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법안]GD·이선균도 연루된 ‘마약 전쟁’…‘위장수사’ 카드 통할까?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10.28 12:0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회에 잠든 마약류 법안 33개…잠입수사 제한 풀고 적극 수사 가능
전문가도 위장수사 환영…일각선 ‘종합 마약관리시스템’ 마련도 촉구
지난 1~2월 마약사범은 지난해 같은 기간(1964명) 대비 32.4% 늘어난 2600명으로 집계됐다. ⓒ 시사저널 임준선
지난 1~2월 마약사범은 지난해 같은 기간(1964명) 대비 32.4% 늘어난 2600명으로 집계됐다. ⓒ 시사저널 임준선

연예계에 ‘마약 파동’ 핵폭탄이 떨어진 분위기다. 아카데미 4관왕을 차지한 영화 《기생충》의 배우 이선균에 이어 아이돌 그룹 빅뱅의 지드래곤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연달아 입건됐다. 이들 외에도 방송인 출신 작곡가 등의 마약 투약 의혹에 대해 경찰이 내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업계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특히 외신들도 이번 사태에 집중하면서 K-연예계에 망신살까지 뻗친 모습이다.

마약의 유혹은 비단 연예계뿐 아니라 사회 일상에도 침투한지 오래다. 마약범죄 수법도 대담하지고 마약에 중독된 사람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는 분위기다. 19일 대검찰청이 공개한 2023년 8월 마약류 월간동향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국내에서 마약류 사범으로 단속된 사람은 작년 동기(1만2230명) 대비 48.7% 증가한 총 1만8187명이었다. 이는 작년 전체 단속 인원(1만8395명)에 육박하는 수치다.

특히 청소년 마약범죄도 심상치 않다. 최근 SNS를 통한 주문부터 암호화폐로 대금 지급, 비대면 배송까지 다양한 통로로 청소년들도 쉽게 마약에 접근할 수 있다. 특히 연예인과 고위층 자제들의 각종 마약사건이 연일 보도되며 청소년들의 경각심도 무너지고 있다. 10대 청소년 마약 사범은 올해 8월까지 875명으로 이미 작년 한 해 481명의 두 배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119명)에 비하면 635%나 늘어난 셈이다.

이 같은 마약과의 전쟁에 정치권도 급하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회에는 현재까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총 33개 계류돼있다. 해당 법안들 중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일부 법안은 마약범죄 관련 위장수사 도입 등의 내용도 담고 있다. 현행 제도 내에선 마약류 범죄에 대한 잠입수사가 제한돼, 수사기관이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서지 못하는 한계가 있어서다.

현재 미국과 독일 등의 선진국에서도 마약류 범죄 수사를 위해 신분을 위장하는 위장수사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며 국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도 신분위장 수사를 허용하고 있다. 이에 강 의원 등의 개정안도 수사기관이 수사의 종류·목적·대상·기간 등을 서면으로 기재해 법원에 신청서를 제출하고 허가받아, 신분위장 수사를 도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외에도 마약류 매매나 투약이 적발된 유흥·단란주점과 모텔 등의 업주에게도 행정처분을 내리도록 하는 법안도 발의돼있는 상태다. 여기에 타인의 의사에 반해 마약을 투약·제공한 사람에게 2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법안도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여야는 이처럼 국회에 계류된 마약류 범죄 관련 법안들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힘을 모을 방침이다. 강준현 의원은 “대한민국이 마약 청정국 지위를 회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마약의 핵심은 빈부 아닌 ‘접근성’…규제 높여야”

전문가들도 마약범죄에 위장수사를 도입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마약 전문의 김희준 변호사는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마약 유통도 IT발전에 따라서 쉬워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마약의 신흥시장으로 급부상을 하고 있는 그런 상황”이라며 “마약 공급자들 입장에서 봤을 때는 한국이 마약 장사로 이윤이 많이 남는 지역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선 디지털 성범죄에 한해서만 위장수사를 인정하고 있다”며 “그런 수사 기법을 마약 범죄에도 도입할 시점이 되지 않았나”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마약에 대한 규제를 더욱 강화해 접근성부터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마약 관련 책까지 출판한 양성관 의정부 백병원 가정의학과 과장은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사실 마약에서 가장 중요한 건 빈부가 아닌 접근성”이라며 “마약을 되게 범죄자, 심약한 사람이 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고, 대개는 아주 평범한 사람들이 술 먹고 놀다가 (마약을) 시작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음주 상태에서 경각심이 낮아졌을 때가 가장 마약에 빠지기 쉬운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이야 우리 다 멀쩡한 정신으로 절대 안 하겠지만, 그런(음주) 상태에서는 가볍게 시작했다가 자기도 모르게 빠져드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도 뉴욕주부터 2021년 3월 (대마초)합법화를 시작했다가 연방정부에서 책임을 지기 어려울 만큼 상황이 심각해졌다”며 “나쁜 것인 만큼 마약에 대해 당연히 규제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예방교육부터 사후 치료까지 종합적인 마약관리시스템이 구체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 변호사는 “우리 어린 청소년들이 애당초 마약에 손을 대지 않도록 마약의 위험성을 충분히 주지를 시키는 게 중요하다”며 “그 다음에 마약을 투약을 했으면 단순히 교도소에 수감시키는 처벌에만 집중을 할 게 아니라, 그 이후 다시는 마약에 손을 대지 않도록 치료와 재활에도 신경을 쓰는 종합적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