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아號가 수렁에 빠진 카카오 건져낼 수 있을까
  • 김용수 시사저널e. 기자 (yong0131@sisajournal-e.com)
  • 승인 2024.01.09 10:05
  • 호수 1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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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창업자·정 대표 내정자, 그룹 컨트롤타워 공동의장 맡아
검찰 수사·공정위 조사 등이 정신아 대표 체제의 성패 가를 듯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 등으로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던 카카오가 새해부터 인적 쇄신과 조직 개편 등으로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우선 그룹 내 이해관계 조율에 그쳤던 ‘CA협의체’를 그룹 전체를 컨트롤하는 중앙통제기구로 개편했다. 오는 3월 카카오 대표로 취임할 정신아 내정자가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현 경영쇄신위원장)와 함께 CA협의체 공동의장으로 선임되면서 계열사 통제를 강화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이는 김 창업자와 카카오 등 13개 협약 계열사 대표들이 참석한 회의에서 결정됐다.

정 내정자는 김 창업자와 함께 내부 분위기 수습에 나서는 동시에, 계열사 준법·윤리경영을 지원하는 외부 기구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의 권고를 통해 카카오 경영 방식 개선에도 나설 전망이다. 다만 검찰 수사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조사 등 각종 사법 리스크가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신아호’ 카카오의 경영 환경은 올해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 내정자도 이 같은 현실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그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CA협의체는 CEO들의 위원회 참여를 통해 그룹의 의사결정 맥락 이해를 높이고, 높아진 해상도를 바탕으로 내부 통제를 강화하게 될 것”이라며 “그동안의 느슨한 자율경영 기조에서 벗어나 구심력을 높일 계획이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카카오가 최근 김범수 창업자와 함께 3월 취임 예정인 정신아 대표 내정자를 그룹 컨트롤타워인 CA협의체 공동의장으로 선임해 주목된다. 사진은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카카오 판교아지트 모습 ⓒ연합뉴스

카카오 신뢰 회복이 우선 과제

CA협의체엔 김 의장이 직접 맡고 있는 경영쇄신위원회를 비롯해 각 협약사의 핵심성과지표(KPI), 투자 등을 검토하는 전략위원회 등 다수의 위원회를 둘 예정이다. 각 위원회는 영역별로 그룹 차원의 논의 의제를 발굴하고, 방향성과 정책 관련 의견을 제시하게 된다. 위원장은 해당 내용을 참고해 각 협약 계열사에 대한 참고 및 권고 의견을 결정하고, 담당 분야에 대한 그룹 차원의 문제를 해결하고 책임지는 역할을 맡는다. 13개 협약 계열사 CEO는 경영쇄신위원회를 기본으로, 최대 3개 위원회를 선택해 활동할 수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구체적인 위원회 구성 및 개별 위원회의 위원장 인선은 논의를 통해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카카오는 CA협의체 산하에 협약사 CEO를 비롯한 그룹 차원의 임원 인사를 지원하고 그룹협의회를 운영하는 협의체 총괄 부서도 설치하기로 했다. 아울러 CA협의체는 향후 한 달간 산하 실무 조직을 세부적으로 정비한 후, 다음 달부터 매월 그룹 협의회를 열고 중요 사항들을 CA협의체와 주요 계열사 CEO들이 의결하기로 했다.

카카오가 CA협의체 개편에 나선 배경은 앞서 SM엔터 주가조작 혐의, 카카오모빌리티 택시 ‘콜 차단’ 의혹 등 각종 논란으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계열사 통제를 강화해 대내외적인 신뢰 회복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IT 업계 관계자는 “그간 카카오 경영 방식에선 실무진 선에서 협의가 끝난 내용도 상부 보고가 안 되고 누락되는 경우가 잦았다. 그만큼 내부 조직에 문제가 많았다는 의미”라면서 “그룹 경영 방식의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 내정자는 취임 후 잠정 중단된 카카오 그룹 인사를 재개하면서, 성장동력 발굴에도 나설 전망이다. 오는 3~4월에는 카카오 계열사 절반 이상의 대표 임기가 만료된다. 또 다른 IT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인사를 단행하려다가 신임 수장을 내정하면서 인사가 밀렸다. 정 내정자가 취임할 때까지 미뤄진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 검찰 수사 및 재판, 공정위 조사 등이 진행 중이란 점을 고려하면, 정신아호 카카오의 올해 경영환경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지난해 11월 SM엔터 시세조종 혐의와 관련해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를 구속 기소했다. 또 공정위는 지난달 말 가맹 택시 ‘콜 차단’을 자진 시정하는 대신 사건 심판을 중단해 달라는 카카오모빌리티의 동의의결 신청을 기각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신청 내용이 동의의결 절차 개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추후 해당 사건의 법 위반 여부와 제재 수준을 결정할 방침이다.

ⓒ시사저널 이종현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2023년 10월23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출석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사정기관 조사는 ‘정신아호’에 여전한 부담

CA협의체와 별개로 외부 위원들을 중심으로 한 외부 감시 기구인 ‘준법과신뢰위원회’도 지난해 12월11일 공식 출범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준신위는 계열사에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 정립 등 준법 통제 틀 마련 △주요 경영활동에 대한 사전 검토 및 의견 제시 △준법 프로그램의 감독 및 권고 △준법의무 위반 리스크에 대한 직접 조사 △핵심 의사결정 조직에 대한 감독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협약 계열사들의 △회계 처리 및 주식시장 대량 거래 △합병, 분할, 인수 등 조직 변경 및 기업공개 △내부거래 및 기타 거래 등에 대한 사전 검토 및 의견을 제시한다. 아울러 협약 계열사의 준법 프로그램이 실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감독하며, 해당 이사회에 개선을 권고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카카오의 주요 의사결정을 관장하는 조직에 준법 의무 위반 리스크가 발생할 경우 해당 행위에 대한 긴급 중단과 함께 내부 조사 및 개선 방안 마련을 요구할 수 있다.

또 준신위는 각종 현안에 대해 조사, 연구, 의견 제시를 담당할 외부 전문위원단을 선임하고, 실무기구인 사무국 구성을 완료했다. 준신위의 활동 사항을 공개하고, 외부 의견을 듣기 위한 제보 시스템을 갖춘 웹사이트도 운영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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