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자들 짓밟고, 장기집권의 길 연 아베 日 총리
  • 감명국 기자 (kham@sisajournal.com)
  • 승인 2019.07.29 08:00
  • 호수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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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참의원 선거 결과로 한·일 관계 더욱 험난해져
아베와 측근들, ‘헌법 개정’ 추진 발판 마련

이변은 없었다. 7월21일 실시된 일본 참의원 선거는 예상했던 대로 아베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민당의 승리로 끝났다. 입헌민주당 등 야당들이 연합으로 32개 지역에 단일후보를 내면서 자민당의 독주를 막고자 안간힘을 썼으나 역부족이었다. 2년 전 중의원 선거와 너무도 흡사하다. 당시에도 선거 초반 고이케 유리코 도쿄지사가 이끄는 ‘희망의당’이 깃발을 올리며 반짝 주목을 받았으나 결과는 완패였다. 전국적 기반이 없는 정당으로서 자민당의 선거 기반을 극복하는 일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에 대한 일본 국민의 지지가 그리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선거 때마다 자민당이 승리하는 데는 몇 가지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는 게 일본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 현재 야당들이 너무 지리멸렬하다. 10년 전인 2009년, 54년 만에 자민당에서 민주당으로 정권교체가 됐을 때만 해도 일본 국민들의 기대는 대단했다. 하지만 수권 경험이 없었던 민주당 정권은 국가관리 능력 부족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때의 실망으로 일본 국민들은 지금까지 민주당의 수권능력에 대한 불신이 강하다. 게다가 야당이 입헌민주당·국민민주당·일본유신회·사회당·공산당 등으로 분열되어 표가 분산되고 있다.

두 번째는 자민당 내에 아베를 견제할 만한 인물이 없다는 점이다. 당내에서 아베 이후 차기 총재로 부상하는 인물로 이시바 전 방위청 장관과 기시다 정조회장이 꼽힌다. 하지만 아베는 경쟁자들을 무자비할 정도로 탄압하고 있다. 일본 정계 사정에 밝은 한 전직 언론인은 “아베가 어느 정도로 지독한 인물이냐 하면, 이시바 전 장관에겐 절대 당내 주요 직책을 주지 않고 있고, 기시다 정조회장의 경우 그를 따르는 계파 정치인들을 철저히 짓밟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기시다파’의 현역 국회의원 선거구에 다른 인물을 공천해 기시다 추종자들을 떨어뜨리게 할 정도로 아베와 아베 측근들은 2인자를 허용하고 있지 않다. 이런 아베의 독주가 오히려 계파싸움 없이 일사불란한 안정감으로 국민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형국이다. 

7월20일 아베 총리는 도쿄 아키하바라에서 열린 최종 선거운동에서 당의 후보자들을 응원했다. ⓒ EPA 연합
7월20일 아베 총리는 도쿄 아키하바라에서 열린 최종 선거운동에서 당의 후보자들을 응원했다. ⓒ EPA 연합

아베 견제할 인물 당내에 없어

세 번째로는 일본 국민들의 안정 희구 의식을 들고 있다. 급격한 변화를 원치 않는 일본 국민들의 성향상 아베 정권과 자민당에 맡겨야 안정적으로 국가를 이끌어 갈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2년 12월 아베가 자민당 총재로 선출되고, 2013년 총리로 임명되면서 이런 구조적 상황은 거의 변화가 없다. 중간중간에 가케학원 스캔들, 각료들의 설화 등으로 지지율이 떨어지기도 했지만, 그런 현상은 일시적이었다. 또 그때마다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북한이 아베를 도와주기도 했다. 일본을 향한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등으로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켜주는 운도 뒤따랐던 것이다. 

이번 참의원 선거의 최대 핵심은 헌법 개정이었다. 헌법 개정에 대해서는 일본 국민의 절반 이상이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이를 큰 이슈로 삼은 이유는 어차피 과반의석은 획득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아베의 노림수는 적중했다. 이번 선거에서 아베 정권은 안보 문제를 이슈화했다. 선거가 시작된 7월4일 한국을 향한 수출규제를 단행한 것도 안보 문제를 부각시키고자 한 선거공학적 의도가 다분히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그동안 일본의 보수우익 세력은 한·미·일 공조 속에 북한과 대립각을 세우며 내부 결속을 다져왔는데, 최근 북·미 대화 국면에서 그 대상이 한국으로 옮겨지고 있다. 아베 총리가 김정은 위원장과는 조건 없이 대화하겠다고 매달리면서도 문재인 대통령의 대화 요구는 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무너뜨리기 위한 더 큰 그림 그려”

아베 총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강한 일본’의 부활이다. 제2차 세계대전의 패배의식에서 벗어나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핵심은 자위대를 전투가 가능한 국방군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물론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 중의원과 참의원 각각 3분의 2 이상이 필요하다. 중의원은 이미 확보했다. 그래서 이번 참의원 선거에 대한 안팎의 관심이 뜨거웠다. 선거가 치러진 124석 가운데 자민당이 57석, 공명당이 14석을 차지했다. 또한 개헌에 찬성하는 일본유신회는 10석을 차지했다. 이번 선거로 참의원 전체 245석 가운데, 자민당은 113석, 공명당은 28석을 차지하게 됐다. 자민·공명 연립여당은 여당 성향 무소속 3명을 합쳐 총 144석을 확보해 과반수인 123석을 뛰어넘어 안정 의석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관심을 모았던 연립여당과 일본유신회를 포함한 개헌 세력의 전체 의석수는 160석으로 개헌 발의 기준선인 3분의 2 의석수(164석) 확보엔 실패했다. 더군다나 연립 파트너인 공명당은 여전히 개헌에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추가 의석 확보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헌법 개정에 대해서는 여전히 반대하는 국민 여론이 높고, 심지어 자민당 내부에서도 반대하는 이들이 있으며, 헌법학자 상당수도 반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베 총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이번 선거가 끝나자마자 총리 4연임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아베 총리의 임기는 2021년까지다. 그 기간에 헌법 개정을 마치고자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 총리직을 3번까지밖에 할 수 없는 당규를 바꿔 4번까지 할 수 있도록 하자는 발언이 아베 측근들 사이에서 나왔다. 아베 측근의 중심축은 관방실과 관방실 출신들이다. 이번 수출규제 선봉장에 섰던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도 관방실 출신이다. 아베의 정책 결정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스가 요시히데 관방상은 아베와 운명을 함께하고 있는 실세 중의 실세다. 총리와 관방실이 공직사회의 인사권을 가지고 있기에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이번 참의원 선거 승리로 장기집권의 길로 들어선 아베 총리와 관방실의 측근들은 더욱더 강경 노선으로 치달을 것이란 전망이다. 일본 대학에 몸담고 있는 한 한국인 교수는 “일본 내 분위기가 심상찮다. 최근 한국인 교수들이 갑자기 다음 학기 강의에서 배제되는 일이 생기고, 한인 기업들에 은행에서 원금회수 압박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같은 학교의 일본인 교수님이 ‘어쩌면 한국은 이번에 빠져나갈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한다. 뭔가 일본에서 치밀한 계략하에 한국을 무너뜨리기 위한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느낌이다”고 우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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