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딸들은 ‘非明 살해’ 협박하는데…이재명은 “나도 문자폭탄 많이 받아”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10.27 10:4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총알 한발 있다면 매국노 처단”…이원욱 지역구에 살해 위협 현수막까지
非明, 이재명 결단 촉구…지도부 “소수의 일탈“ “일일이 통제하기 어려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띄운 ‘통합’ 메시지에도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강성지지층의 비명(비이재명)계를 향한 공세가 더욱 거칠어지는 분위기다. 비명계 의원들은 이재명 대표의 제지가 적극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다만 당 지도부는 ‘소수의 일탈’로 치부하고, 이 대표도 “저도 문자폭탄을 많이 받았다”면서도 구체적 행동에 나서지 않고 있다.

각종 매체 보도에 따르면, 지난 24일 이원욱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이 있는 경기 화성시 동탄 시내엔 ‘민주당 내의 검찰독재 윤석열의 토착왜구 당도5 잔당들’이라는 대형 현수막이 붙었다. 이 현수막엔 이 의원을 비롯해 윤영찬·박용진·박광온·설훈·김종민·이상민·송갑석·조응천 의원의 머리에 깨진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을 뜻하는 은어)을 씌워 합성한 사진도 포함됐다.

특히 현수막엔 “나에게 한 발의 총알이 있다면 왜놈보다 나라와 민주주의를 배신한 매국노를 백 번 천 번 먼저 처단할 것이다”라는 살해 협박성 문구도 있었다. 이 문구는 김원웅 전 광복회장 등이 친일 적폐 청산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백범 김구가 남긴 말이라고 인용해 유명해진 바 있다.

현수막을 붙인 이 대표의 지지자들은 이원욱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도 과격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본인들을 민주당 권리당원이라 소개하며 “죄 없는 이재명 대표를 사퇴하라고 한 이원욱은 물러나고 석고대죄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이들은 사무실에도 난입해 “왜 사무실에 이 대표의 사진 하나 없냐. 이원욱 이 자식아, 네가 민주당 국회의원이냐”라며 난동도 피웠다.

이와 관련해 이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체포동의안 부결을 선동한 의원들과 그에 동조한 개딸의 행패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앞서 지난 9월에도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가결사태 직후 강성지지층의 비명계를 향한 살해협박이 나온 바 있다. 한 40대 남성은 비명계 의원을 향해 살해협박을 했다가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24일 경기 화성시 동탄구 시내에 걸린 강성지지층의 대형 현수막 ⓒ유튜브 캡처본
24일 경기 화성시 동탄구 시내에 걸린 강성지지층의 대형 현수막 ⓒ유튜브 캡처본

이런 상황에 대해 비명계 조응천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말로는 체포동의안 표결 과정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말자 그러는데, 강성 지지자들의 행위야말로 당의 통합을 저해하는 굉장히 심한 행위”라며 “여기에 대해서는 왜 아무 얘기도 안 하고 제지도 안 하고 그냥 놔두냐”고 비판했다. 이어 “겉으로는 포용하는 것처럼 하면서 뭔지 모르겠다. 민주당이 망가지고 있다”고 이 대표를 직격했다.

비명계 의원들은 이 대표가 강성지지층을 향해 결단을 내려야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홍영표 의원은 26일 진행된 비공개 오찬 간담회에서 “테러 수준에 가까운 공격을 당이 방치한다”며 “이 대표가 구체적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거듭 요구했다. 이상민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남은 1발의 총알’ 운운은 너무 부끄럽고 소름 끼칠 지경”이라며 “이 대표는 수수방관하고 있을 건가, 아니면 즐기고 있는 건가. 통합? 헛웃음이 난다”고 비난했다.

반면 당 지도부는 극히 소수의 일탈일 뿐이라며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이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지난 25일 YTN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이 대표가 이미 여러 차례 극단적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조치하겠다고 말씀하셨다”며 “실제로 강성 지지달의 극단적 행위들이 상당히 잦아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의 일탈을 가지고 마치 당내 당원들 전체의 뜻인 것처럼 표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 대표도 ‘가결파 징계에 대해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말라’고 발언한 이후 강성 지지자들로부터 문자 폭탄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26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이 대표도 굉장히 답답해한다”며 “이 대표가 웃으면서 제게 문자를 보여주며 ‘나한테도 문자가 너무 많이 온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어 “당원들의 행동을 대표나 지도부가 일일이 통제하기가 참 쉽지 않다”며 “이 대표에 대한 불신으로 ‘대표가 강성 지지층의 공격을 묵인한다’는 오해가 커졌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