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대로 ‘이재명 체제’, 고개 드는 ‘이낙연 역할론’?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10.31 17:2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결파 몰려 입지 좁아진 非明…이낙연 각 세울 타이밍 기다릴까
일각선 ‘이재명과 대립 어렵다’ 전망도…“당내 역풍 또 부를라”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사법리스크’가 줄어든 가운데, ‘총선 전초전’으로 불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까지 압승하며 ‘이재명 리더십’이 한층 더 공고해졌다. 이 같은 상황의 반작용으로 ‘체포안 가결파’로 분류된 비명(비이재명)계는 코너에 몰린 모양새다. 이에 비명계 일각에선 이 대표 체제를 견제할 ‘구심점’으로 이낙연 전 대표가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9일 오후 장인상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마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배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9일 오후 장인상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마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배웅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사회생한 이재명…후방 잠행 중인 이낙연

이 대표는 지난 9월 가시밭길을 걸었다. 국회에 청구된 체포동의안이 당내 이탈표로 가결되면서 구속 기로에 놓이면서다. 하지만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이 대표는 극적으로 기사회생했다. 이후 이 대표는 단식 여파로 건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보궐선거를 챙겼다. 결국 민주당 후보가 국민의힘에 17%포인트 차로 압승하며 이 대표의 흔들리던 입지가 다시금 굳건해졌다. 

이 대표의 당내 존재감이 커지면서 ‘가결파 역적’으로 몰린 비명계는 위기에 몰렸다. 강성 친명(친이재명)계는 비명계를 향해 “당대표를 팔아먹었다”며 징계까지 예고했다. 이 대표의 ‘통합’ 기류에 이들도 한 발 물러선 분위기지만 여전히 경계를 풀지 않고 있다. 총선 공천권을 쥐고 있는 사무총장직을 두고도 “친명(친이재명)계 조정식 의원 대신 계파색 옅은 인사로 대체하라”는 비명계의 목소리는 통하지 않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비명계 일각에서 이낙연 전 대표의 역할론이 부상하기 시작했다. 대선 경선에서 패하면서 당내 입지가 상당 부문 줄었지만, 현 비명계 중에선 유일한 대선 주자로 분류되는 게 이 전 대표다. 이에 비명계 의원들은 이 전 대표가 총선 선대위에 승선해 비명계의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는 기대섞인 주장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 같은 요구에 이 전 대표는 직접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신 주로 강연과 SNS를 통해 한국 정치의 ‘큰 그림’을 두고 비평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또 이 전 대표는 본인을 향한 정치적 해석에 대해 신중한 모습이다. 그는 본인의 행보가 ‘총선 직전 몸풀기’로 비치는 것에 대해 26일 페이스북에서 “‘총선 앞두고’라고 보도하는 것은 이상하다”며 “(각종 강연 등은) 지금까지 계속 해 온 일이다. 외부에 노출하지 않는 비공개 강연을 총선 준비를 위한 몸풀기로 해석하는 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9월6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지식인협회 초청 강연회에 참석해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9월6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지식인협회 초청 강연회에 참석해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력한 메시지 내야” 非明 요구에도 신중한 이낙연

그렇다고 이 전 대표가 ‘이재명 체제’를 그대로 인정할 지도 미지수다. 그는 최근 계파 갈등이 극심해진 당내 분위기에 큰 우려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24일 광주 KBS 《토론 740》에 출연해 “당이 좀 더 활발하게 내부 소통이 될 수 있도록 언로가 열려야 된다. 많이 억압되고 있는 느낌이 든다”고 비판했다. 또 그는 이재명 대표를 향해서도 “(당내 소통 문제가) 모두 이재명 대표의 책임이라는 뜻은 아니지만, 그것을 활발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가장 강력한 분은 이재명 대표인 것이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비명계를 코너로 몰아세운 친명계, 이를 방관한 이 대표를 직격한 셈이다.

비명계 의원들은 최근 ‘험지 출마론’과 ‘공천 배제론’ 등 본인들의 총선 위기가 증폭된 상황에서, 이 전 대표가 비명계 구심점 역할을 하며 현 지도부를 향해 ‘각을 세워줄 가능성’도 기대하는 분위기다.

당내 이낙연계로 분류되는 신경민 전 의원은 26일 채널A 《라디오쇼》에서 이 전 대표의 행보에 대해 “(현재는) 예열을 하고 있다, 이렇게 이해를 해주시면 고맙겠다”며 “요새 엔진이 좋아서 (예열이) 금방 된다”라고 주장했다. 비명계 중진인 이상민 의원도 25일 같은 방송에서 “이 전 대표가 ‘당내 소통이 잘 안 되는 것 같다’ 이런 제3자식 화법은 적절치 않다. 소통 잘 안 되는 게 어제오늘 일인가”라면서 이 전 대표가 목소리를 더 강하게 내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이재명 체제가 굳건한 상황에서 이 전 대표가 이 대표와 직접 각을 세우기 어려울 것이란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만약 지금 상황에서 이 전 대표가 각을 세워버리면 당내 비토론이 더 커질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도 이재명 대표를 전혀 도와주지 않고 이간질했다며 당원들에게 역풍을 맞았지 않나”라며 “민주당이 분열되는 것은 이 전 대표에게도 전혀 좋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그렇다면 이 전 대표는 언제쯤 등판을 결정할까. 이 전 대표가 독자 활로를 뚫을 수 없다면, 결국 이 대표의 ‘부름’을 통해 총선정국에서 역할을 맡는 게 현실성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압도적 당심’을 얻고 있는 이 대표의 입지를 고려한다면 반어적으로 이 대표를 도와야, 이 대표를 견제할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란 시각에서다. 

박 평론가는 “이 전 대표는 스스로 등판하기 어렵다. 이 전 대표에게 국회의원을 한 번 더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이재명 대표가 도움을 요청했을 때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등판할 수는 있다.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공로를 인정받아, 대선에서 이재명 대표와 쌍벽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