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편법승계 논란에 ‘곳간’ 막히자 ‘배당금 카드’ 꺼냈나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4.01.09 11:05
  • 호수 1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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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家의 험난한 승계 자금 방정식에 뒷말
오리온 측 “담서원 상무 젊어 승계 논하기에는 시기상조”

담서원 오리온그룹 경영관리담당 상무에 대한 승계 작업이 최근 본격화하고 있다. 세간의 시선은 향후 담 상무가 어떻게 경영권 지분을 넘겨받을지에 집중되고 있다. 지금으로선 담 상무가 승계 자금을 마련할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수년 전 이뤄진 오리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승계 자금과 연관 짓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를 통해 오너 일가가 배당 등으로 확보할 수 있는 현금의 규모가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시사저널 임준선·오리온 제공
ⓒ시사저널 임준선·오리온 제공

승계 재원 마련이 최대 과제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의 장남이자 오리온가(家)의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되는 담 상무는 2020년 하반기에 카카오 인공지능(AI) 계열사인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재무팀에 입사하며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룹에 합류한 건 2021년 7월 오리온그룹 경영지원팀 수석부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다. 그리고 담 상무는 오리온그룹 입사 1년5개월여 만인 지난해 12월 정기 임원인사에서 상무로 승진하며 경영 전면에 나섰다.

차근차근 경영 승계를 진행 중인 담 상무의 최대 과제는 경영권 지분 승계다. 담 상무는 현재 그룹 지주사인 오리온홀딩스 지분 1.22%와 핵심 계열사인 오리온 지분 1.23%를 보유 중이다. 그가 향후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오리온홀딩스 지분 확보가 필수다. 그러나 현재로선 경영권 지분 승계 재원 마련을 위한 창구는 눈에 띄지 않는다.

물론 오리온가가 손을 놓고 있던 건 아니다. 담 회장 일가는 일찍이 담 상무에 대한 승계 작업을 추진했다. 그 중심에는 랑방애보포장유한공사(랑방애보)가 있다. 오리온그룹 계열사인 아이팩이 2002년 중국 허베이(河北)성 랑팡(廊坊)시에 설립한 포장재 제조사다. 당초 담 회장이 소유했던 랑방애보는 2013년 담 상무가 자본금 1달러로 홍콩에 설립한 ‘스텔라웨이(Stellaway Limited)’에 인수됐다.

담 상무는 랑방애보 인수 자금을 주식담보대출 등을 통해 마련했다. 그리고 인수 직후 랑방애보는 스텔라웨이에 대한 대규모 배당을 실시했다. 해당 자금은 주식담보대출을 상환하는 데 사용됐다. 결국 랑방애보 유보금으로 랑방애보 인수 자금을 충당한 셈이다. 랑방애보는 담 상무의 승계 자금 창구로 활용될 가능성이 충분했다. 오리온그룹의 중국 계열사들에 포장재 등을 납품하며 안정적인 매출을 올려왔기 때문이다.

오리온그룹의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되는 담서원 오리온그룹 경영관리담당 상무

‘배당 잔치’ 위한 지배구조 개편?

상황은 편법승계 논란이 제기되며 달라졌다. 담 상무는 2015년 랑방애보를 중국 오리온푸드(Orion Food Co.Ltd)에 넘겨야 했다. 당시 담 상무는 랑방애보를 약 300억원에 매각하며 단기간에 80억원대 차익을 얻었지만, 장기적으로는 승계 자금 창구를 잃는 손실을 안게 됐다.

이와 관련해 오리온 관계자는 “스텔라웨이의 랑방애보 지분 매도는 오리온푸드가 중국의 랑방애보를 통합해 관리하는 게 원가 절감과 효율성 측면에서 바람직하고, 일감 몰아주기라는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한 경영상 판단에 의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랑방애보 주식 매도 가격은 국내 대형 회계법인의 감정을 거쳐 결정됐다”며 “매매 과정에서 발생한 차익은 그룹 공익재단에 전액 기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때문에 현재로선 담 상무에게 이렇다 할 승계 자금 창구는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랑방애보 매각 이후 이뤄진 오리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승계 자금 마련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리온그룹은 2017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오리온을 지주사인 오리온홀딩스와 사업회사 오리온으로 인적 분할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업회사 오리온은 분할 전 오리온의 사업은 물론 자산과 부채 대부분을 넘겨받았다. 오리온홀딩스에는 오리온(37.37%)과 쇼박스(57.47%), 오리온제주용암수(94.56%), 오리온바이오로직스(60%) 등 계열사 지분과 1500억원 규모의 본사 부동산만 남았다.

이후 담 회장(12.83%)과 이화경 부회장(14.56%), 담 상무(0.53%), 담서원씨(0.53%) 등 오너 일가는 보유 중이던 오리온 지분 28.45% 중 22.02%를 오리온홀딩스에 현물출자했다. ‘인적 분할 후 현물출자 마법’이 이뤄진 것이다. 그 결과 담 회장(28.73%) 일가의 오리온홀딩스 지분율은 63.80%로 급증했다. 담 회장 일가는 여전히 오리온 지분 6.43%도 보유 중이다.

지배구조 개편 이후 오리온홀딩스는 오리온 등 계열사들에 매출 전량을 의존하고 있다. 실제 2022년에도 계열사들로부터 거둬들인 부동산 임대료(66억원)와 배당금(111억원), 로열티(127억원) 등으로 30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오리온홀딩스는 이를 바탕으로 매년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배당 규모는 지배구조 개편이 이뤄진 2017년 205억원의 배당 결정을 내린 데 이어 2018년 215억원, 2019년 231억원, 2020년 251억원, 2021년 331억원, 2022년 421억원 등으로 매년 증가했다.

다만 오리온홀딩스는 2017년부터 대주주보다 일반 주주에게 더 많은 배당을 지급하는 ‘차등배당’을 실시했다. 일반 주주들의 불만을 가라앉히기 위한 결정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오리온홀딩스는 이후 대주주와 일반 주주 간 차등배당 폭을 점차 좁혀가다 2022년부터는 완전히 폐지했다. 그동안 대주주가 받아온 상대적 불이익을 정상화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이처럼 배당 규모를 늘려가는 한편, 차등배당 폭을 줄여나가면서 오너 일가가 받는 배당 규모는 매년 증가했다.

지배구조 개편만으로 담 회장 일가가 확보할 수 있는 배당금은 대폭 늘어났다. 지배구조 개편 전년인 2016년 오리온은 317억원을 배당했다. 당시 오리온 지분 28.4%를 보유 중이던 담 회장 일가에게 지급된 배당금은 90억원 규모였다. 반면, 지난해에는 오리온홀딩스의 2022년 결산 배당금 421억원 중 279억원이 담 회장 일가의 몫으로 돌아갔다. 같은 시기에 오리온으로부터 약 24억원을 배당받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담 회장 일가가 지난해 받은 배당금 규모는 300억원을 상회한다.

눈여겨볼 대목은 오리온홀딩스가 매년 순이익 이상의 배당을 실시했다는 점이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오리온홀딩스의 순이익은 871억원이었는데, 이 기간에 1449억원 규모의 현금배당이 이뤄졌다. 이처럼 무리한 배당의 결과로 오리온홀딩스의 부채는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2017년 말 50억원이던 오리온홀딩스의 부채 총계는 2022년 말 1222억원으로 24배 이상 증가했다. 사실상 빚을 내서 배당금을 지급한 셈이다.

지배구조 개편으로 담 회장과 이 부회장 부부는 오리온홀딩스와 오리온 양사로부터 급여와 상여 등 보수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실제로 담 회장은 2022년에 오리온(27억8700만원)과 오리온홀딩스(14억3600만원)로부터 총 39억2300만원의 보수를 수령했다. 이 부회장도 그해 오리온(21억6800만원)과 오리온홀딩스(11억1700만원)로부터 32억8500만원을 지급받았다. 지배구조 개편 이듬해인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담 회장 부부가 양사로부터 지급받은 보수의 총액은 347억원에 달했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왼쪽 사진)과 이화영 오리온그룹 부회장 부부 ⓒ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왼쪽 사진)과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 부부 ⓒ시사저널 박정훈·시사저널 포토

현금 증여 후 지분 매입 예상

재계에서는 담 상무가 담 회장과 이 부회장에게서 증여받은 현금을 바탕으로 오리온홀딩스 지분 매입에 나설 것이라는 견해가 유력하게 제기된다. 이 경우 담 상무는 지분 증여·상속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을 일부 아낄 수 있다. 

증여·상속세법상 과세표준이 30억원을 초과하는 주식의 증여·상속세율은 50%다. 특히 최대주주 지분 증여·상속의 경우 주식 평가액의 20%를 할증해 과세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세율은 60%까지 치솟게 된다.

담 회장과 이 부회장이 보유한 오리온홀딩스 주식 가치는 1월2일 종가(1만4420원) 기준으로 5543억원이다. 담 상무가 이 주식 전량을 증여받는다고 가정하면 그에게 부과될 세액은 3300억원을 상회하게 된다. 그러나 담 상무가 증여받은 현금으로 주식 매입에 나설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10%)에 해당하는 약 554억원을 절약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주가가 낮은 시기에 선택적으로 주식 매입에 나설 수 있다는 점도 메리트다.

이와 관련해서도 오리온 관계자는 “담 상무의 나이가 젊어 아직은 승계를 논할 단계가 아니다”면서 “오리온은 주주 가치 제고 차원에서 성장을 통한 배당 재원을 확보하고 지속적으로 배당을 확대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경영진 급여는 이사회 결의에 의한 임원 인사규정에 따라 결정한다”며 “상여금은 그룹 매출 및 관리이익 실적, 윤리경영 실천 기여도를 반영해 지급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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