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 갈등이 약속대련? 이준석의 ‘프레임 기술’…신당 거부 후회 없다”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4.01.25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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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출마자들] 경기 포천‧가평에 도전장 낸 김용태 前 국민의힘 최고위원
“개혁신당, 구체성 부족…국힘 세계적 모범 보수정당으로 만들겠다”
“尹, 소통 초심 찾아야 2030 회복…김건희 리스크 정면돌파해야”

오는 4월10일, 제22대 국회의원선거가 치러집니다. '누구'를 뽑느냐에 따라 나와 가족, 우리 동네와 대한민국의 운명이 좌우됩니다. 시사저널은 유권자의 선택에 도움을 드리기 위해 '릴레이 인터뷰'를 기획했습니다. 출사표를 던진 각 지역구의 후보들을 만나 출마 포부와 핵심 공약, 정치 현안에 대한 솔직한 소신을 들어봅니다. [편집자주]

그 누구의 ‘떠날 결심’ 못지않게 커다란 관심을 받은 하나의 ‘떠나지 않을 결심’이 있었다. “이곳은 고쳐 쓸 수 없다”며 이준석 전 대표와 천아인이 당을 떠날 때, “안에서 바꿔보겠다”며 다른 길을 택한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결심이었다.

이런 행보에 ‘뜻밖’이라는 평가가 이어졌지만, 거취에 대한 김 전 최고위원의 메시지는 그동안 ‘뜻밖에도’ 일관돼 왔다. 그는 24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항상 국민의힘의 변화와 혁신이 목적이었지, 탈당과 신당에 무게를 둔 적은 없었다”며 “그간 신당 참여 거부 의사를 꾸준히 밝혀왔다”고 말했다. 따라서 그는 국민의힘 이름을 달고 총선을 뛰기로 한 결심에 조금의 후회도 없다고 강조했다.

수도권을 뛰는 청년 정치인으로서 김 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총선 승리를 위해 ‘윤석열 대통령의 초심 회복’이 필수라고 말했다. 그는 “공정과 상식을 모토로 내걸고, 소통을 중시했던 초반의 의지를 되찾아야 잃어버린 2030 민심도 되돌릴 수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김건희 여사 리스크도 정면돌파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준석 대표와 개혁신당을 향해서도 날을 세웠다. 특히 이 대표가 최근 윤 대통령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간의 갈등을 ‘약속대련’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국민의힘의 변화 조짐을 견제하기 위해 프레임 기술”이라고 비판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번 총선에서 경기 포천‧가평에 도전장을 냈다. 국민의힘의 전통적 텃밭이지만, 그에 앞엔 당장 5명의 당내 경쟁자들과 맞붙어야 하는 험난한 모험이 기다리고 있다. 그는 “유년시절 거주했을 때와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 못한 지역을 변화의 중심지로 만들어내겠다”며 지역소멸‧다문화 의제 등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2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시사저널 회의실에서 김용태 전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2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시사저널 회의실에서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이번 총선에서 ‘왜 정치인 김용태가 필요한가’라고 묻는다면.

“대의민주주의는 국민들의 목소리와 상식을 대변해야 한다. 하지만 여당에는 보통 권력의 대변인 역할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많다. 야당과 대화하고 협조를 이끌어낼 사람들도 지금 거의 보이지 않는다. 저는 그 누구도 아닌 지역 주민들을 앞장서 대변할 자신이 있다. 또 야당 정치인들과도 네트워크가 두텁게 형성된 만큼, 윤석열 정권의 개혁 과제를 설득해나갈 수 있다고 자신한다.”

경기 포천·가평을 왜 지역구로 결정했나.

“포천은 제 본적지고 유년시절을 보낸 곳이다. 지금 포천은 제가 30년 전에 살았을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주민들은 줄곧 지역 개발을 원했지만 사실상 방치돼왔다. 가평은 상수원 보호구역이 엮여있고, 포천은 군사접경 지역이기 때문이었다. 희생에 따른 보상은 없었다. 마땅한 보상이 뒤따를 수 있도록 관련 법안을 만들고 싶었다. 또 지역 발전을 위한 특구 지정도 해내고 싶다. 이미 포천‧가평에도 찾아온 지역소멸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에 변화와 활력을 넣어주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포천·가평이 바뀌면 대한민국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회의원으로 일하게 된다면 중점적으로 이루고 싶은 과제는 무엇인가.

“우선은 지역 주민들을 위해 일하고 싶다. 앞서 말한 여러 피해와 희생에 대한 보상을 정착시키고 지역소멸 문제를 해소하고 싶다. 또 하나, 포천·가평은 농업·제조업·축산업이 집약된 만큼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다. 이들의 문화가 좀 더 이질감 없이 공존할 수 있는 ‘샐러드볼 정책’을 포천·가평에서 시작할 것이다. 일례로 ‘부산아시아공동체 학교’처럼 다문화 기반의 마이스터 고등학교를 설립해 해당 모델을 다른 지역과 아시아권으로 진출시켜 보고 싶다.”

국민의힘 잔류 결정이 화제가 됐다. 탈당 및 신당행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었나.

“언론에서 ‘잔류’라고 표현을 많이 하는데, ‘신당 참여 거부’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저는 신당 거부 의사를 일관되게 피력해왔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에게도 창당 전후로 재차 밝혔고, 이 결정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공과(功過)가 함께 있는 정당이다. 공과 과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당 안에서 변화와 미래를 이야기할 것이다. 그래서 국민의힘을 세계적 모범이 될 수 있는 보수정당으로 만들어내고 싶은 욕심이 있다.”

개혁신당 창당 전인 지난해 11월 이 대표‧천아용인 회동도 이슈가 됐다. 사진도 공개하고 “앞으로의 작전에 이해가 된다”는 글도 남겼는데 어떤 의미였나.

“당시 이준석 대표와 네 명이 생각하는 바가 각각 달랐다. 정부의 국정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데에는 공통됐지만 세부적인 작전에 대해선 서로 동상이몽이었다. 저는 당시에도 창당은 하지 않는 전략으로 이해를 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도 신당 참여 거부를 일관되게 말씀드렸었다.”

이준석 대표는 국민의힘의 개선 가능성이 없다고 했다. 여기에 대해선 어떻게 반론할 것인지.

“이준석 대표는 ‘프레임 견제구’를 던지는 ‘정치 기술’을 잘 구사한다. 이번 윤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의 갈등 구도에서도 ‘약속대련’이란 프레임 견제구를 가장 먼저 던졌다. 이번 갈등은 ‘한동훈 비대위’가 당정관계를 개선하고 국민 목소리를 전달하려는 움직임에서 생긴 것이다. 이 사실을 이 대표가 인정해버리면 개혁신당의 동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약속대련 프레임을 씌운 것으로 보인다.

저는 개혁신당을 비롯해 야권에서 두 사람이 ‘봉합쇼’를 한 것 아니냐고 주장하는 데 동의할 수 없다. 이준석 대표도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당시 후보와 갈등을 벌이다 국회에서 극적 화해를 한 후 화재 현장에 함께 차를 타고 가지 않았나. 만약 이번 윤-한 만남을 두고 화재 현장을 봉합쇼로 이용했다고 비판한다면, 당시 상황도 똑같은 잣대로 적용해야 한다.”

개혁신당에서 연이어 공약을 내고 있다. 어떻게 평가하나.

“일부 급작스럽거나 구체성이 부족해보였다. 국민의힘과 각을 세우려는 의도가 보이기도 했다. 예를 들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폐지 공약은 그래서 문재인 정부 이전으로 돌리자는 건지 어떻게 하자는 건지 입장이 모호해보였다. 또 법무부 장관을 대법관이나 헌법재판소 재판관 출신 위주로 정하자는 것도, 자칫 대법관‧재판관직이 장관 임명의 수단이 되거나 행정부가 사법부에 예속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정책 근거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 더 필요하다고 봤다.”

국민의힘 김용태 전 청년최고위원이 15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22대 총선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국민의힘 김용태 전 청년최고위원이 15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22대 총선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취임 한 달이 된 한동훈 비대위의 성과와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

“제한된 공간 안에서 국민의 목소리와 상식을 전달하려는 노력을 했다는 점이 성과다. 다만 아직은 한동훈 비대위의 비전이 무엇인지 충분히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는 말보다 비전과 행동이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나야 한다고 본다.”

당에 남기를 결정한 이후 정부와 당을 향한 비판 수위가 약해졌다는 지적도 있는데.

“비판의 전제조건은 언제가 윤석열 정권이 잘 돼야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선 때로 윤 대통령에 힘을 실어줘야 하고, 잘못된 길로 가고 있을 땐 국민 보편적 이야기를 가감 없이 전달해야한다. 그 기준엔 변함이 없다. 메시지 하나하나보다는 전반적인 평가를 해주셨으면 좋겠다.”

윤석열 정부 들어 여당 대표 ‘잔혹사’라고 불릴 만큼 당 수장이 많이 바뀌었다. 그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집권여당에서 비대위 체제만 세 번째로 들어왔다는 것 자체는 분명 이례적이다. 그만큼 국민의힘의 당정과계가 수직적이었던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총선이 끝나고 나면 더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목소리를 내고 보완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저와 같은 젊은 정치인들의 역할이란 걸 우리 당에 말하고 싶다.”

평소 SNS나 커뮤니티에서 본인과 관련한 반응을 많이 보나. 악플에 상처를 받나.

“커뮤니티는 거의 안 보려 하고 있고 SNS 댓글은 가끔 본다. 저는 다행히 악플에 무딘 사람이다. 최고위원직을 맡았을 때부터 인격적 비난을 받아와서 내성이 쌓인 것 같다. 유권자들도 저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있어서 여러 말씀을 주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여기에 대응하는 태도다. 유권자와 싸우는 것은 하수다.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넘어갈 건 넘어가면 된다.”

김건희 여사 리스크에 대한 최선의 대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윤 대통령의 정면돌파다. 국민들은 사건의 경위에 대해 대통령이나 김 여사의 입을 통해 직접 듣고 싶어 한다. 있는 그대로 두분이 직접 설명하고 사과도 한다면 국민도 어느 정도 이해해줄 거라고 생각한다. 사과하면 야당의 프레임에 걸리는 것이란 주장도 있는데 동의할 수 없다. 국민들이 때리면 사과하고 맞아야 한다. 화가 난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도 정치력이고 민주주의의 과정이다. 여기에 대통령실과 여당이 충실하게 응답했으면 좋겠다.”

여당의 ‘수도권 위기론’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수도권을 뛰는 청년으로서 중도 청년 민심이 왜 확보되지 않는다고 진단하나.

“윤 대통령의 상징은 ‘공정과 상식’이었다. 그동안 벌어진 일련의 일들이 과연 2030세대가 기대했던 공정과 상식에 부합해왔는지 의문이 있다. 2030은 대선에서 윤 대통령 당선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세대다. 그때 그들이 보낸 기대치와 지금 정부‧여당이 보이는 모습엔 분명 괴리감이 있다. 하지만 아직 대통령 임기가 절반도 지나지 않았다. 기회는 있는 것이다. 소통을 강조하며 도어스테핑까지 했던 초심을 다시 회복하신다면 청년 민심도 분명 돌아올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도 김건희 리스크에 대해 솔직한 소통이 필요하다.”

한동훈 위원장, 그리고 이준석 대표에게 각각 한마디씩 부탁한다.

“한 위원장은 친윤(親윤석열) 핵심이라는 태생적 한계가 있던 만큼, 과연 당정관계를 개선할 수 있을까 우려가 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까진 제한된 공간에서 긍정적으로 하고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한 위원장에 대한 기대와 지지가 크다. 개혁할 수 있는 동력을 가진 셈이다. 역대 보수정당의 당대표 중 박근혜·유승민·이준석 정도를 제외하곤 이 정도로 기대감을 일으킨 사람이 많이 없다. 이렇게 동력이 갖춰져 있을 때 개혁을 추진했으면 좋겠다.

“(이준석 대표에겐) 어디에 있든 정치를 바꾸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일 것이다. 이 대표는 신당에서 저는 국민의힘 안에서 각자의 역할을 다 하자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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