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경제 인물] ‘총수 3년 차’ 정의선 현대차 회장, 승부수 통했다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3.12.25 10:35
  • 호수 1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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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화 전환과 브랜드 고급화 전략 결실
현대차, 삼성전자 제치고 영업이익 1위

‘총수 3년 차’를 맞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에게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의미 있는 한 해로 기억될 전망이다. 그의 전동화 전환과 브랜드 고급화 전략 등이 결실을 맺으면서 그룹의 양적·질적 성장을 모두 이뤄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서다. 그 결과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톱3’에 안착했고, 현재 전기차 분야 ‘점유율 톱3’라는 목표를 향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이다.

ⓒ연합뉴스

미국 오토모티브뉴스 선정 ‘자동차 산업 올해의 리더’

이런 성과는 경영 성적표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차(167조3987억원)와 기아(75조4802억원)는 올 3분기까지 총 196조5113억원의 합산 매출을 올렸다. 이 기간의 합산 영업이익도 사상 최초로 20조원을 돌파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현대차와 기아의 합산 영업이익이 27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현대차는 영업이익 면에서 지난 15년간 국내 1위를 지켜온 삼성전자를 넘어서는 기록을 달성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해외시장에서의 영향력도 대폭 확대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 1월부터 10월까지 영국에서 차량 17만3428대를 판매하며 점유율을 10.8%까지 끌어올렸다. 현대차와 기아는 또 올 3분기까지 미국에서 125만482대의 신차를 판매해 역대 최다 판매 기록 경신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정 회장은 11월14일 영국 찰스 3세 국왕이 수여하는 대영제국훈장을 수훈하기도 했다. 해당 훈장은 영국 사회에 의미 있는 기여를 했거나 뛰어난 성과를 이룬 인물에게 수여된다. 정 회장은 또 같은 달 27일 세계적 권위를 가진 미국 오토모티브뉴스가 선정한 ‘자동차 산업 올해의 리더’에, 올해 초에는 미국 유력 자동차 매체인 모터트렌드가 꼽은 ‘올해의 인물’에 각각 오르기도 했다. 차세대 모빌리티 산업으로의 전환에 적극 대응해 나가고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받은 결과다.

정 회장에 대한 평가가 처음부터 긍정적이었던 건 아니다. 2020년 10월14일 현대차그룹 회장에 취임했을 당시까지만 해도 재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에 사드(THAAD) 보복으로 인한 중국 시장 경색 등 과제가 산적해 있었기 때문이다. ‘3대 세습’에 대한 대중의 곱지 않은 시선도 걸림돌이었다.

정 회장 체제로 접어든 현대차그룹은 ‘도전’에 방점을 찍었다. 우선 2015년 론칭한 제네시스 브랜드를 중심으로 고급화 전략을 추진했다. 당초 그룹 내부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이미 고급차 시장이 포화상태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은 현재 제네시스를 통해 기존 이미지에서 벗어나 ‘리브랜딩’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제네시스는 지난 8월 기준 글로벌 누적 판매량 100만 대를 달성하며 그룹 수익성 개선에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정 회장이 추진한 전동화 전환 작업도 괄목할 성과를 내고 있다. 그는 취임 이듬해인 2021년부터 전기차 업계의 ‘퍼스트무버’가 되겠다는 목표로 전동화에 속도를 냈다. 그 결과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기술은 현재 다른 완성차 브랜드보다 앞서있다는 평을 받는다. 실제, 현대차의 전기차 모델 아이오닉5·6와 기아 EV6는 ‘세계 올해의 차’ ‘북미 올해의 차’ ‘유럽 올해의 차’ 등을 모두 석권했다.

 

최대 과제는 순환출자 구조 해소

현대차그룹의 성장은 현재진행형이다. 2024년 전기차 전용 모델 추가 출시와 북미 전기차 공장의 완공 등 향후 매출 신장을 이끌 모멘텀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 회장은 2030년 사업 부문별 매출 비중 목표를 자동차 50%, 도심항공모빌리티(UAM) 30%, 로봇 20%로 설정하고 신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승승장구 중인 정 회장이지만, 그에게도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순환출자 구조 해소가 대표적이다. 현대차그룹은 10대 그룹 중 유일하게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정 회장이 핵심 계열사들에 대한 낮은 지분율에도 그룹 전반에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재계에서는 이런 순환출자 구조가 현대차그룹의 장기 성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정 회장도 손을 놓고 있던 건 아니다. 2018년 순환출자 해소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반대로 무산된 이후 현대차그룹은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에 대한 정 회장 지분율이 0.32%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정 회장이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가 필수다. 이를 위해 그의 부친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7.19%)을 상속받는 방법이 거론된다. 그러나 상속세 등을 감안하면 10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회장이 직접 현대모비스 지분 매수에 나서는 방법도 있지만, 이 역시 6조원 이상의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정 회장은 자금 확보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지난해 1월 정 회장과 정 명예회장의 현대글로비스 지분 10%를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칼라일그룹에 매각하며 약 6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현대엔지니어링 기업공개(IPO) 시도 역시 순환출자 구조 해소 비용 확보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당시 상장을 통해 정 회장은 최대 4000억원대 자금을 확보할 전망이었다. 그러나 수요예측 흥행 실패로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은 연기된 상황이다.

해외에서 활로를 모색할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약 9600억원을 투입해 미국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정 회장은 사재 2400억원을 들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지분 20%를 확보했다. 재계에서는 향후 현대차그룹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나스닥에 상장한 후 정 회장이 지분을 매각하는 식으로 자금 확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 증권가에서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상장이 수년 내에 가시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사저널 선정 ‘올해의 인물’ 1989년 창간 이후 35회째…‘대한민국의 역사’로 기록
손흥민, 스포츠 인물로는 역대 두 번째 ‘올해의 인물’로 선정…정치 한동훈·경제 정의선 등도 두각

시사저널이 선정한 2023 올해의 인물은 손흥민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의 주장이자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주장인 손흥민은 ‘영원한 캡틴’으로 기억되고 있다. 정쟁만 거듭하는 정치, 고물가·고금리에 시름하는 경제, 팬데믹과 인구절벽으로 우울해진 사회 분위기 속에 폭풍 질주로 골네트를 시원하게 가르는 손흥민의 활약은 그나마 통쾌함을 선사하는 위안이었다. 

스포츠 인물이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것은 1997년 차범근 축구 국가대표 감독 이후 두 번째다. 당시 차 감독은 대한민국을 4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로 이끌면서 크게 각광받았다. 시사저널은 1989년 창간 이후 매년 12월 송년호에 올해의 인물을 선정해 발표해 오고 있다. 올해도 역시 시사저널 편집국 기자들의 투표와 정기독자들에 대한 설문조사 등을 토대로 올해의 인물을 비롯한 총 9개 분야에 걸쳐 한 해 동안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력이 가장 컸던 인물들을 선정했다. 

손흥민을 비롯해 각 분야별로는 정치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 경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회 신준호 안산지청 차장, 국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문화 한강 작가, IT·의·과학 고규영 KAIST 특훈교수, 연예 임영웅 가수, 스포츠 페이커 등이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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