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반도체·헬스케어 관련 주식을 주목하라
  • 배현기 웰스가이드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4.01.05 10:05
  • 호수 1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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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승세 올라탔지만 약(弱)달러 전환과 선거는 변수로 꼽혀
채권과 주식, 가치주와 성장주 간 포트폴리오 균형 필요

2024년 세계경제는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 경제성장률도 작년(1% 초반)보다는 높은 수준(2%대 초반)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리 인하 기대와 경기 연착륙 가능성도 높아졌다. 올해 주식시장 역시 작년보다 좋을 것으로 기대된다.

건설 업계 PF 우발채무가 경제 회복의 변수가 되고 있다. 국내 시공능력평가 16위인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에서 드러났듯이 부동산 시장 침체와 건설사 줄도산, 관련 금융채권 부실이 우려된다. 4월 치러지는 총선과 11월 예정된 미국 대선도 한국 경제의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한국을 포함한 세계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올해 주식시장 역시 작년보다는 좋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국거래소 주가 현황판 모습 ⓒ연합뉴스

금리 인하 기대와 경기 연착륙 가능성

먼저 주식시장의 펀더멘털인 기업 실적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거시경제 점검에서부터 시작해 보자. 한국 경제는 가계부채 부담과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해 내수가 취약한 편이다. 한국은행 전망에 따르면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은 작년과 비슷한 수준(1.9%)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세계 교역량이 회복돼 수출 증가가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우리 수출의 선행지표 중 하나인 미국 구매관리자협회(ISM) 제조업지수가 작년 8월을 저점으로 점차 개선되고 있다. 세계적인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수요 증가, 업체들의 공급 조절 전략 등으로 반도체 경기가 회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IT 경기 반등이 올해에도 이어져 작년(1.4%)보다 높은 수준(2.1%)의 경제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또한 지금까지 우리와 세계경제를 압박했던 요인은 고물가였는데, 물가가 안정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내 소비자물가는 1년 전에 비해 3.2% 상승함으로써 10월(3.8%), 11월(3.3%)에 이어 안정세를 지속하며 목표 수준(2%)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이는 기준금리 인하와 시장금리 하락을 야기하고, 총수요 증가와 경제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금리 하락은 주식 가치의 상승을 가져온다. 기업 이익 관점에서 주가를 평가하는 대표적인 지표인 주가수익비율(PER)은 이익(E)과 증가율(g)이 높을수록, 미래 이익을 현재가치로 평가하는 할인율인 시장금리(r)가 낮을수록 커진다. 이는 P/E=1/(r-g)로 표현되는데, 금리가 떨어지면 분모가 작아져 이익 대비 적정 배수가 커지고, 주가가 상대적으로 싸게 인식되기 때문이다.

애널리스트들도 코스피(KOSPI) 상장 기업들의 올해와 내년 이익이 각각 5%, 20%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1년 후 주당순이익 대비 현재 주가의 비율인 12개월 선행 KOSPI PER은 10배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다. 과거 3년 평균인 11.1배(오버슈팅할 경우 12.5배)를 감안할 경우 KOSPI는 10% 내외의 상승 여력이 있는 셈이다.

올해 또 한 가지 주목할 변수는 ‘강(强)달러’에서 ‘약(弱)달러’로, 즉 원화 약세에서 원화 강세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역사적으로 약달러는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으로 이어져 국내 주식시장의 수급 개선으로 귀결됐다. 원화 강세는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는 해외 주식 투자 유인이 그만큼 감소한다는 의미도 지닌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 외국인이 보유한 코스피 시총 비중은 39.17%로 40%에 육박했다. 이후 외국인 자금 이탈과 개인투자자 증가로 인해 그 비중은 2022년 30%대로 내려앉았다. 이후 점진적으로 회복세를 보이며 현재는 32% 수준인데, 글로벌 주식펀드에서 한국 비중이 낮은 점을 고려하면 외국인 비중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변동성 확대 대비한 분산투자 필수

올해 가장 주목되는 이벤트는 미국 대통령선거다. 역사적으로 미국 대선이 있는 해의 S&P500지수 상승률은 평균 11.6%였기 때문에, 글로벌 주식시장 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의 재등장과 당선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주식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알 수 없다. 오히려 미국이 고립주의로 나아간다면, 주식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 역시 4월에 총선을 치르게 된다. 결과에 따라 여소야대 심화 또는 변화, 제3지대 출현 여부에 따라 정치 지형이 달라지고, 이는 경제와 기업 그리고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진행 중인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처리도 향후 금융 불안과 관련해 하나의 시금석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우리는 이미 2022년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금융 불안을 경험한 바 있다. 그때와 달리 정부의 적절하고 과감한 대책이 효과를 낸다면 잘 넘어갈 수도 있지만, 부동산 침체와 건설업 부실이 금융권으로 확산될 경우 주식시장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관련 기업 및 산업의 실적과 매수세 위축은 불가피하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면, 올해 국내 주식시장은 대체로 현재의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4월 한국 총선 이후와 11월 미국 대선 이전의 불확실한 국면을 지나가야 한다. 시장보다 종목에 집중한다면, 올해 실적이 개선되고 성장 잠재력이 높은 섹터와 종목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AI와 반도체, 그리고 헬스케어 관련 주식이 그것이다.

올해 한국의 주식시장 전망은 나쁘지 않다. 비교적 확실해 보이는 금리 인하가 가장 큰 호재다. 주가수익비율로 측정되는 낮은 밸류에이션,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기업들의 실적 개선, 약달러와 원화 강세로 인한 수급 개선 등으로 인해 국내 주식시장이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상대적 강세(outperform)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대와 현실이 괴리되며 변동성 또한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의 기본인 분산투자, 즉 포트폴리오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채권과 주식, 그리고 주식 안에서도 성장주와 가치주, 수출주와 내구소비재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해 보인다. 시장에 영원한 승자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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