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소급 적용안, '열 받네'
  • 이호재 인턴기자 ()
  • 승인 2015.03.04 10:5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여당, 연말정산 ‘소급 적용’안 놓고 갈팡질팡

지난 1월 이른바 ‘연말정산 대란’이 일어났다. 의료비·교육비·기부금이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전환되는 등의 세법 개정 때문에 연말정산 환급금이 줄어들거나, 오히려 더 내야 하는 상황이 예고된 것이다. 직장인을 중심으로 서민의 유리지갑을 터는 ‘증세 꼼수’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여론 악화로 분위기가 심상찮게 돌아가자 정부·여당은 바짝 긴장했다. ‘연말정산 소급 적용’이라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왔다. 여론 무마용이었다. 지난 1월21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이완구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등은 연말정산 문제와 관련해 긴급 당·정 협의를 가졌다. ‘13월의 세금폭탄’에 대한 국민 원성을 잠재우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당·정 협의 직후 정부·여당은 출생·입양 등에 대한 세액공제를 신설하고, 자녀 세액공제 수준을 상향 조정하는 세법 보완책을 내놓았다. 또 추가 환급해주는 소급 적용이라는 카드도 내밀었다.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브리핑에서 “야당과 협의를 거쳐 법 개정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발표했다. 최경환 부총리가 “환급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1월20일 연말정산 관련 기자회견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인사하고 있다. ⓒ 뉴시스
“현행법에서는 소급하는 것 어렵다”

정부·여당이 연말정산을 소급 적용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악화된 여론을 일단 잠재우자는 졸속 대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1월22일 새정치민주연합 백재현 정책위의장은 “법적 안정성을 해칠 수 있는 좋지 않은 선례”라고 공개 비판했다. 새누리당 정희수 국회 기획재정위원장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소급 적용은 원칙에 안 맞고, 형평성 시비로 더 시끄러워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각계에서 비판이 일자 당·정은 주춤하는 모양새다. 최경환 부총리는 “현행법하에서는 소급하는 것이 어렵다”며 “앞으로의 문제에 대해서는 개정안을 내겠다”고 슬그머니 발을 뺐다. 이어 2월5일 기재부는 소급 적용을 제외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상정했다. 추가 납부 세액이 10만원을 넘을 경우 3개월에 걸쳐 분납할 수 있도록 한 이 법안은 2월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를 통과한 상태다.

야당도 연말정산을 소급 적용하는 방안은 제외한 채 법안 마련을 강구 중이다. 2월24일 새정치연합 김영록 의원은 부양가족의 공제 요건을 완화하고, 과세 표준을 낮추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같은 당 윤호중 의원도 의료비와 교육비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인상하는 법안을 냈다. 25일에는 백재현 정책위의장이 교육비 공제 대상 중 평생교육 항목을 평생교육기관으로 확대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러나 연말정산금을 환급하는 소급 입법을 발의한 의원은 없다.

비판 여론에 밀려 앞뒤 생각 없이 소급 적용 안을 내밀었다가 비판에 직면하자 다시 3개월 분납 카드를 내밀었다. 이마저도 직장인들은 조삼모사라며 냉담한 반응을 보인다. 근본적 대책 없이 땜질식 처방만 내놓는 통에 직장인들의 분노는 커져만 가고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