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훈의 백세호흡①] 만성피로, ‘수면무호흡’ 치료가 관건이다
  • 한의사 이태훈 (이태훈한의원 대표원장) (ls@sisajournal.com)
  • 승인 2023.12.2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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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호흡으로 ‘잠’이라는 피로회복 기전 틀어져…자가 예방·치료 돕는 3가지 팁 기억해야

“진정한 부(富)는 금과 은이 아니라 건강이다.” 마하트마 간디가 한 말이다. 건강은 이제 다가오는 백세시대의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됐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건강 상식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객관적인 근거 없이 자신의 생각만으로 증상을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뇌피셜’은 오히려 건강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악화시키게 된다. 시사저널은 이태훈 이태훈한의원 대표원장의 기고를 통해 건강하게 백세시대를 맞이할 팁을 10회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주]

“남편이 숨 넘어갈까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어요.”

남편과 각방을 쓴다는 주부가 홀로 상담을 위해 찾아왔다. 금슬 좋기로 평판이 나 있는 부부가 각방을 쓰게 된 건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커억〜컥〜…. 끊어질 듯 이어지는 남편의 숨소리에 이러다가 혹시 죽는 건 아닌가 흔들어 깨워도 봤어요. 옆에 앉아 하얗게 밤을 지새기도 하고….”

눈가에 고인 촉촉한 물기가 남편에 대한 사랑을 대변하는 듯하여 가슴이 짠해졌다.

“모시고 오시죠.”

환자의 얼굴은 예상한 대로 크기가 커져 있는데다가, 색깔은 시커멓고 안구는 검누레진 상태였다.

“뒷머리는 뻣뻣하고 늘 졸리고요. 부부관계도 영 예전 같지 못합니다.”

치료에 들어갔다. 그리고 치료 20회차가 된 오늘, 진료실 앞에 손을 꼭 잡고 앉아 있는 부부의 모습이 유난히 편해 보인다. 남편은 심뇌혈관질환의 철도에서 이탈하게 된 것이다.

7월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4회 국제 수면·건강 박람회'에서 참관객들이 수면 후 스트레스 지수가 가장 많이 떨어진 사람을 찾는 '스트레스 제로 킹'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7월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4회 국제 수면·건강 박람회'에서 참관객들이 수면 후 스트레스 지수가 가장 많이 떨어진 사람을 찾는 '스트레스 제로 킹'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같이 회식을 했는데 왜 나만 늘 피로할까?

왜 나만 늘 피로할까? 사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크게 틀리지 않을 듯하다. 직접 피부로 느끼는 경제적인 문제가 우선 그렇다. 또한 사회생활의 여러 관계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그런지 유난히 “늘 피로하다”는 호소를 듣게 된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환자뿐 아니라 주변의 여러 사람이 ‘만성적 피로’와 동시에, 무력감·우울·불안·수면장애 등을 겪고 있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꽤나 많다.

나름대로의 원인을 들어보면 뇌피셜(腦OFFICIAL, 주로 인터넷상에서 객관적인 근거가 없이 자신의 생각만을 근거로 한 추측이나 주장을 이르는 말)이 판을 치는 세상답다. 간(肝)이 나빠서 피로가 온다는 식의 올드한 이야기는 뒷전으로 밀려난 지 이미 오래다. 오히려 사회 시스템에 적응하기 위해, 아니 터놓고 말해서 먹고살려니 자신만의 생활 리듬을 유지할 수 없어 피로가 충분히 풀리지 않는 것 같다는 나름의 논리를 들이대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피로는 형언할 수 없는 체력적인 무력감에 더하여 정서적인 패배감을 제공한다. 따라서 그 느낌이 매우 지저분(?)하다. 그리고 아침마다 개운치 않은 몸과 마음에 버거워하면서도, 내심 한 가지 의문을 떠올린다.

“어제 저녁에 다 같이 회식하고, 아침에 출근했는데, 왜 나만 유난히 피곤을 느끼는 것일까?”

아침형 인간 vs 저녁형 인간

이 같은 의문의 답을 설명할 수 있는 용어 중 하나가 바로 ‘아침형ㆍ저녁형 인간’이다. ‘아침형, 저녁형’이라는 용어를 풀어서 말하면 ‘아침에 일이 잘되는 사람’과 ‘저녁에 일이 잘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우리 몸의 바이오리듬(Biorhythm)이 가장 강한 시간대가 아침 또는 저녁에 집중되어 있다는 말로써, 자기의 신체조건에 맞는 회복 시스템이 잘 작동하는 시간대가 아침인가 저녁인가를 구분해서 지칭하는 것이다.

이 개념을 실제 경영에 도입한 사례 중 한 가지를 들어 설명해 보자. 독일 루트비히 막시밀리안 대학의 틸 뢴넨버그 교수 연구팀은 근로자들을 아침형과 저녁형에 맞추어 근무 시간을 배치하면 각 개인이 충분히 숙면을 취하고, 일에 대한 만족도도 높을 뿐 아니라, 휴일에도 잠을 더 적게 잔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한 바 있다.

이 연구팀은 유형에 맞게 근무 시간을 조율하는 실험을 독일철강회사인 티센크루프스틸 (ThyssenKruppSteel AG) 공장에서 진행했다. 직원들의 수면 습관에 따라 아침형, 저녁형, 중간형으로 분류했다. ‘아침형’ 직원들은 야근에 배치하지 않고, ‘저녁형’ 직원들은 이른 아침 근무에서 배제하는 등 개인에 맞는 시간대에 근무하도록 했다.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공장 직원들은 수면의 질이 개선되고,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졌으며, 휴일에도 예전보다 한 시간 정도 잠을 덜 자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주말 수면시간이 줄어든 이유가 부족한 잠을 보충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라면서 “수면 주기에 맞춘 근무 일정으로 업무 효율성과 만족도를 높일 뿐 아니라 휴일에 적게 자는 효과까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고려대 안산병원 연구팀의 경우 47~59세 성인 남녀 1620명을 대상으로 혈액검사와 CT촬영, 생활 습관에 대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학술지 ‘임상 내분비학 신진대사’에 게재했다. 남성의 경우 저녁형이 아침형보다 비만인 확률은 3배, 노화에 따른 근육 감소증에 걸릴 위험은 4배나 컸고 당뇨에 걸릴 가능성도 높았다. 여성 역시 저녁형이 아침형보다 심장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대사증후군 위험이 2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아침형과 저녁형을 결정하는 수명과 생활 패턴은 유전적인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영국 노섬브리아 대학의 바크레이 박사팀도 63쌍의 일란성 쌍둥이와 674쌍의 이란성 쌍둥이를 대상으로 아침형과 저녁형을 결정짓는 요인들을 연구했다. 그 결과 유전적 영향이 수면 패턴의 52%를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전형이 52%라는 연구 결과는 후천성이 48%라는 뜻이고 이는 확률상 2분의 1이라는 뜻이다. 즉, 2명 중 1명이 생활패턴을 바꿀 수 없다는 뜻이다.

타고난 대로 살지 않기

위 결론에 대한 의견을 묻는다면 나는 한마디로 ‘아니다’라고 자신 있게 답한다. 사람들은 인생에서 바꿀 수 없는 수많은 것들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피로’라는 증후군조차 유전 문제에 떠넘긴다면, 고칠 수 있는 게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믿고 싶은 것만을 믿으려고 하는, 세상에서 제일 어리석은 사고 형태인 ‘선택적 확신’에서 벗어나야 한다. 원인이 없는 것이 아니라 원인을 모르고 있는 것이라면 새로운 시각으로 분석하고 정확한 해결책을 찾아내야 한다는 말이다.

30여 년간 피로증후군의 치료 키워드를 교차 검증하면서 알아낸 것 중 하나가 바로 ‘수면 무호흡’이다. 수면 중 호흡기 내 공기 흐름이 막히면서 코골이가 심해지고 호흡이 10초 이상 멈추는 상태가 1시간에 5회 이상 발생하면, ‘수면무호흡’이라고 정의한다.

우리 몸은 호흡 통로가 좁아지면 낮에는 활동에 필요한 산소량을 맞추기 위해 반강제적으로 ‘입 호흡’을 한다. 반면에, 밤에는 낮 동안의 호흡으로 손상되어있는 구강, 혀, 편도선, 인후두 등을 치유하기 위해 코로만 숨을 쉬게 하려는 회복 기전이 작동한다.

수면 중 먼지 세균을 잘 거르고 습도와 온도조절에 최적화된 ‘코’로 숨을 쉬려고 한다. ‘회복’이라는 원초적인 측면에 집중하는 밤에는, 낮 동안의 지쳐있는 몸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코 호흡’을 유지하려고 애쓴다.

그런데 이 중요한 시간대인 밤에도 ‘코가 막혀있는’ 수 많은 사람들은 산소 흡입의 기회를 상실 하게 되어 뇌 저산소증(뇌에 산소가 부족한 상태)에 빠져들고 뇌성 피로에서 회복될 수 없다. 또한 이를 낮잠으로 보상하려는 ‘주간 기면’, 낮에 졸림증이라고 불리는 견디기 어려운 졸음 폭탄에 의해 수많은 사건 사고가 발생하여 졸음운전, 각종 산업재해로 이어진다. 결국 ‘잠’이라는 피로회복 기전이 틀어진 탓에 만성피로증후군으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이태훈 이태훈한의원 대표원장
이태훈 이태훈한의원 대표원장

피로의 원인, 코와 목의 숨길을 열다

본인(필자)이 주목하는 곳이 바로 이 부분이었다. ‘주간 기면(narcolepsy)’으로 아침에 못 일어나고 헤매던 환자들의 경우, ‘코호흡’이 회복되면 비염, 부비동염, 중이염, 결막염, 각막염, 중이염, 안구 건조가 대부분 해소된다. 두통 렘수면장애(무의식적인 과격한 행동이 수면 중에 발생하는 것)와 주간 기면 등도 빠른 속도로 사라진다. 아침에 잘 일어나고 낮에도 졸지 않아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되어 학교 공부, 직장생활, 사업체 경영이 원활하게 되고, 건강회복이 될 수밖에 없다.

30여 년간의 연구와 임상을 통해 개발해 낸 프로그램이 ‘통뇌법’이다. 코뼈 교정법과 부비동 염증 적출술(부비동 배농법), 침치료, 통비환, 추나삼차원교정법, 고압산소치료 등으로 구성되어있다. 코뼈를 교정하고 부비동 염증을 제거해 코호흡을 회복시키고 수면의 질을 개선한다. 여기에 추나삼차원교정법, 고압산소치료를 더해 뇌와 신경계 질환, 심장과 기관지 폐 피부 등의 치료율을 높인다. 통비환, 통뇌환, 침치료는 치료속도를 상승시킨다.

마지막으로 자가치료를 돕기 위해 예방 및 대처법 세 가지를 적어 올린다.

1) 옆으로 누워자기-호흡기도를 38% 넓게 만들어 준다(서울대 & 고대 연구팀). 베개는 가운데가 얇고 양쪽은 튀어 오른 기능성을 권한다. 옆으로 잘 때 목뼈가 옆으로 처져 척추 전체를 변형시키는 경향이 많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2) 코 세수-잠들기 전에 코로 온수를 천천히 마신 후 촉촉해진 콧속 염증을 한쪽 코씩 풀어내 코호흡을 원활하게 만들어준다.

3) 키셀바흐 스위치-콧망울을 양쪽 엄지손가락으로 잡고 얼굴뼈 방향으로 깊이 민 후 집게로 잡듯이 반복해서 눌러준다.

수면무호흡에 관한 원인적 치료기법인 ‘통뇌법’은 아침형ㆍ저녁형 등에 맞추는 숙면론적 대응이론이 아니라, 만성피로증후군의 근원까지 제대로 털어버린 ‘찐올라운드형 인간’이 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어 준다.

다음 글에서는 ‘코는 생명의 통로’라는 주제로 코에 대한 놀라운 이야기들을 전해 드리고자 한다. 백세호흡이 건강한 백세를 가능케 하는 진짜 열쇠임을 알게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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