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 ‘친윤’도, ‘친윤 마케팅’도 사라졌다?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4.01.26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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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한동훈 갈등 속 ‘침묵 모드’…공개 목소리 극히 일부
출마자들, 尹보다 韓 앞세워…낮은 대통령 지지율 영향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갈등 국면에서 그동안 ‘세 과시’를 해온 친윤(親윤석열)계 의원들이 침묵을 지켰다. 극히 일부 의원들만 공개 목소리를 냈을 뿐, 결집은 나타나지 않았다. 4월 총선에 나선 여권 출마자들 사이에서도 윤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분위기가 거의 사라진 것으로 파악된다. 윤 대통령의 정체된 국정 지지율과 김건희 여사 문제 등 여론에 부담이 되는 각종 리스크 영향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친윤계는 당내 갈등 국면마다 집단행동에 나서며 흐름을 주도해왔다. 앞서 지난해 1월,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윤 의원들은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를 종용하며 초선들을 중심으로 연판장까지 돌려 논란이 된 바 있다. 지난달 김기현 전 대표의 사퇴 과정에선 의원 단체 채팅방에서 김 전 대표 사퇴를 압박한 중진 의원을 향해 “X맨”, “자살 특공대”라고 집단 저격하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한 위원장에 대한 용산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엔 반응하지 않았다. 용산을 대변하며 공개적으로 한 위원장을 압박한 의원은 초선 이용 의원, 그리고 경남 창원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5선 김영선 의원 정도에 그친다. 그마저도 갈등이 봉합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빠르게 사라졌다. 단체방에 ‘윤 대통령의 한 위원장 지지 철회’ 기사를 공유한 윤 대통령의 ‘호위무사’ 이용 의원은 호응을 얻지 못했고, 이튿날 한동훈 비대위 문제를 지적하기 위해 계획했던 기자회견도 취소했다.

 

낮은 대통령 지지율 속 ‘공천 몸 사리기’

이는 그동안 친윤계 구심점이 돼 온 원조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이 2선으로 물러난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친윤 핵심으로 분류돼 온 장제원 의원은 용산과 당의 ‘중진 용퇴’ 요구에 따라 지난달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또 다른 원조 친윤 권성동, 윤한홍 의원도 당내 권력구도에서 멀어지면서 일찍이 대통령실과도 거리를 뗐다. 현재 이철규 의원이 친윤 실세로 언급되지만, 인재영입위원장과 공천관리위원으로서 한 위원장과 함께 총선을 이끌고 있는 만큼 한 방향의 목소리를 내기 곤란한 상황이다.

총선을 앞둔 만큼 의원들마다 지역구 관리에 몰두하면서 목소리 결집이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과 충청권, 대구·경북 등 출마 지역에 따라 이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무엇보다 총선 공천을 앞두고 ‘몸 사리기’ ‘눈치 보기’에 나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공천장에 도장을 찍는 건 대통령이 아니라 당 대표, 즉 한 위원장인 만큼, 둘 사이 갈등에 이전처럼 한쪽 편을 들기 어려운 상황이란 의미다.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 정체, 그리고 여론의 반감을 사고 있는 김 여사 리스크가 이러한 당내 흐름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월6일 인천 계양구 카리스 호텔에서 열린 인천시당 신년인사회를 마친 후 당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월6일 인천 계양구 카리스 호텔에서 열린 인천시당 신년인사회를 마친 후 당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얼굴 내거는 게 더 반응이 좋다”

윤 대통령의 저조한 지지율은 전국을 뛰고 있는 여권 예비후보들의 유세 풍경도 바꿔놓았다.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이른바 ‘윤석열 마케팅’은 자취를 감추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자신의 주요 경력란에 윤 대통령 관련한 경력을 기재한 예비후보도 극히 드문 것으로 파악됐다. 과거 박근혜‧문재인 대통령 이름을 앞다퉈 간판으로 세우던 분위기와 대조적이란 지적이다.

이들 사이엔 오히려 ‘한동훈 마케팅’이 불붙고 있다. 일부 예비후보들은 자신의 명함이나 현수막에서 윤 대통령의 얼굴을 빼고 한 위원장을 담았으며, 자신의 SNS에도 한 위원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친분을 과시하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실 출신 예비후보들조차 한 위원장을 앞세우고 있다. 공천권을 쥔 당 수장이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마케팅은 이례적이란 분석이 나온다. 수도권에 출마한 한 국민의힘 예비후보는 “한 위원장 얼굴을 내거는 게 지지자들 사이에서 반응이 더 좋은 게 사실”이라며 “각종 여론조사 지표나 지역 내 분위기를 무시하고 유세를 할 순 없지 않나”라고 전했다.

친윤의 분화와 미래 권력으로의 이동으로 인해, 여당에 대한 대통령의 영향력이 빠르게 약화할 거란 분석이 제기된다. 당 일각에선 이참에 대통령실과 당의 수직적 관계를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집권 2년밖에 되지 않은 대통령에게 조기 레임덕이 찾아 올 수 있다는 우려도 뒤따른다. 한 여권 관계자는 25일 통화에서 “너무 빠르게 미래 권력이 부상하면 당내 분열이 가속화될 수 있다”며 “벌써 친윤‧친한(親한동훈) 이런 구분들이 생기고 있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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