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에서 뇌 소혈관질환 발견된다면…  [오윤환의 느낌표 건강]   
  • 오윤환 중앙대광명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4.03.04 11:00
  • 호수 17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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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 예방에 신경 써야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관리가 필수적

많은 사람이 뇌혈관질환으로 인한 합병증이나 사망에 대해 우려한다. 그래서 건강검진이나 진단 목적으로 MRI(자기공명영상)를 찍는 경우가 많다. 자신은 아무런 이상 증상이 없는데도 뇌의 백질에 소혈관질환이 보인다는 결과가 나올 때가 있다. 소혈관질환은 무엇일까.

소혈관질환이란 뇌 MRI에서 흔히 관찰되는 혈관성 변화다. 소혈관질환의 발병 기전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신경혈관 단위에서의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것이 주원인일 것으로 생각된다. 신경혈관 단위란 모세혈관세포와 상호작용을 하는 혈관내피세포와 혈관주위세포, 신경과 모세혈관을 이어주는 별아교세포, 희소돌기아교세포로 구성된 기능적인 단위를 말한다. 이는 수분이나 영양 공급, 노폐물 방출 등을 담당한다. 

대표적인 소혈관질환은 뇌 백질 변성이다. 뇌의 백질(뇌의 여러 부위를 연결하는 신경섬유 부분)에 변성이 생기면 신경세포의 기능을 방해해 다양한 증상을 유발한다. 뇌 백질 변성이 관찰되는 이유는 피가 잘 통하지 않아 발생하는 허혈성 손상이나 부종 때문으로 생각된다. 또 노화·고혈압·당뇨병·흡연 등과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전신의 동맥경화증이나 신장 기능의 손상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소혈관질환은 서양인보다 아시아인의 유병률이 특히 높다. 앞서 언급했듯이 아무런 증상이 없는 노인도 MRI를 찍으면 백질 변성 소견이 확인되는 경우가 있다. 인지 기능이 떨어진 경우도 아닌데도 말이다. 아마 정상인의 경우 뇌 백질의 손상을 다른 곳에서 보상해 주는 기전이 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freepik

뇌 백질 변성 증가하면 인지 기능 떨어져

그런데 주의할 점이 있다. 뇌 백질 변성의 양이 증가하는 경우, 인지 기능이 빠르게 약화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소혈관질환은 특히 알츠하이머병과 연관성을 보이는데, 몇 차례의 연구에서 뇌 백질 변성이 있는 경우는 알츠하이머병 위험도를 약 25%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뇌졸중 위험도 증가한다. 따라서 소혈관질환을 발견했다면 위험요소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

뇌 소혈관질환의 관리 목표는 크게 2가지다. 뇌졸중의 1차 예방과 2차 예방(재발 방지)이다. 특히 뇌졸중 고위험군인 여성이거나 만성 신질환이 있는 사람에게 뇌 소혈관질환의 소견이 확인되는 경우는 약물(아스피린이나 실로스타졸)이 뇌졸중 1차 예방에 도움이 되는지를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2차 예방은 자신이 진료받고 있는 의사의 치료 방침에 따르면 된다. 그 의사가 환자의 뇌졸중 소견을 인지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같은 혈관 위험요소들에 대한 적절한 관리가 필수적이다.

종종 이러한 뇌 소혈관질환 소견이 유전 질환과 연관되는 경우도 있다. 가령 카다실(피질하경색증과 백혈구감소증) 같은 유전질환이 있는 사람은 이른 나이에도 MRI 검사를 받은 후 뇌 소혈관질환 소견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유전질환과 관련된 경우라면 유전성 질환 전문의의 평가가 필요할 수 있다. 카다실은 40~60세에 발병하는 유전 질환이며 국내에서는 주로 제주도에서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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