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불거진 정치인 테마주 주의보…한동훈 이어 이재명 테마주도 ‘들썩’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24.01.13 12:05
  • 호수 1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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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정치인 테마주 흐름 보면 급등후 저가 흐름 반복
전문가들 “피해 막기 위해선 투자자 스스로 주의해야”

지난해 11월26일, SNS를 통해 한 장의 사진이 빠르게 전파됐다.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배우 이정재가 나란히 포즈를 잡고 웃으며 찍은 사진이었다. 알고 보니 두 사람은 1973년생 동갑으로, 서울 압구정동에 위치한 현대고에서 학창 시절을 같이 보낸 동기동창이었다. 세인들의 주목을 끌기엔 충분했다.

하지만 불똥은 이상한 곳으로 튀었다. 대상그룹 관련주들이 ‘한동훈 테마주’로 묶여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했다. 대상그룹 지주회사인 대상홀딩스의 최근 3년간 실적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매출은 증가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해마다 감소했다. 2020년 5%대를 오르내리던 영업이익률과 당기순이익률은 지난해 말 2% 전후로 내려앉았다. 주가 상승이 실적과는 무관하다는 얘기다.

2022년 2월18일 대학로에 제20대 대통령선거 벽보가 붙어있다. ⓒ연합뉴스
2022년 2월18일 대학로에 제20대 대통령선거 벽보가 붙어있다. ⓒ연합뉴스

8거래일 만에 주가 6배 급등한 대상홀딩스우

배우 이정재의 오랜 연인이 임세령 대상홀딩스 부회장이라는 점이 한동훈 테마주 편승의 원인이었다. 덕분에 대상홀딩스 주가는 지난해 11월24일 6940원에서 12월6일 1만3310원으로 8거래일 만에 91.8% 증가했다. 대상홀딩스 우선주의 경우 7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거래소가 투자위험 종목으로 지정하면서 두 번이나 거래를 정지시켰을 정도다. 같은 기간에 주가는 7670원에서 4만7950원으로 6배 넘게 급등했다. 최고점은 12월19일로, 장중 6만5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거품이 꺼졌다. 주가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1월10일 현재 대상홀딩스와 대상홀딩스 우선주의 주가는 각각 1만1120원, 3만9500원을 기록 중이다.

사외이사가 한 전 장관과 서울대 법대 동문으로 알려진 덕성 우선주와 기업 회장이 한 전 장관과 같은 청주 한씨인 깨끗한 나라, 4월 총선에서 한 전 장관의 출마 지역으로 거론됐던 충북 충주에 회사가 있다는 이유로 ‘한동훈 테마주’에 묶인 영보화학 등도 최근 주가 급등 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분위기에 휩쓸려 상승기에 주식을 산 개미투자자들은 그만큼 손해를 본 셈이다.

‘한동훈 테마주’가 한국 증시를 할퀴고 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관련주가 새롭게 부상했다.  1월2일 이 대표가 부산 가덕도 신공항 현장을 방문하던 중 습격을 당한 직후였다. 사고 소식이 알려지면서 동신건설과 에이텍, 토탈소프트 등 이재명 테마주가 줄줄이 상한가를 치거나 상한가에 근접했다.

하지만 이들 기업 역시 이 대표와 밀접한 관련이 없다. 동신건설은 회사 위치가 이 대표의 고향인 경북 안동에 위치해 있고, 에이텍의 경우 이재명 성남시장 시절 신승영 대표가 ‘성남창조경영 CEO 포럼’의 운영을 맡은 게 전부다. 토탈소프트는 최장수 대표가 이 대표와 같은 중앙대 동문이라는 점이 부각됐다. 그럼에도 이들 회사는 이재명 테마주로 묶이면서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간 것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들 기업 역시도 정치 이슈가 잠잠해지면 주가가 시들해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에이텍은 2022년 3월9일 치러진 20대 대통령선거 때도 ‘이재명 테마주’로 주목을 받았다. 이전까지만 해도 이 회사 주가는 6000~1만원을 오르내렸다. 하지만 이 대표가 유력 대선후보로 부상하면서 주가가 치솟았다. 한때 주가가 5만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선 이후 거품이 빠졌다. 최근까지 주가는 1만원대 초반을 오르내리다 이 대표 피습 직후 요동을 쳤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 테마주의 대장 격이었던 서연(옛 한일이화)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서연은 서연그룹의 지주회사로 현대·기아차의 1차 협력업체인 서연이화와 선연탑메탈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이 회사의 사외이사가 윤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동문이면서,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출신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윤석열 테마주’로 주목을 받았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사퇴하고 한 달 만에 주가는 7000원대에서 2만원대로 3배 이상 치솟았다. 하지만 대선 이후 서연의 주가는 하락하기 시작했다. 1월10일 서연은 7880원으로 장을 마쳤다. 테마주 열풍이 불기 이전으로 주가가 회귀한 것이다.

시곗바늘을 2020년 총선 때로 돌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당시 총선에서는 서울 종로구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과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의 대결이 주목을 받았다. 테마주가 따라붙는 것은 당연했다. 이 전 위원장의 테마주는 남선알미늄이었다. 이 전 위원장의 친동생이 계열사 대표로 근무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가는 요동을 쳤다. 후보자 등록을 마친 3월30일 4900원이었던 회사 주가는 5거래일 만에 50% 가까이 치솟았다. 하지만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1월10일 현재 이 회사 주가는 2475원을 기록 중이다. 고점 대비 3분의 1 토막이 났다. 

황 전 대표의 테마주는 한창제지였다. 이 회사의 대표가 황 전 대표의 대학 동문이란 점이 부각됐다. 마찬가지로 이 회사의 주가는 후보 등록 이전부터 가파르게 상승했다. 3월6일 장중 한때 주가가 4550원을 찍었다. 하지만 이후 주가가 하락했고, 1월10일 현재 주가는 937원을 기록 중이다.

금융 당국 경고 비웃듯 테마주 활개

이렇듯 선거철이 다가오면 덩달아 주목받는 것이 정치인 테마주다. 총선을 100여 일 앞둔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테마주 투자에 대한 주의를 당부한다. 단기 차익을 노리고 섣불리 투자에 나섰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권상집 한성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전통적으로 정치인 테마주는 실적과 상관없이 정치 상황에 따라 급등락을 반복한다”면서 “거품이 꺼지면 결국 손해를 보는 투자자는 개미들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투자자 스스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금감원이나 한국거래소 역시 최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부 종목의 주가 급등 과정에 단기 시세조종 세력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신년사에서 “정치 테마주나 사기적인 부정거래 행위를 엄단해 투자자가 신뢰할 수 있는 자본시장을 만들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도 지난해 8월 테마주 과열 방지를 위한 기획 감시 계획을 밝혔다. 최근에는 대상홀딩스 우선주와 덕성 우선주, 남선알미늄 우선주 등을 투자주의·경고·위험 종목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정치 상황에 따라 계속되는 정치인 테마주의 급등과 투자자 피해를 막는 데는 한계를 보였다. 따라서 좀 더 실효성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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