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인 ‘D-1’…비트코인 현물ETF ‘진짜’ 출시되면 벌어지는 일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4.01.09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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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SEC 현물ETF 승인 임박” 관측에 변동성 커진 가상자산 시장
반감기 겹쳐 가격 폭등 vs 호재 선반영에 약세장 유발…전망 엇갈려

가상자산 시장 최대 관심사인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심사 결과를 앞두고 롤러코스터 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불과 일주일 사이 가상자산 대장주인 비트코인 가격은 국내 거래소에서 6000만원에서 5400만원대로 폭락했다가 다시 6300만원대로 올라섰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현물 ETF 최초 승인 여부 마감일이 불과 하루 앞으로 다가오자, 투심이 요동치는 상황이다.

ETF 승인이 이뤄질 경우 비트코인은 공인 투자자산으로 제도권에 편입되면서 투자 수요를 끌어 모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ETF 승인이라는 재료는 이미 가격에 선반영돼, 오히려 실제 승인 이후 단기 약세장이 연출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가상자산 시장이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의 실시간 거래가격이 표시된 모습 ⓒ 연합뉴스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가상자산 시장이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의 실시간 거래가격이 표시된 모습 ⓒ연합뉴스

“이번엔 진짜?”…현물ETF 출시 쐐기 박은 시장

9일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6200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불과 하루 전까지만 해도 5800만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하던 가격은 간밤 단숨에 6300만원대까지 올라섰다.

시장에선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사실상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SEC는 현재 세계 최대 자산운영사 블랙록을 포함해 11곳이 제출한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서를 심사 중이다. 이 가운데 아크인베스트와 21셰어즈가 공동 신청한 건의 심사 마감 시한이 오는 10일(현지 시각)로 가장 빠르다. 

이들 운용사는 지난주 SEC와 회의를 가진 이후 정식으로 심사를 요청하기 위한 신고서 수정본을 제출했다. 신고서에는 ETF 상품 관련 수수료 정보 등도 담겼다. 이에 더해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에 발맞춰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수천억원 규모의 투자를 검토한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사실상 ETF 출시를 전제하고 SEC의 승인이라는 마지막 관문만 남겨놨다는 평가다.

설령 SEC가 오는 10일까지 심사 결과를 내놓지 않더라도, 올해 상반기 안에는 현물 ETF 승인이 이뤄질 것이란 게 중론이다. 지난 4일 “SEC가 1월 중 신청된 현물 ETF 출시 승인을 거부할 것”이라고 주장해 비관론을 쏘아올린 매트릭스포트도 “최종 승인은 2분기가 될 것”이라는 의견을 담은 바 있다. 특히 이날 과거 SEC 위원장을 지낸 제이 클레이턴마저 현지 언론에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이 불가피하다”고 언급하면서 기대감을 더욱 키웠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현재 세계 최대 자산운영사 블랙록을 포함해 11곳이 제출한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서를 심사 중이다. 이 가운데 아크인베스트와 21셰어즈가 공동 신청한 건의 심사 마감 시한이 오는 10일(현지 시각)로 가장 빠르다. ⓒ 로이터 = 연합뉴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현재 세계 최대 자산운영사 블랙록을 포함해 11곳이 제출한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서를 심사 중이다. 이 가운데 아크인베스트와 21셰어즈가 공동 신청한 건의 심사 마감 시한이 오는 10일(현지 시각)로 가장 빠르다. ⓒ로이터=연합뉴스

“비트코인 제도권 편입”…잡코인은 ‘버블 붕괴’ 유의

현물 ETF 승인은 가상자산 시장에선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만큼이나 빅이벤트로 꼽히는 대형 호재다. 그동안 급격한 변동성과 취약한 시세조작 리스크 등으로 홀대받던 가상자산이 명실상부한 투자 상품으로 인정받는 의미를 지녀서다. ETF 상품을 운영하려는 기관투자자의 자금이 몰리게 되면, 관련 시장 규모가 최소 수십조원에서 최대 5경원 수준으로 커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아울러 비트코인은 오는 4월 반감기를 앞두고 있다. 4년마다 한 번씩 오는 비트코인 반감기에는 채굴되는 비트코인의 수가 절반으로 줄어들어 희소성을 높인다. 결국 수요는 커지고 공급이 줄어들면 시장 원칙에 따라 가격이 상승할 것이란 예측이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는 10일까지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이 매우 유력하다”면서 “4월 예정된 비트코인 반감기는 비트코인 마케팅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고 갈수록 기관투자자들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 이후 오히려 가격이 조정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시세차익을 노린 매도세가 쏟아져 나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암호화폐 분석 플랫폼 크립토퀀트의 훌리오 모레노 리서치 책임자는 “비트코인을 낮은 가격대에 매수한 투자자들은 이미 엄청난 이익을 실현하고 있고, 역사적으로 이 같은 상황에선 가격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면서 “현물 ETF 출시를 계기로 차익 실현이 시작된다면 비트코인은 3만2000달러(4200만원)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연장선에서 비트코인을 제외한 소위 ‘잡코인’들의 ‘옥석 가리기’가 이뤄질 가능성도 언급된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 연구위원은 “미국 시장에서 가상자산 현물 ETF가 승인돼 제도권 기관 자금이 유입되면 ETF가 승인된 자산과 그렇지 않은 자산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생길 수 있다”면서 “지나친 기대 심리로만 가격이 형성된 일부 알트코인들의 버블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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