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다 꺼진 화상 회의…아바타로 해결한다?
  • 이원석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3.10.30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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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안두경 굳갱랩스 대표 “아바타로 사람과 사람, 사람과 AI를 연결할 것”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줌, 구글밋 등을 활용한 비대면 원격 대화는 또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문제는 원격 대화 중 카메라 켜기를 꺼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조사에 따르면 3분의 2 이상의 학생이 비대면 수업 등에서 카메라 켜는 것을 불편해했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연구에 따르면 원격 대화 이용자 중 오직 30%만이 카메라를 끄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원격 대화 시 의사소통의 한계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앨버트 메라비언 교수는 사람 간 의사소통의 55%는 표정이나 자세 등 비언어적 요소가 아닌 시각적 요소로 이루어진다고 연구를 통해 밝혀낸 바 있다.

라인과 메타(페이스북) 등에서 일한 안두경 대표가 이끄는 스타트업 굳갱랩스(GOODGANG LABS)의 아바타 커뮤니케이션 기술 개발은 이러한 고민의 지점에서 시작됐다. 사람들이 원격 대화를 할 때 실제 모습을 노출하지 않아도 아바타를 이용한다면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게 굳갱랩스가 내놓은 해답이다. 시사저널은 10월17일 성남 네이버 제2사옥 1784 내에 위치한 굳갱랩스 사무실에서 안 대표를 직접 만났다.

안두경 굳갱랩스 대표 ⓒ시사저널 박정훈
안두경 굳갱랩스 대표 ⓒ시사저널 박정훈

내 표정·모션 그대로 구현하는 아바타로 원격 대화

안 대표는 KTH(케이티하이텔)에서 ‘푸딩 얼굴 인식’을, 네이버 계열사 라인에서 ‘B612’ ‘라인 카메라’ ‘푸디’ 등을 기획하는 등 성공적인 프로젝트 경험을 쌓은 서비스 기획자였다. 이후 페이스북(현 메타)으로 옮겨 한국·일본 제품 파트너십 총괄을 맡았고, 미국 본사로 옮겨가 글로벌 파트너십을 담당했다. 미국에서 코로나19를 맞은 안 대표는 KTH에서 함께 일한 김재철 CTO(최고기술책임자), 라인과 메타에서 함께 일한 김서영 CCO(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 등과 원격으로 소통하던 중 굳갱랩스를 창업하게 됐다. 당시 창업자 세 사람과 팀원들은 각각 미국, 한국, 캐나다에서 떨어져 거주하고 있었다. 안 대표는 “굳갱랩스는 태어날 때부터 원격이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2월 한국에 법인을 세운 굳갱랩스는 사람의 표정, 모션 등을 3D 아바타를 통해 최적화로 구현해 내는 ‘휴먼 투 아바타’ 기술을 개발했고,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계속해서 발전시키고 있다. 휴먼 투 아바타 기술은 사람들이 자신의 실제 모습이나 주변 환경을 공개하지 않아도, 자신의 표정이나 자세 등을 그대로 표현하는 3D 아바타를 통해 원활한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심지어 전면의 카메라만으로도 아바타의 옆모습, 뒤통수까지도 구현해 낸다. 무엇보다 굳갱랩스 만의 ‘마리오네트 API’ 기술은 클라우드를 통해 기기의 성능, 운영체제(OS)에 영향을 받지 않고 최적화로 ‘휴먼 투 아바타’를 가능하게 한다. 더 나아가 텍스트 명령어로 아바타를 움직일 수도 있다. 안 대표는 “세계적으로도 차별화되고 경쟁력 있는 굳갱랩스만의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굳갱랩스는 현재 이러한 휴먼 투 아바타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한 아바타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키키타운’을 베타 서비스(정식 서비스 전 미리보기 서비스)하고 있다. 키키타운 이용자들은 얼굴을 노출하지 않고 오직 아바타로 편하게 소통할 수 있다. 무엇보다 키키타운에선 실제 영상 데이터가 아닌 아바타 애니메이션 데이터만 전달되기 때문에 실제 모습이 노출될 위험이나 프라이버시상의 위험이 전혀 없다.

굳갱랩스의 아바타 기술은 어떠한 시스템과도 쉽게 결합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AI(인공지능)와 아바타의 결합도 가능하다. 네이버의 클로바X, 구글의 바드(Bard), 오픈AI의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AI) 챗봇의 등장으로 사람과 인공지능(AI)의 대화가 점점 더 일상화되는 가운데 AI와 사람의 커뮤니케이션은 앞으로 매우 중요한 화두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안 대표는 “굳갱랩스의 궁극적인 미션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AI를 연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굳갱랩스의 ‘키키타운’에서 아바타 원격 대화가 이뤄지는 모습 ⓒ굳갱랩스 제공
굳갱랩스의 ‘키키타운’에서 아바타 원격 대화가 이뤄지는 모습 ⓒ굳갱랩스 제공

네이버·카카오 투자…MS·구글도 지원

스타트업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굳갱랩스는 지난 3월 네이버의 스타트업 양성조직 D2SF로부터 투자를 받았으며 지난 5월에는 카카오의 투자 전문 자회사 카카오인베스트먼트로부터 200만 달러(약 26억3000만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로부터도 사무실 제공 등 스타트업 관련 지원을 받았다. 굳갱랩스는 현재는 네이버의 지원으로 성남 분당의 네이버 제2사옥 1784 건물에 입주해 있다.

굳갱랩스는 지난 4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아바타 대체불가토큰(NFT) ‘비어갱’을 1차, 2차 각 3333개씩 총 6666개를 완판하기도 했다. 비어갱 6666개는 모두 다른 아바타다. 안 대표는 “점점 기술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아바타 NFT를 통해 온라인상에서도 유일하게 나를 나타낼 수 있는 아바타를 소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어갱 소유자는 키키타운으로 자신만의 아바타를 불러와 다른 사람과 원격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특히 기술적으로는 다른 게임이나 메타버스 등 다른 플랫폼에서도 자신만의 3D 아바타를 불러와 활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비어갱 ‘홀더’들은 굳갱랩스의 든든한 고객이자 조력자들로서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은 물론 직접 피드백을 전달할 수 있는 이들이기도 하다. 굳갱랩스는 지속적으로 홀더들과 온·오프라인상에서 만나 소통하고 있다.

굳갱랩스에는 아바타 커뮤니케이션 업계 최고가 되는 것 외에 또 하나의 목표가 있다. 더 많은 ‘연결’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안 대표는 “최고의 아바타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및 아바타 표현 기술을 완성해 아바타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하면 굳갱랩스가 떠오르도록 할 것”이라며 “우리가 만든 아바타 기술을 바탕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서로 이어지고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또 사람들이 더 잘 자신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밝혔다. 또 안 대표는 “키키타운을 대중적인 아바타 기반 소셜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으로 키워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올해 시사저널 차세대리더 100인에 선정됐다. 그는 “큰 동기부여가 되고 앞으로 인류에 도움이 될 일을 하라는 책임감이 든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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