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국민 배신한 민주당은 배신해도 된다…한동훈, 나와 잘 맞아”
  • 구민주·김종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4.01.10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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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더불어민주당 탈당 후 국민의힘 입당한 ‘5선’ 이상민 의원
“한동훈, 치우치지 않은 사람…나와 어젠다 겹쳐”
“‘김건희 특검’ 수용 어려운 게 현실…‘김정숙 특검’ 받았겠나”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뒤 국민의힘에 입당한 이상민 의원 ⓒ시사저널 박은숙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뒤 국민의힘에 입당한 이상민 의원 ⓒ시사저널 박은숙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힘에 새롭게 합류한 5선 이상민 의원은 자신을 향해 ‘배신’ ‘철새’ 등 비판하는 민주당을 향해 “민심을 배반하고 국민을 배신한 민주당은 배신해도 된다. 민주당을 배신한 것이 오히려 영광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시사저널과 만나 “민주당은 국민의 뜻에 반해 ‘이재명 사당(私黨)’ ‘개딸당’으로 전락했다. 저는 국민과의 신의를 지키기 위해 이러한 민주당을 배신한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이 의원은 신당 합류‧무소속 출마‧불출마 등 여러 갈래의 길에서 국민의힘행을 택한 결정적 계기로 지난 6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의 대화를 꼽았다. 그는 “모처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기분 좋은 대화를 나눴다”면서 “당과 주변을 둘러싼 모든 문제를 빠삭하게 인지하고 있더라. 결코 정치 초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 위원장은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사람”이라며 “그가 강조하는 ‘격차 해소’가 평등법 등 제가 추진해 온 핵심 어젠다와도 잘 맞았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시절 공동발의했던 ‘김건희 특검법’과 관련해선 “김 여사 리스크는 털고 가는 게 맞지만 특검을 수용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무엇보다 총선을 앞둔 야당의 정치적 속셈이 훤히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정숙(문재인 전 대통령 배우자) 특검’을 하자 했으면 민주당은 받을 수 있었겠나”라고 되물었다.

 

입당 소식에 민주당에선 ‘배신’ ‘철새’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제게 ‘배신의 아이콘’이라고 하기 전에, 이재명 대표와 그 공범자들이 얼마나 민심을 배반하고 국민을 배신하고 있는지를 직시하기 바란다. 민주당은 국민의 뜻을 저버리고 ‘이재명 사당’ ‘개딸당’이 됐다. 저는 국민과의 신의를 지키기 위해 민주당을 배신한 것이다. 이게 배신이라는 오히려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12월3일 민주당을 탈당한 이후 이재명 대표 등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바 있나.

“하나도 없었다. 정치 냉정하더라. 그러더니 국민의힘에 입당한다고 하니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이 ‘이제 국민의힘 입당하면 차별금지법은 어떻게 할 거냐’고 공개적으로 물었다. 이에 대해 답을 한다면.

“그러는 너는 차별금지법 발의할 때 도장 찍었느냐. 도장을 찍었어도 이후에 법안 통과를 위해 무슨 노력을 했고 무슨 목소리를 내왔냐. 이렇게 되묻고 싶다. 민주당 의원 대부분 교회 눈치 보기 바빴고, 심지어 뒤늦게 법안 발의 명단에서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고 한 사람도 있었다. 공개회의에선 이 법을 입 밖에 올리지도 못하게 했다.”

민주당이 변할 가능성 있지 않나.

“전혀 없다.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최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이상민 의원과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이상민 의원과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을 택한 결정적 시점은 언제였나. ‘신당’이라는 선택지도 있지 않나.

“신당은 무얼 하려고 하는지, 양당과 무슨 차이가 있는 건지 불투명했다. 연말이 지나도록 미적거리는 것이 저와 속도가 맞지 않았다. 무엇보다 신당에 들어가 무언가를 만들어나갈 열의나 열망이 샘솟지 않았다. 이미 민주당에서 갖은 공격을 받으면서 심정적으로 지쳤던 것 같다. 무소속 출마도 고려했지만 6선을 도전하는 상황에서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 독자 신당을 만들까도 생각했지만 여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결국 국민의힘이냐, 불출마냐였다. 그 고민 중에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연락을 받았다.”

한 위원장과의 만남이 고민의 마침표를 찍게 해준 건가.

“사실 김기현 대표 때부터 끊임없이 제의는 왔었다. 그러다가 새로 취임한 한 위원장으로부터 연말쯤 새해 인사 겸 전화가 왔다. 이후 문자를 좀 주고받다가 1월2일 한 위원장이 대전에 방문했을 때 제가 ‘대전 오신 것 환영한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랬더니 바로 전화가 와서 찾아오겠다고 하더라. 그런데 제가 잠시 병원에 입원해 있어서 날짜를 다시 잡았다. 그게 1월6일이다. 이날 만나기 전까지 사실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었는데 싹 사라졌다. 앞에 차려진 밥도 안 먹고 시간 가는 줄 모른 채 1시간30분가량 대화를 나눴다.”

어떤 대화 나눴나.

“오랜 친구를 만나 의기투합한 기분이었다. 제가 ‘국민의힘 가면 내 정치적 비전을 펼칠 공간이 있나’라고 물었더니 ‘충분히 있다’라고 대답하더라. 그러면서 자신도 당에 아무런 인적 네트워크가 없는데 혈혈단신으로 왔고, 오로지 4월10일 총선만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웬만한 당 안팎의 문제들에 대해 빠삭하게 인지하고 있는 것도 같았다. 솔직담백했고, 이 사람 결코 정치 초보가 아니구나 느꼈다.”

의견의 차이 같은 건 못 느꼈나.

“한 위원장은 물론 보수 우파를 지향하지만, 민생에 필요한 것이라면 어디든 경계를 둘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사람이 한 쪽에 치우치지 않은 것 같았다. 또 대화 중에 각 분야에서의 ‘격차 해소’를 강조하기도 했다. 평등법을 비롯해 제가 그동안 일관되게 추진해 온 핵심 어젠다들과도 맥이 닿아있다고 느꼈다. 한 위원장을 중심으로 국민의힘이 이 문제 의식을 체질화한다면 큰 정치적 족적을 남길 거라고 본다.”

한 위원장의 과제로 윤석열 대통령과의 ‘수직적 관계’ 해소가 꼽힌다. 해낼 수 있다고 보나.

“이러한 문제 제기가 있다는 건 한 위원장도 알고 있는 것 같다. 윤 대통령이 태도를 바꿔야 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한 위원장이 지금 어떻게 갑자기 윤 대통령과 긴장관계를 형성할 수 있겠나. 무리한 요구다. 적절하게 시기와 분위기를 보면서 서서히 관계를 바꿔나가는 게 맞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위원회 회의에서 국민의힘에 새로 입당한 이상민 의원에게 환영 꽃다발을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위원회 회의에서 국민의힘에 새로 입당한 이상민 의원에게 환영 꽃다발을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입당을 하면서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승리해 원내1당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원내1당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나.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한 몸과 같다. 따라서 무엇보다 윤 대통령이 지금보다 더 민심을 따르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당장 신년 기자회견을 비롯해 소통을 넓힐 필요가 있다. 그동안 소통에 소홀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제부터 한 달에 한 번씩이라도 국민 앞에 서서 국정 방향을 설명하고 질문에 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원칙적으로는 특검을 하는 게 맞을지는 모르나, 지금 이 시점에서 여당이 특검을 수용하기는 쉽지 않다. 총선 앞두고 민주당이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속셈이 분명하지 않나. 만약에 과거에 ‘김정숙 여사 특검’ 하자고 했다면 민주당은 수용했겠나. 역지사지로 생각해보길 바란다. 특검 시기를 총선 이후로 미루고, 특검 추천권을 여야 합의로 하거나 변협 추천으로 하는 등의 안을 내서 여야가 합의를 보는 방법이 바람직하나, 여당도 반대하고 또 총선에 이걸 써먹어야 하는 민주당도 반대하고 있어 쉽지 않다.”

김 여사와 관련해 여론이 안 좋지 않나. 특검 거부에 대한 역풍이 불지 않을까.

“김 여사 리스크는 빨리 털고 가야 한다. 국민의힘 내에도 공감대가 크다. 지역만 돌아도 다들 여론을 느끼지 않나. 그런데 김 여사에 대한 여론이 과도하게 나쁘다는 느낌도 없지 않아 있다. 여성비하, 여성혐오적인 것도 일부 작동하고 있는 것 같다. 역대 봐왔던 영부인 스타일이 아닌 데다, 화려하고 멋을 부리는 이미지가 더욱 비호감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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