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도발의 ‘세 가지 계산 착오’…대응에 원칙과 절제 필요 [조경환 기고]
  • 조경환 가천대 경찰·안보학과 초빙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4.01.14 08:05
  • 호수 1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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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한 물밑 외교, 선택과 집중의 군사·정보활동 요구돼

2024년은 위험한 해다. 미국 대선을 비롯해 세계 50여 개국이 선거를 치른다고 한다. 글로벌 변동성이 크다. 북한군은 1월5일 연평도와 백령도 인근의 남서쪽을 향해 포격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2월30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을 “전쟁 중인 두 교전국 관계”로 규정짓고 “영토 평정, 대사변 준비”를 지시한 지 6일 만이다. 그래도 이번엔 다행히 북방한계선(NLL) 북측 수역 안에 포탄이 떨어지면서 관리는 되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장소·방법·타이밍에 기습할 시나리오는 부지기수다. 그 도발의 원점을 쫓아가 보면 결국 김정은의 3가지 계산 착오에 이르게 된다. 

북한이 서해상에서 포격을 실시해 연평도 주민 대피령이 내려진 1월5일 서북도서부대 K1E1 전차가 백령도에서 해상사격훈련을 하고 있다. ⓒ뉴시스

‘관리된 도발’엔 정교한 교전수칙으로 대응

첫째, 김 위원장은 증강하는 미 확장억제와 한·미·일의 군사협력이 공포다. 이를 도발로 상쇄하려 한다. 내부를 단속하고 결속한다. 군사적 긴장과 조절을 주도하며 한·미·일의 이격 및 태도 변화를 강요한다. 남한 분열의 촉진제로 쓴다. 

지난해 4월26일 한미 정상의 워싱턴 선언은 한미 핵협의그룹(NCG)의 제도화로 진화 중이다. 미 전략핵잠수함(SSBN)인 켄터키함의 부산항 입항(7월18일) 및 B-52H 전략폭격기의 한반도 전개(11월15일)로 거부와 보복의 억지는 강화된다. 다음 단계는 이 힘을 안전보장의 외교와 콤비를 이루는 것이다. “한 발 더 나오면 쏜다. 멈추면 안 쏠 것”이라는 믿을 만하고 일관된 보장이 있어야 대북 억지가 실패하지 않는다. 북한을 향해 적대 의도는 없다며 외교로의 복귀를 견지하는 미국과의 조율된 대응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28일 중부 전선을 방문해 “도발당하면 즉각 보복 대응하라. 선 조치, 후 보고”하라고 했다. 국방부 장관은 “즉·강·끝(즉시, 강하게, 끝까지 응징)”을 주문한다. 결과 발생을 통제력 밖에 둬, 조건에 맞으면 자동 대응하게 하는 것은 극약처방이다. 즉효가 있다. 반면에 가벼운 위반, 우발 충돌, 국지 도발이나 오판에도 치명적 확전으로 이어질 약점을 내포한다. 

대응은 결연해야 하나, 억지는 절제에서 빛난다. 굴복을 받아내자는 게 아니다. 전쟁을 막으면 된다. 거친 언사보다는 실질이다. ‘관리된 도발’에는 정교하게 정립된 교전수칙으로 대응한다. 원점을 모를 회색지대 및 하이브리드 도발에는 분석과 대처의 상상력 확장이 관건이다. “모든 돌을 다 들쳐봐야 한다(no stone unturned).”

둘째, 김 위원장은 미 본토를 위협할 핵·미사일 능력에 집착한다. 집권 12년의 치적으로 친다.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8형을 정상 각도로 발사하려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에게 타격을 주고,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핵 동결 대 보상”의 핵 용인을 노린다. 그렇지만 외교와 국내 여론은 등치 관계다.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북한 비핵화를 요구해 회담이 결렬됐던 그 지점에서 후퇴할 미 대통령을 기대하는 것은 난망일 것이다.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을 요구했던 기억은 여전히 유효하다. 지금 미 의회의 방위비 통제가 강화되고 있어 더 그렇다. 미 육·해·공 ‘핵3원제’ 자산의 한반도 전개에 대한 비용·효과는 잘 따져놓는 게 현명하다.

이쯤에서 한·미·일의 미사일방어(MD) 연합자산을 집중해 북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해상에서 요격하는 시도는 효율적이다. 여의치 않다면, 일본 열도 앞 배타적 경제수역(EEZ)이나 괌에서 모의 요격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북한은 물론 중국에도 아주 강력한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한·미·일의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 공유 등으로 발사 원점과 비행궤적, 탄착지점은 빈틈없이 탐지된다. 미 미사일방어청은 2017년 7월11일과 30일 알래스카 코디악의 태평양우주기지에서 사드로 IRBM 요격 시험에 성공했다. 지난해 12월11일에는 반덴버그 기지에서 발사된 지상기반요격미사일(GBI)로 IRBM을 요격했다. 2020년 11월17일 미 이지스함인 ‘존 핀’은 ICBM의 궤적 자료를 입수한 후 해상기반요격미사일인 ‘SM-3 블록 2A’로 우주 공간에서 격추 실험을 했다. ‘존 핀’은 지난해 4월1일 한국 이지스 구축함인 세종대왕함과 함께 평택항에 입항하기도 했다.

 

북 비핵화 위해 대중·대러 협조 필수불가결

셋째, 김 위원장은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구도를 희구한다. 몸은 러시아 푸틴 대통령에게 기댄 채 눈은 중국 시진핑 주석을 향하며 생존한다. 핵 질주의 자금과 기술을 얻는다. 실전 테스트 베드로 활용한다. 무기를 팔고 군수공장을 밤낮으로 돌려 경제 실패를 만회하려 한다. 

미·중 경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그리고 가치외교는 결과적으로 북한에 뒷문을 열어주었다. 대북 제재의 누수를 막는 것은 절박하다. 김 위원장이 대화의 다리를 태워버린 지금, 최대한 봉쇄·압박해 내부 비효율을 증폭시켜 스스로 주저앉을 때까지 인내하는 것밖에 달리 묘수는 없다. 북한제 무기는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이스라엘 가자지구의 하마스와 예멘의 후티 반군에게서, 미얀마에서 그 흔적이 드러나고 있다.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다. 마침 국정원이 “무기 제공의 규모와 시기에 관해 구체적 증거를 수집·축적하고 있다”고 했다. 무기 공급망 및 거래선을 찾아내어 한 건이라도 끊어내는 공작을 시도해볼 차례다. 

대북 억지의 목표를 북한 비핵화로 잡는다면 대중·대러 협조는 필수불가결하다. 북·중·러의 결합은 거래적 관계의 모습이다. 중국은 북·러와 그루핑되는 것을 못마땅해한다. 이해가 충돌해 매력이 떨어지면 언제든 헤어질 결심을 할 것이다. 

한·러가 쌓아온 신뢰는 34년째다. 전략대화의 시동을 걸어야 한다. 외교 노선을 드러나게 전환하는 것은 당장 쉽지는 않다. 국정원이 비공개의 ‘비공언 외교(non-avowed foreign policy)’를 구사하면 좋겠다. 국정원장은 워싱턴과 도쿄를 넘어, 베이징으로, 모스크바로, 텔아비브로, 테헤란으로 가야 한다. 그리고 이를 외교부와 국방부는 용인해야 한다. 외교안보 목적을 위해서는 각 기관이 횡적으로 협력하고, 종적으로는 제 역할에 치열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2년 차를 넘어 3년 차를 맞고 있다. 회전식으로 보직된 외교·안보라인의 선입견과 관성, 안보의 우경화·정치화 유혹을 경계한다. “요순시대의 태평은 그 군왕이 한번 숨 쉴 틈에도 안일하지 않고, 측근 신하들이 맹렬히 분발해서다.” 다산 정약용의 분석이다.    

조경환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조경환 가천대 경찰·안보학과 초빙교수

■ 필자 조경환은…

외교부 샌프란시스코 부총영사와 국가정보원 고위공무원을 지냈다. 행정학박사다.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 통일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을 거쳐 강원연구원 초빙연구위원 및 가천대학교 경찰·안보학과 초빙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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