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냐, 수용이냐…檢 최종 결정만 남은 ‘김광호 기소’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4.01.16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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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심의위, ‘9대6’ 기소 권고…유족, 신속 기소 촉구
1년 넘게 검토하고 결론 못낸 檢, 끝내 불수용 가능성도
지난 7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2년 11월7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10·29 이태원 참사' 발생 1년3개월 만에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기소 여부를 최종 결정할 전망이다.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김 청장 책임을 인정하며 '기소'를 권고한 가운데 검찰이 이와 동일한 결론을 낼 지 주목된다. 

16일 검찰에 따르면,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을 위원장으로 한 수사심의위 현안위원 15명은 전날 회의를 열고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수사를 받아 온 김 청장에 대한 '기소'를 권고했다. 

김 청장은 2022년 10월29일 이태원 일대에 인파가 몰릴 것을 사전 인지하고도 안전관리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아 사상자 규모를 키운 혐의를 받는다. 

경찰 특별수사본부는 지난해 1월13일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김 청장을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그러나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서부지검은 지휘부인 김 청장에 참사 당시 '주의 의무' 소홀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를 놓고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1월1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최성범 용산소방서장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1월1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최성범 용산소방서장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결국 해를 넘긴 시점까지 지지부진한 상황이 이어지자 이원석 검찰총장이 직권으로 수사심의위를 소집했다. 대형 참사와 관련된 책임자 처벌 여부를 놓고 총장 직권으로 수사심의위가 소집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그만큼 검찰 내에서도 김 청장 기소 여부를 놓고 의견이 갈렸던 것으로 해석된다. 서부지검 수사팀과 대검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작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김 청장 기소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당시 이진동 서울서부지검장은 대검에서 기소를 막고 있다는 의혹과 관련해 김 청장의 경우 '고의범'이 아닌 '과실범'에 가깝고 다른 사안과 달리 해석할 여지가 많은 사안이라며 법리 검토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업무상 과실죄는 업무상 요구되는 주의를 태만히 한 것으로 확인될 때 성립한다. 생명·신체 등에 위험이 따르는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 주의 의무를 게을리해 사람을 다치거나 사망하게 했을 때 적용되는 만큼 입증이 까다롭다. 

세월호 참사로 기소됐던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지휘부도 동일 혐의로 기소됐지만 대법원에서 결국 무죄를 확정 받았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먼저 기소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도 법정에서 혐의 성립 여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11월7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제30차 마약류퇴치 국제협력회의에서 이원석 검찰총장이 축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23년 11월7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제30차 마약류퇴치 국제협력회의에서 이원석 검찰총장이 축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유족 "신속 기소" 촉구…檢 "면밀 분석"

수사심의위 권고 결과가 나왔지만 검찰이 어떤 결정을 내릴 지는 미지수다. 대검 예규에 따라 주임 검사는 수사심의위의 심의 의견을 존중해야 하지만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검찰총장이 직권으로 수사심의위를 소집, 외부 의견을 종합 검토한 만큼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지만 반대로 충분한 숙의를 거쳤다는 명분을 확보한 만큼 권고안을 따르지 않을 수도 있다. 

특히 수사심의위에서 6명은 불기소 의견을 낼 정도로 치열한 법리 공방이 있는 만큼 검찰이 권고를 뒤집고 '불기소' 처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불법 승계 의혹과 관련해 수사심의위를 소집한 검찰은 불기소 권고를 받고도 이를 뒤집고 재판에 넘긴 전례가 있다. 

수사심의위를 불기소 결정을 위한 명분 쌓기로 평가했던 유족들도 예상을 깨고 기소 권고가 나옴에 따라 검찰의 최종 결정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 

이정민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 운영위원장은 16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검찰이 김 청장에 대한 기소 여부를 판단하지 못하고 (결정을) 미뤄온 것에 대해 외부 전문가들이 확실한 판단을 내려줬다"며 신속한 기소를 촉구했다.

서부지검이 권고를 받아들인다면 이태원 참사 관련 수사는 서울경찰청장을 기소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현재까지 경찰이 송치한 참사 연루자 23명 중 6명을 구속 상태로, 10명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경찰 특별수사본부는 중앙·지방정부 책임자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무혐의 처분, 윤희근 경찰청장은 입건 전 조사(내사) 종결로 처리했다.

서부지검은 "현재까지 수사 결과와 대검 수사심의위에서 심의 의결한 내용을 종합해 증거, 사실관계 및 법리를 면밀하게 분석해 김 청장에 대한 최종 처분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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