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 당했다” 이준석 지지층 이탈 조짐…복잡해진 손익계산서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4.02.13 16:5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30 핵심 지지층, 이낙연 등과 합당에 “보수 가치 어디로”
“정치적 마당 넓어진 것” “이준석 개인 정체성‧대표성 희미해져”
개혁신당 이낙연(왼쪽), 이준석 공동대표가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1차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혁신당 이낙연(왼쪽), 이준석 공동대표가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1차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총선 60일 전이자 설 연휴 첫 날인 지난 9일 제3지대가 전격 합당을 선언한 가운데, 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의 지지층 사이 이탈 조짐이 심상치 않다. 그동안 이 대표가 내세워 온 합리적 개혁 보수와 다른 길을 택한 데다, 이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설득의 과정이 부재했다는 지적이다. 당명도 대표직도 지킨 채 ‘빅텐트’를 이뤄냈지만 핵심 지지층을 지켜내지 못할 상황에 놓이면서, 이 대표의 합당 손익 계산은 날로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개혁신당·새로운미래·새로운선택·원칙과상식 등 제3지대 4개 세력이 손을 잡은 직후부터 개혁신당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합당 결정을 비판하거나 ‘탈당’을 요구하는 당원들의 글 1000여 개가 게재됐다. 13일 오후 현재에도 게시판엔 ‘탈당 언제 되냐’ ‘빨리 탈당 처리해 달라’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 지지층이 주를 이룬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선 “입당 한 달만에 탈당한다”는 등 당원‧지지자들의 ‘탈당 인증’과 ‘지지 철회’ 글이 쏟아지고 있다.

전날 이 대표는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나와 “탈당을 팩스로 하는데, 몇 백 개 정도 단위가 들어와 있는 것은 확인을 했다”며 “실제 지금 상황에서 오해하시거나 불만 있으신 분들이 더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탈당과 지지 철회를 밝힌 데에는 이 대표가 ‘보수’의 가치와 정체성을 버렸다는 이유가 주를 이루고 있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강하게 비판해 온 이 대표가 문재인 정부 국무총리 출신 이낙연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탈당파 의원들과 한 배를 탔다는 점 자체로 이 대표의 정체성이 희미해졌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젠더‧페미니즘’ 이슈로 대립해 온 정의당 출신 류호정 전 의원과 함께한다는 점에서도 그동안 이 대표의 기조를 스스로 뒤집는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지지자들은 이 대표가 합당 과정에서 ‘당명’ 외에 뚜렷한 실익을 챙기지 못했다고도 평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커뮤니티에선 ‘보수에는 엄격하고 진보에게 자애롭다’거나 이 대표를 ‘이제 개혁보수는 끝났다’라는 등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처럼 파격적인 합당을 하는 이유와 가정을 사전에 설득하지 않은 데 대한 불만 또한 속출하고 있다.

이러한 여론에 대해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개혁신당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통합 과정에서 소통 절차의 미흡함으로 소외감을 느끼시고 우려를 하게 되신 당원과 지지자께 죄송하다는 사과와 잘하겠다는 다짐을 드린다”고 밝혔다. ‘보수 정체성’ 상실 우려에 대해서도 그는 CBS라디오에서 “개혁신당의 기존 구성원 중 누구도 개혁 보수적 가치관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과거 바른미래당 때도 유승민과 이준석이 갑자기 진보가 됐던 건 아니다”라고 달래기에 나섰다.

류 전 의원과 관련해선 “개인의 참여를 막을 순 없었다”면서도 “류 전 의원의 주장들이 개혁신당 내 주류적인 생각이 될 가능성은 약하다. 젠더관에 대해서도 제가 동의하는 부분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용산역에서 설 귀성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용산역에서 설 귀성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에게 ‘마이너스 통합’?…평가 분분

세력은 얻었지만 지지층 이탈 위기에 놓인 이 대표의 합당 손익계산에 대한 분석도 분분하다. 이 대표가 향후 정치 활동에 있어 보다 넓은 마당을 갖게 되었다는 평가와 함께, 차기 보수 정치인으로서 확고했던 정체성과 존재감이 희석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이 대표를 지지해 온 2030 남성 지지층의 강한 반발과 탈당으로 당장 일정부분 손해를 보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훨씬 넓어진 제3지대를 이끌게 된 만큼 새로운 중도 민심을 얻을 기회도 갖게 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결국 총선에서 개혁신당이 얼마나 성과를 내느냐가 핵심이겠지만, 이 대표로선 이번 합당이 일각의 비판이나 반발처럼 ‘마이너스’라고만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반면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합당한 개혁신당의 ‘정체성’과 ‘대표성’ 부재를 지적하며 이 대표 개인의 정치적 존재 역시 희미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엄 소장은 통화에서 “합당한 제3지대 앞날에 세 가지 물음표가 뒤따른다”면서 “우선 거대 양당에 대한 총결집 상태가 역대 가장 강한 만큼, 이들이 통합에 따른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또한 공동대표인 이낙연-이준석 수평적 지휘체계가 ‘전쟁’ 같은 선거 상황에선 굉장히 삐걱거릴 수 있다. 공약‧정책, 지향점 면에서 갈등을 잠재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건 ‘정체성’과 ‘대표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다. 합당 전 개혁신당은 비(非)윤석열 성향의 개혁보수를 대표했는데 이낙연‧이준석이 손잡은 개혁신당은 대체 누구를, 어느 성향과 세력을 대표하고 있는지가 굉장히 희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준석 대표도 당과 함께 정체성이 희미해질 수 있다”며 “상당히 위험한 도박을 한 셈이고 잘해야 본전인 ‘마이너스’ 통합”이라고 분석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