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채팅방 통해 ‘205억 전세사기’…‘조직범죄’ 인정됐다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4.01.15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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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99명 임대차 보증금 가로챈 일당 ‘범죄단체’로 봐
1심서 징역 7~10년 선고…“범죄단체 물적·인적 설비 갖춰”
1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청 앞에서 전세사기ㆍ깡통전세 피해자 수원대책위원회가 당국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1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청 앞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수원대책위원회가 당국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수도권 일대에서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세입자 99명으로부터 200억원이 넘는 임대차 보증금을 가로챈 일당이 1심에서 징역 7~10년형을 선고받았다. 주로 조직폭력배(조폭)에 주로 적용됐던 범죄단체 조직·활동 혐의가 법원에서 인정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단독 박소정 판사는 15일 사기와 범죄단체 조직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A공인중개사 사무소 대표 연아무개(39)씨에게 징역 10년을, 범죄단체 활동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팀장 장아무개(35)씨와 명의를 대준 이아무개(40)씨에게 각각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세입자 99명으로부터 205억원 상당의 임대차 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 구로구, 경기도 부천, 인천 등에 지사를 두고 팀장, 부장, 과장 등으로 직급과 역할을 나눈 뒤 그룹 채팅방을 통해 범행에 필요한 각종 지시 사항을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은 이 행위를 범죄단체를 조직해 활동한 것으로 봤다. “그룹 채팅방에서 실적 수행 상황이나 계약 성사 결과를 공유하며 범죄단체의 물적·인적 설비를 갖춘 사실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연씨는 동시 진행 거래를 위주로 하는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개설해 임차인 섭외, 거래 중개 등을 통해 리베이트 명목의 수수료를 지급하고, 바지명의자 역할을 할 사람을 직접 구해 거래에 이용했다”며 “연씨는 조직적으로 범죄단체를 구축했고, 이씨는 이 집단에 가입해 반복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차인 99명에게 205억원에 달하는 경제적 피해를 입혔음에도 피해를 제대로 회복해주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고, 피해자들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피해자들이 임대차보증보험에 가입해 보증금을 반환받을 가능성이 있으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그 피해가 전가된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세사기는 주택 시장의 건전한 거래 질서를 교란하고 서민들의 전재산이나 다름없는 임대차 보증금을 이익 추구의 수단으로 삼아 그들의 생활 기반을 뿌리째 흔드는 중대 범죄라는 점에서 엄중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수도권 일대에서 전세사기 사건이 속출하면서, 검찰은 조직범죄 차원에서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전세사기에 범죄단체 조직·활동죄를 적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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