속 증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진정한 국채 위기는 적자재정은 물론 미래 국가채무를 포함한 국가부채비율이다. 올해 7월말 기준 국가채무는 1079조8000억원이지만 앞으로 국가가 부담해야 할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의 충당 부채 등을 포함한 국가부채는 작년에 이미 2326조2000억원으로 국가부채비율이 108.1%나 된다.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가 적용해야 할 선진국의 채무비율과 같은 개념이다. 이것도 사실 잠재적 국민연금 부채나 기초연금의 국채화 등이 포함되지 않아서 과소평가된 것이다.

민주당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국가채무비율이 훨씬 낮은 수준이라고 하지만 선진국은 국민연금이나 공무원연금 등이 부과방식(pay-as-you-go method)으로 운영돼 미래 부채가 없다는 점에서 비교 대상이 아니다. 문제는 정부가 추정하는 국가부채는 국민연금 지급을 위해 필연적으로 부담할 수밖에 없는 연금 적자를 포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예산으로 재원이 조달되는 기초연금의 미래 지급액도 국가부채에 포함되어야 한다. 보건사회연구원은 기초연금 지급에 올해 22조5000억원, 2050년 122조원, 2080년 312조원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가부채 관리가 절실한 또 다른 이유는 코로나19 이후 침체기에 들면서 가계부채와 기업부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3년 8월말 가계부채는 1887조원, 기업부채는 1915조원이다. 낮은 금리 시기에 형성된 부채는 고금리로 사실상 상환불능 상태에 접어들고 있다. 가계가 파산하고 기업이 좀비화하면 국가재정이 이를 뒷받침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안정적 국가채무비율은 민간경제를 떠받치는 주춧돌이 되어야 한다.

 

성장률 높이고 국채비율 낮추는 데 집중해야

이제는 앞서 언급된 광의의 국가부채 증가를 억제하면서 성장률을 높여 국가채무비율을 낮추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첫째, 국민연금의 조기 개혁을 통해 수지균형을 지향해야 한다.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때 국민연금의 부과방식(pay-as-you go) 보험료율은 3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단순하게 보면 현재의 연금 가입자들은 3분의 1 가격으로 국민연금이라는 금융상품을 구매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기초연금 지출이 증가하면 그만큼 다른 예산들을 축소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가 예산 정책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초연금 재원을 조달하기 위한 기초연금세를 징수해야 한다.

셋째, 공무원연금은 공무원 보수의 일부다. 재직 시 지급해야 할 급여를 연금으로 지급하는 성격도 있다. 공무원연금의 적자보전금을 줄이는 노력으로 공무원 정원을 줄여야 한다. 공무원 정원이 늘어나면 공무원연금에 대한 보전금 부담도 늘어나고 국가부채로 누적된다. 문재인 정부는 5년 동안 10만 명의 공무원을 증원했다. 따라서 대폭 늘어난 공무원 정원을 감축하고 인력 절감형 행정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민간에서도 수행할 수 있는 기능은 과감히 민간기관으로 전환해야 한다. 시장에서 경쟁하게 함으로써 행정 서비스의 효율화를 제고해야 한다.

내년 총선에 대비한 민주당의 예산 전략은 문재인 정부의 무상복지 예산을 우선적으로 되살리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 돈을 빼서 선거를 치르고 이를 자신들의 치적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노인 빈곤, 저출산, 그리고 청년 실업 등에 대한 무절제한 정부 지출은 거의 모든 부문에서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켰다. 기초연금이나 노인생계비 지원은 노인들의 사회의존도를 높이면서 유한계급(leisuer class)화하고 있다. 출산 및 육아비 지원은 다다익선의 지원을 요구하며 0.7대 합계출산율을 더 낮추고 있다.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청년수당은 청년을 백수로 만들면서 취업 재수와 공시족을 양산하고 있다. 지출만능주의는 이러한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

국민이 받는 무상지원금은 그들의 욕구를 증대시키지 못한 채 가격 인상으로 복지 공급업자들의 배만 불린다. 이는 결국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전체 국민 생활을 피폐하게 한다. 국민이 받는 무상복지가 허상임을 인식할 때쯤 국가경제는 이미 몰락으로 기울어 돌이킬 수 없게 되고 연간 140% 물가상승률을 낳는다는 것이 ‘아르헨티나의 교훈’이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원식 Georgia State University 객원교수, 건국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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