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되는 리커창 추모 열기…‘흔적 지우기’ 나선 中
  • 김민지 디지털팀 기자 (kimminj2028@gmail.com)
  • 승인 2023.10.30 12:0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온·오프라인서 뜨거운 추모 열기…당국 예의주시
지난 28일 중국 중부 안후이성 허페이시에서 주민들이 故 리커창 중국 총리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주거용 건물 앞에 꽃을 놓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8일 중국 중부 안후이성 허페이시에서 주민들이 故 리커창 중국 총리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주거용 건물 앞에 꽃을 놓고 있다. ⓒAP=연합뉴스

시진핑 1·2기 국무원 총리를 역임한 리커창 전 총리가 심장마비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 가운데, 중국 당국이 온·오프라인에서 리 전 총리 ‘흔적 지우기’에 나선 정황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 추모 열기가 반정부 목소리로 번질 것을 우려한 대응이라는 분석이다.

30일 리커창의 옛 거주지인 안후이성 허페이시 훙싱루(路)80호 '안후이 문화역사 연구원' 앞에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리 전 총리를 애도하는 조화가 집 둘레에 가득 쌓이는 등 추모 열기가 식지 않는 모습이다. 

훙싱루80호는 리 전 총리가 어린 시절 수년 동안 거주했으며 현재는 문화재로 지정, 문화역사연구원으로 사용 중이다.

온라인에서도 중국인들의 뜨거운 추모 열기가 확인된다. 중국 SNS 웨이보에서 ‘리커창 동지가 세상을 떠났다’라는 해시태그(#)는 지난 27일 기준 조회수 22억 회를 돌파했다.

또 28일에는 ‘리커창 동지 영정’과 ‘리커창 동지 부고’가 각각 검색어 순위 1·2위를 기록했다.

재임 시절 시 주석의 절대권력에 밀려 주목받지 못했던 리 전 총리에 대한 추모 열기는 시 주석의 정책에 대해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하면서 서민경제를 살뜰히 챙겼던 그의 면모 때문으로 추측된다.

대표적으로 리 전 총리는 지난 2020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중국인 6억 명의 월수입이 1000위안(약 19만원)에 불과하며 집세를 내기조차 힘들다”며 서민경제를 돌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은 2020년까지 ‘샤오캉 사회’(물질적으로 안락한 중산층 사회)를 이룩하겠다는 시 주석의 공약 실패로 해석될 수 있어 논란이 불거졌다.

악명 높던 시진핑표 ‘제로 코로나’ 정책이 한창이던 지난해에는 “방역 지상주의가 경제를 망쳐서는 안 된다”는 소신 발언을 해 시 주석의 심기를 자극했다.

특히 퇴임 당시 “사람이 하는 일은 하늘이 보고 있다”는 그의 언급은 그동안의 관행을 깬 시 주석의 장기집권과 측근정치에 대한 쓴소리로 이해되기도 했다.

리커창 전 중국 국무원 총리가 심장병으로 27일 향년 68세로 사망했다. 사진은 2017년 3월1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식 후 기자회견장에 도착한 리커창 전 총리의 모습 ⓒ연합뉴스
리커창 전 중국 국무원 총리가 심장병으로 27일 향년 68세로 사망했다. 사진은 2017년 3월1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식 후 기자회견장에 도착한 리커창 전 총리의 모습 ⓒ연합뉴스

중국 당국은 리 전 총리에 대한 추모 열기 확산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 

이날 오전 중국의 대표 포털사이트 바이두의 인기검색 목록 상위 30개 가운데 리 전 총리의 사망과 관련된 검색어는 단 한건도 없다.

리 전 총리의 이름을 검색해도 추모 열기와 관련한 내용은 나오지 않고, 그의 사망을 알리는 간단한 기사와 프로필 등만 볼 수 있다.

이는 리 전 총리 사망 이후 온라인상의 추모 열기가 급속히 확산되자 중국 당국이 전날부터 리 전 총리와 관련된 내용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아직 웨이보는 상황이 나은 편이다. 상위 50개 인기검색어 중 ‘리커창 동지 사망’이 하단부에 올라와있다. 또 리 전 총리 이름을 검색하면 시민들이 올린 추모글과 사진을 볼 수 있다.

오프라인에서도 통제가 강화되고 있다. 대만 언론 자유시보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이달 28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공개 활동과 대학 동아리 활동, 심지어 공원에서 춤을 추는 ‘광장 무’까지 금지했다.

홍콩 소재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역시 “교직원들이 리커창 전 총리 사망과 관련한 부적절한 발언을 하지 말고, 주말에도 학생들의 교내-교외 활동을 추적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