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문화 인물] 가장 한국적인 서사로 세계인 사로잡은 한강 작가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23.12.25 12:05
  • 호수 1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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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사건 다룬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이 영국 부커 국제상을 수상한 2016년 이후 7년 만에 시사저널 ‘올해의 문화 인물’에 재선정됐다.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2021년)가 지난 11월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받은 영향이다.

한국 작가의 작품이 프랑스 4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강이 7년 전에 소설 《채식주의자》로 부커 국제상을 수상한 것도 역시 한국인 최초 사례였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 사건의 비극을 세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낸 소설이다. 소설가인 주인공 경하가 손가락 절단 사고를 당한 친구 인선의 제주도 집에 가서 인선의 엄마 정심의 기억에 새겨진 아픈 과거사를 되짚는 내용이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8월 《불가능한 작별(Impossibles adieux)》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출간됐다. 최경란·피에르 비지우가 번역했다. 프랑스 현지 출판사는 초판 5000부를 인쇄했다가 메디치 외국문학상 수상 이후 1만5000부를 새로 찍기로 했다.

ⓒ뉴시스

한국 현대사 통해 폭력과 삶의 비극 탐구

이 소설에 대해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꿈의 시퀀스를 통해 여주인공의 정신적 풍경과 내면을 드러내는 매우 현실적인 글이다. 독자는 여주인공의 서사적 기교에 이끌려 현실적이면서도 역사적인 맥락을 놓치지 않고 경이로운 환상에 빠져들게 된다”며 “꿈과 현실을 구분할 수 없고, 어쩌면 소설 자체가 알 수 없는 긴 악몽일지라도 과감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지극히 한국적인 서사가 어떻게 프랑스에서 ‘현실적’으로 느껴질 수 있었을까. 한강은 초기작부터 이번 《작별하지 않는다》까지 일관되게 폭력이란 인류 보편의 주제를 특유의 아름답고 서정적인 문장으로 풀어내 왔다. 1970년 겨울 광주에서 태어난 그는 연세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1993년 시인으로 먼저 등단했다.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붉은 닻》이 당선돼 소설가로 공식 데뷔한 후 1998년 발표한 첫 장편 《검은 사슴》부터 폭력과 삶의 비극에 대한 예민한 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2014년작 《소년이 온다》는 한강의 문학성과 주제의식이 정점에 이른 작품으로 꼽힌다.

《작별하지 않는다》에서 또다시 한국 현대사를 소환한 한강은 11월15일 강연을 통해 “역사를 들여다보면 그 안에 수많은 종류의 폭력이 담겨 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그러한 역사인 제주 4·3 사건의 증언록을 토대로 쓰였다”며 “역사적 사건에 관해 글을 쓴다는 것은 폭력의 반대편에 서겠다는 맹세이자 인간 본성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이라고 말했다.

한강이 이러한 작품세계를 펼치게 된 계기는 광주민주화운동인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 출신인 한강은 1980년 서울로 올라와 직접 광주민주화운동을 목도하진 못했다. 그러나 13세 때 아버지(소설가 한승원)가 보여준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 사진첩이 그를 뒤흔들었다. 이에 관해 한강은 “인간은 선로에 떨어진 어린아이를 구하려고 목숨을 던질 수도 있는 존재지만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잔인한 일을 저지르기도 한다”면서 “인간성의 스펙트럼에 대한 고민에서 소설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한강의 차기작은 서울을 배경으로 한 《겨울 3부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사저널 선정 ‘올해의 인물’ 1989년 창간 이후 35회째…‘대한민국의 역사’로 기록
손흥민, 스포츠 인물로는 역대 두 번째 ‘올해의 인물’로 선정…정치 한동훈·경제 정의선 등도 두각

시사저널이 선정한 2023 올해의 인물은 손흥민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의 주장이자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주장인 손흥민은 ‘영원한 캡틴’으로 기억되고 있다. 정쟁만 거듭하는 정치, 고물가·고금리에 시름하는 경제, 팬데믹과 인구절벽으로 우울해진 사회 분위기 속에 폭풍 질주로 골네트를 시원하게 가르는 손흥민의 활약은 그나마 통쾌함을 선사하는 위안이었다. 

스포츠 인물이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것은 1997년 차범근 축구 국가대표 감독 이후 두 번째다. 당시 차 감독은 대한민국을 4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로 이끌면서 크게 각광받았다. 시사저널은 1989년 창간 이후 매년 12월 송년호에 올해의 인물을 선정해 발표해 오고 있다. 올해도 역시 시사저널 편집국 기자들의 투표와 정기독자들에 대한 설문조사 등을 토대로 올해의 인물을 비롯한 총 9개 분야에 걸쳐 한 해 동안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력이 가장 컸던 인물들을 선정했다. 

손흥민을 비롯해 각 분야별로는 정치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 경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회 신준호 안산지청 차장, 국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문화 한강 작가, IT·의·과학 고규영 KAIST 특훈교수, 연예 임영웅 가수, 스포츠 페이커 등이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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