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이 그리운 구례 산동 ‘지리산 온천관광단지’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3.10.27 22:2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남 최초 관광특구 지정 26년…구례 온천관광단지의 ‘쇠락’
콘텐츠·투자 없는 남도 제1 온천관광지…결국은 ‘몰락의 길’
전남 구례 산동 지리산 온천관광단지는 미래보다 당장 현실이 버겁다. 노후화된 기존 시설들은 문을 닫고, 새로운 민간투자도 사라지면서 한 때 단체관광지로 각광받던 지리산 온천이 이제는 제 기능을 잃어 관광지라는 이름조차 무색해졌다. 25일 오후 구례 산동 지리산 온천관광단지 ⓒ시사저널 정성환
전남 구례 산동 지리산 온천관광단지는 미래보다 당장 현실이 버겁다. 노후화된 기존 시설들은 문을 닫고, 새로운 민간투자도 사라지면서 한 때 단체관광지로 각광받던 지리산 온천이 이제는 제 기능을 잃어 관광지라는 이름조차 무색해졌다. 25일 오후 구례 산동 지리산 온천관광단지 ⓒ시사저널 정성환

지난 25일 오후 3시 전남 구례군 산동면 구례 산동지구 지리산 온천관광단지. 이곳은 1997년 전남 첫 관광특구로 지정될 만큼 지역 온천 관광의 대명사였다. 이날 구례 온천관광단지는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닫아 휴일이 아닐까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식당과 노래방 등 유흥 주점 등 상가는 오랜 기간 영업을 하지 않은 채 방치된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전남 최대 규모였던 송원리조트는 옛 영화를 뒤로 하고 흉물스럽게 변한 모습이었다.  

왕복 4차로 도로에는 지나는 차들을 찾아보기 어렵고, 넓은 주차장은 잡초만 무성했다. 관광지에 넓게 조성된 식당가는 한 집 건너 한 집 꼴로 문을 닫았고, 문을 연 식당도 하루에 손님이 한 명도 없을 때도 있다. 식당을 운영하는 김경순씨는 “관광객 아예 안온다고 보면 된다. 지리산 온천랜드가 문 닫고 나서부터 더 심하고 개시 못하는 날도 많다”고 말했다. 

전남 구례 산동지구 지리산 온천관광 특구 ⓒ시사저널 정성환
전남 구례 산동지구 지리산 온천관광 특구 ⓒ시사저널 정성환

‘효도여행 추억’…온천없는 온천관광지의 결말

지리산 온천관광단지의 그늘은 하늘에 낀 먹구름처럼 깊고 짙었다. 시설의 노후화 등으로 인한 방문객 감소와 온천산업 쇠락이 덮쳤다. 식당 등 상가 곳곳에 매매를 한다는 빛바랜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상가마다 나붙은 ‘온천지구 골프장’ 건설 추진을 찬성한다는 현수막이 처량해 보일 정도였다. 상가 앞에 쭈그려 앉아 있는 개조차 관심이 없다는 듯이 짖지 않았다. 한때 전성기를 주도했던 지리산 온천랜드 입구는 하천 교량공사로 통제된 데다 육중한 중장비가 앞을 가로막으면서 ‘온천 없는’ 온천관광단지가 처한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지리산 온천관광단지는 한때 몰려 든 관광버스로 인해 주차하기가 힘들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뤄 “개도 지폐를 물고 다닌다”는 우스개가 나돌 정도로 번성했다. 온천지구 내에 사는 주민 A(71)씨는 “개장 당시만 해도 봄철 산수유 관광 시기뿐만 아니라 사시사철 단체 관광버스가 밀려들어 하룻밤 자고 나면 식당과 노래방 등 가게들이 늘곤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종합관광시설인 지리산 온천랜드가 활성화되면서 인근 상권도 함께 호황을 누렸다. 온천랜드를 중심으로 40여개의 숙박시설과 노래방과 나이트클럽 등 유흥주점과 식당 등 100여 개의 상점들은 손님들로 붐볐다. 관광정보센터, 버스터미널, 공원, 은행 등 공익 편의시설도 들어섰다. 

실제 구례군에 등록된 시설현황에 따르면 관광호텔 3개와 가족호텔 2개, 휴양콘도미니엄 1개 등 314개의 숙박시설과 관광유흥음식점(57개), 일반음식점(464개), 휴게음식점(32개) 등 접객시설이 553개이다. 이밖에 온천장과 테마파크 등 휴양오락시설과 공익편익시설, 상가시설도 갖췄다. 

​구례 산동 지리산 온천관광단지는 미래보다 당장 현실이 버겁다. 옛 명성을 잃은 채 이제는 존폐 위기로 내몰리고 있어서다. 25일 오후 한산한 지리산 산동 온천관광단지 거리 풍경 ⓒ시사저널 정성환​
​구례 산동 지리산 온천관광단지는 미래보다 당장 현실이 버겁다. 옛 명성을 잃은 채 이제는 존폐 위기로 내몰리고 있어서다. 25일 오후 한산한 지리산 산동 온천관광단지 거리 풍경 ⓒ시사저널 정성환​

2020년 지리산 온천랜드 휴업…‘상권’ 쇠락의 방아쇠

당시 구례 산동지구는 남도 최대 온천관광지로 불러도 손색이 없었다. 구례군 관광통계에 따르면 지리산 온천관광단지의 호황기였던 2005년에는 온천 방문객만 186만8000여 명으로 구례관광 방문지 1위를 차지했다. 이는 2위인 화엄사(94만778명)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지리산온천관광단지는 산동면 관산·탑정·대평리 일대를 중심으로 150만1230㎡(45만4918평)에 조성됐다. 이 가운데 지리산온천랜드는 대지면적 3만3103㎡(1만31평)에 건축면적 7946㎡(2407평)으로 지상 5층, 지하 1층 규모의 종합관광시설로 1995년 7월 개장했다.

4000명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노천 테마파크와 온천 사우나탕, 찜질방 등 부대시설과 86개의 객실을 보유했다. 당시로는 초대형 규모를 자랑하며 온천단지 내 대표적인 관광코스였다. 개장과 함께 2000년대 초반까지 하루 이용객만 1000~2000명에 달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전남 해남에 사는 김성길(65)씨는 “설 명절에 부모님을 모시고 고창 석정온천과 함께 구례 산동지구 온천을 효도여행지로 자주 찾곤 했었다”고 했다. 

앵커 관광시설 격인 지리산온천랜드가 2005년 경영난에 허덕이며 문을 닫으면서 최근 몇 년 새 지리산온천관광단지 일대가 급격히 쇠퇴하고 있는 양상이다. 25일 오후 한때 전성기를 주도했던 지리산 온천랜드 입구. 하천 교량공사로 통제되는데다 쇠사슬로 묶어놓으면서 ‘온천 없는’ 온천관광단지가 처한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 시사저널 정성환
앵커 관광시설 격인 지리산온천랜드가 2005년 경영난에 허덕이며 문을 닫으면서 최근 몇 년 새 지리산온천관광단지 일대가 급격히 쇠퇴하고 있는 양상이다. 25일 오후 한때 전성기를 주도했던 지리산 온천랜드 입구. 하천 교량공사로 통제되는데다 쇠사슬로 묶어놓으면서 ‘온천 없는’ 온천관광단지가 처한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 시사저널 정성환

하지만 앵커 관광시설 격인 지리산 온천랜드가 경영난에 허덕이며 문을 닫으면서 최근 몇 년 새 지리산 온천관광단지 일대가 급격히 쇠퇴하고 있는 양상이다.  대표적인 온천복합시설로 꼽혔던 지리산온천랜드는 2015년 29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찾았지만 5년 만에 86%가 줄었다. 2020년부터는 운영난을 이유로 무기한 휴업에 들어갔다. 

온천랜드의 휴업 여파는 컸다. 지리산 온천관광단지 전체 상권의 몰락을 가속화시켰다. 현재 온천관광단지 주변 상가와 숙박시설들도 대부분 잠정 휴업하거나 폐업을 단행한 상태다. 장사가 안 돼 폐업하거나 휴업한 산동지구 숙박업소와 식당 등은 150곳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3곳 중 2곳 꼴로 문을 닫은 셈이다. 특히 지하나 2층에 입주한 노래방 등 유흥업소는 거의 폐업 상태다. 

객실 300동 규모를 자랑하던 지역 최대 규모의 콘도인 송원리조트도 2013년 경매로 넘겨졌다, 현재 1동씩 헐값에 개인 분양 매물이 쏟아지고 있지만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나머지 시설들도 폐허처럼 방치돼 관광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그렇다고 대부분의 시설과 토지가 민간 자본과 사유 재산이다 보니 처분이나 철거, 개발 등 지자체가 나서 마땅히 할 방도가 없다.

부동산중개업소 한 관계자는 “온천랜드가 휴업과 재개장을 반복하는 동안 자고나면 1~2개씩 문을 닫았다”면서 “그나마 통계상 수치일 뿐 몇 곳을 제외한 가게 전부가 개점휴업 상태나 다름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봄 산수유 관광철에 잠깐 문을 열었다가 문 닫는 업소가 부지기수다”고 귀뜸했다. 수년 째 가게를 내놓아도 나가지 않으니 월세라도 벌기 위해 축제 기간이라도 잠시 영업을 재개한다는 것이다.

온천지구 내 식당 주인 A씨는 “임대를 받아 15년 째 운영하고 있는 가게인데 코로나19 이후 하루 2만 원 버는 날이 허다했다”며 “지금은 인근 하천 교량공사 인부들이 자주 찾아 겨우 가게를 유지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관광 트렌드 변화 못 쫓아간…전남 최대 온천 관광지

전성기를 뒤로 하고 지리산 온천관광단지가 몰락한 것은 관광 트렌드 변화 등의 외부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관광 트렌드가 급변하고 있는데 여기에 걸 맞는 콘텐츠가 부재했다는 분석이다. 교통망 발달에 따른 당일 관광 확산과 단체 관광의 퇴조, 관광의 고급화 등 변화하는 관광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지역 최대 관광자원이 시대의 흐름을 쫓아가지 못해 몰락의 길로 들어선 셈이다. 이는 과거 판에 박힌 듯 전국 곳곳에 조성된 대규모 관광단지의 현주소이기도 하다. 여기에 우역곡절을 겪으며 민간 투자가 장기간 이뤄지지 않은 데다 코로나19 직격탄까지 맞았다. 

상인들의 근시안적인 상혼과 행정관청의 뒷북치는 행정도 상권 몰락에 한 몫 거들었다는 분석도 힘을얻고 있다. 근시안적인 상혼의 대표적인 것이 바가지요금이다. 광주의 여행사 대표 정 아무개씨는 “업소가 시설 개선 등은 등한시하고 턱없는 요금을 요구해 관광객들이 계속 찾을 이유가 있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행정이 해주기만 바라는 입주 상인들의 상권 회복을 위한 자구 노력 등 마인드 부족도 지적된다.

전남 구례 산동 지리산 온천관광단지는 미래보다 당장 현실이 버겁다. 노후화된 기존 시설들은 문을 닫고, 새로운 민간투자도 사라지면서 한 때 단체관광지로 각광받던 지리산 온천이 이제는 제 기능을 잃어 관광지라는 이름조차 무색해졌다. 25일 오후 구례 산동 지리산 온천관광단지 ⓒ시사저널 정성환
전남 구례 산동 지리산 온천관광단지는 미래보다 당장 현실이 버겁다. 노후화된 기존 시설들은 문을 닫고, 새로운 민간투자도 사라지면서 한 때 단체관광지로 각광받던 지리산 온천이 이제는 제 기능을 잃어 관광지라는 이름조차 무색해졌다. 25일 오후 구례 산동 지리산 온천관광단지 ⓒ시사저널 정성환

근시안적 상혼과 뒷북 행정도 한몫 

구례군을 비롯한 관계당국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우선 변화된 관광 패턴에 대응한 콘텐츠 개발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몰락을 가속화시켰다는 지적이다. 이 지역 상인과 여행 관계자들은 “시설이 낡은데다 관광시장 여론을 주도하는 MZ세대와 가족단위 여행객을 겨냥한 마땅한 공간이나 편의시설이 없으니 관광객들이 발길을 돌려 여수 등으로 옮겨갔다”고 분석했다. 

행정의 시행착오도 도마 위에 오른다. 대표적으로 2014년 8월 말 온천지구 내에 개장한 ‘지리산 나들이장터’가 꼽힌다. 구례군은 중소기업청의 지원을 받아 1만3500㎡ 터에 84억원을 들여 2100㎡의 한옥형 상가 7개 동과 주차장, 편의시설을 건립했다. 로컬푸드 농산물 가공 판매장과 체험공방, 광장에 미꾸라지와 가재가 노는 ‘생태도랑’과 온천물로 피로를 푸는 족욕 체험장을 갖춰 연계관광 효과를 거두자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찾는 사람이 없어 주차장 자리에 어린이 물놀이장 짓겠다며 한창 공사를 하고 있다. 근시안적 뒷북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구례군은 상권 쇠락의 타개책 일환으로 골프장과 케이블카 등 관광 인프라를 확충하기로 했다. 군은 지난 3월 사업 시행자인 ㈜피아웰니스와 산동지구 온천 활성화를 위한 ‘온천CC조성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활성화를 위한 ‘구례온천 피아웰니스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구례군 관계자는 “1997년 관광특구로 지정됐지만 민간 투자가 장기간 이뤄지지 않았다”며 “산동 온천 골프장 사업은 침체한 산동 온천지구를 살리고 경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필수적인 사업”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온천랜드 소유주인 골프장 개발 사업자가 골프장 건설을 마친 다음 신개념의 온천랜드 개장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온천관광특구를 되살리는데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구례 산동 지리산 온천지구는 미래보다 당장 현실이 버겁다. 옛 명성을 잃은 채 이제는 존폐 위기로 내몰리고 있어서다. 노후화된 기존 시설들은 문을 닫고, 새로운 민간투자도 사라지면서 한 때 단체관광지로 각광받던 지리산 온천이 이제는 제 기능을 잃어 관광지라는 이름조차 무색해졌다. 지난 90~2000년대 온천관광여행 1번지이자 국민 관광지로 전성기를 누렸던 구례 산동 온천관광특구가 옛 영화를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