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사건 있었던 집, 숨기고 팔면 죄가 될까
  • 남기엽 변호사 (kyn.attorney@gmail.com)
  • 승인 2019.08.30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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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엽 변호사의 뜻밖의 유죄, 상식 밖의 무죄] 15화
살인사건 있었던 집, 숨기고 팔면 죄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덴마크의 영토 그린란드를 사고 싶다고 했다. 국가경영에 본인의 사업자 근성을 버리지 못하는 트럼프 덕에 그린란드가 주목 받았다. 덴마크는 "영토를 파느냐"며 일축했고 트럼프는 예정된 덴마크 방문을 취소했다.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프랑스로부터 루이지애나를 샀지만 그건 옛날 일이다. 땅 가격 감정도 쉽지 않을 것이다.

어릴 때 그린란드를 세계전도에서 보고 놀랐다. 메르카토르 도법 왜곡에 의해 아프리카보다 더 큰 땅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얼음뿐인 동토(凍土)이지만 전설적인 바이킹 에리쿠 프로발드손이 처음 찾았을 때는 중세온난기여서 푸른 산천이었다고 전해진다. 잠깐의 녹음(綠陰)이었지만 에리쿠는 사람을 모으기 위해 ‘푸른 땅’이라 홍보한다. ‘그린란드’의 시작이었다.

저 말을 믿고 이주한 사람들은 빙하기에 얼어붙은 땅 위 개썰매를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당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게다가 정착민들은 강력범죄를 짓고 본국에서 추방당한 바이킹들. 당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그렇다면 현대사회에서 저렇게 속이는 것은 아무 문제없을까. 집 크기를 달리 알려주거나 근처 혐오시설이 있다면 반드시 고지해야 한다. 이를 속이면 사기가 된다. 뉴스에는 많은 강력사건이 등장한다. 주택 살인사건, 아파트 살인사건은 뉴스에 흔하지만 그 뒤 누군가는 살인사건 현장인 그 곳에서 잠을 청하고, 살림을 꾸리며 아기를 키울 것이다. 이 사람들은 본인들이 이사하기 전 있었던 일을 과연 알까. 집을 판 사람들은 과연 이 사실을 제대로 고지했을까. 고지를 안 했다면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을까.

흉사 숨기고 집 팔면 사기죄 될 수 있어

결론을 말하면 사기죄가 될 수도, 안 될 수도 있다. 우선, 법원은 흉사가 있던 집을 집주인이 숨기고 팔았을 경우 착오를 이유로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봤다. 매매계약의 목적물인 아파트는 통상 주거용으로 사용되므로, 통념상 흉사라 여겨지는 사건사고 가옥에 입주를 꺼리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기죄는 왜 ‘되는 것’이 아니고 ‘될 수도 있는 것’일까. 이는 정도의 문제로 본다. 가령, 3개월 전 살인사건이 있던 부동산을 매도하며 이러한 사실을 숨겼다면 기망이 인정되지만 30년 전 살인사건이라면 곤란할 것이다. 3년 전에 발생한 일이지만 그 뒤 집주인이 몇 차례 바뀌었고 리모델링까지 되었다면? 역시 곤란할 것이다.

보이는 것만 해도 신경 쓰기 바쁜데 우린 오래 전부터 보이지 않는 것을 더욱 신경 썼다. 예전엔 아파트 층수에 ‘4’대신 ‘F'를 썼다. ‘4’가 ‘죽을 사’를 연상시킨다는 이유에서다(F는 정말 아무 연상이 안 되는 걸까). 묫자리, 작명(作名), 풍수지리 등이 난무하고 점집에 아직도 많은 돈이 쓰이는 현실에서 흉사가 있던 가옥은 그 자체로 많은 사람들이 꺼릴 수밖에 없다.

이 경우는 어떨까. 어떤 고시생이 10년간 공부했지만 결국 낙방하여 방을 비웠는데 그 곳에 입주한 또 다른 고시생이 이 사실을 알게 됐을 경우 계약을 취소할 수 있을까. 법원은 인정하지 않는다. 적당히 하라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2억에 산 집을 10억에 팔았는데 2억에 산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경우라면? 이 경우 역시 사기가 되지 않는다. 10억에 산 매수인은 자기판단으로 산 것이고 차익을 노린 전매사실은 매매로 인한 법률관계에 아무런 영향도 미칠 수 없으며 권리 실현에 어떤 문제도 없다는 것이다.

사실 호텔에서도 흉사는 종종 발생한다. 어느 특급 호텔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그런 흉사가 있던 방 번호를 공유하며 그 곳에는 투숙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 군대 역시 흉사가 많고 소문은 더 많지만 어느 병사도 내무실(생활관)을 바꾸지는 못했고 잘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살인사건 있었던 집, 숨기고 팔면 죄가 될 수 있다.

사족: 왜 스콜틀'랜드', 스와질'랜드'와 달리 그린'란드'일까. 국가 및 수도명은 최대한 그 나라 언어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진다. 영어권은 '랜드', 독일어는 '란트(그래서 도이칠란트이다)', 그 외의 언어는 '란드'로 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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