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으로 ‘여사 리스크’ 돌파? 尹의 결단 통할까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4.01.25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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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지상파 대담’ 검토…與 “진심 통할 것” 기대
정치권 일각 ‘기자회견 나아’ ‘여사 등판해야’ 이견도

윤석열 대통령이 이르면 이달 중 부인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명품 가방 수수’ 논란에 관해 직접 입장을 밝히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형식은 특정 방송사와의 대담이 유력하다. 윤 대통령이 가감 없이 부인 관련 논란을 해명해 이른바 ‘김 여사 리스크’를 불식시키겠다는 각오다.

여권은 윤 대통령이 직접 ‘불편한 질문’을 소화하기로 결심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다만 일각에선 해명 방식과 시기를 두고 ‘아쉽다’는 반응도 나온다. 윤 대통령의 ‘예상 답변’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일회성 대담만으론 ‘민심’을 움직이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에서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경기도 의정부시청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여섯 번째, 출퇴근 30분 시대, 교통격차 해소’에서 참석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경기도 의정부시청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여섯 번째, 출퇴근 30분 시대, 교통격차 해소’에서 참석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尹 대담 검토에 與 “짐심 통할 것” 기대

25일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그간 윤 대통령의 신년 메시지를 발표할 ‘채널’을 두고 다각도로 검토해왔다. ▲대통령실 출입기자단 대상 간담회 ▲생방송 기자회견 ▲세대‧분야‧지역별 국민과의 대화 ▲방송사 대담 프로그램 출현 등이 테이블에 올라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년을 맞아 국정운영 계획을 소상히 알려야한다는 게 윤 대통령의 구상이었다고 한다.

이 중 대통령실은 ‘지상파 방송과 대담’을 유력 후보군으로 두고 실무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늦어도 설 연휴 전에 대담 방송을 진행하는 것이 유력하다. 다만 여권에 따르면, 아직 이 같은 안을 대통령이 최종 재가한 것은 아니다. 진행 방송사 및 방송 시간 등 모든 것을 ‘열어 두고’ 검토하고 있는 단계로, 상황에 따라 이 같은 안이 뒤집힐 여지는 충분하다.

그럼에도 여권은 윤 대통령이 ‘소통 의지’를 드러낸 것만으로도 안도하는 분위기다. 김 여사를 둘러싼 ‘명품 가방 수수 논란’에 민심이 악화된 가운데, 최근 대통령실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갈등설까지 일면서 ‘수도권 위기론’이 가중된 상황이다. 이 논란과 설화를 윤 대통령이 직접 해명한다면 여론의 반등 계기를 만들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이 여권에서 나온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의 대담 가능성에 대해 “억울한 부분을 억울한 대로 말하면 진심이 통할 것”이라며 “국민이 정치인과 지도자에게 바라는 건 겸손함‧진실‧진솔함이다”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대통령실의 ‘결단’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여의도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대통령실에 당 차원의 사과 요구 계획은 없다면서도 “대통령실에서 어떻게 할지 기대하며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베트남 방문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6월24일 오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공군 1호기에서 내리며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랑스·베트남 방문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6월24일 오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공군 1호기에서 내리며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심 돌릴 수 있을까…與일각 우려도

다만 윤 대통령의 등판 시기, 방법을 두고 정치권에선 ‘아쉽다’는 반응도 나온다. 우선 ‘도어스테핑’(약식 회견)이 잠정 중단된 가운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신년 기자회견을 진행하지 않는다면 대통령의 ‘소통 의지’에 물음표가 찍힐 것이란 우려에서다. 또 일방향적 대담만으로는 김 여사 문제에 대한 부정 여론을 달래기엔 역부족일 거란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지난 21일부터 이틀 간 YTN 의뢰를 받아 전국 성인 1000명을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해야 할지’에 대해 ‘필요하다’가 63%, ‘필요하지 않다’가 26%로 조사됐다.(24일 발표, 응답률은 13.4%,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 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서울 한 지역구의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은 “대담은 진행자와의 일문일답이라 ‘짜고 친다’는 불필요한 의심을 살 수 있다. 차라리 (기자회견을 통해) ‘불편한 질문’을 가감 없이 주고받는 과정에서 쌓인 오해들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며 “상황에 따라 김 여사가 직접 등판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본다. ‘리스크’가 크지만 그만큼의 ‘리턴’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총선이 다가오면서 여권 내 퍼진 위기감, 사과를 촉구하는 국민 여론 등이 (윤 대통령 대담 고민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대담만으로 정부‧여당 지지율이 갑자기 상승하긴 어려울 것이다. 다만 진심으로 상처받은 국민들에게 용서를 구한다면 추가적으로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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