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 배출한 해남 우수영초교 ‘개교 100년’
  • 호남취재본부 정성환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19.10.03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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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82명의 졸업생 인재 배출, “지역소멸 막는 보루 역할”
10월 19~20일 우수영초교 일원에서 기념식·한마당축제
동문들 “국적은 바꿀 수 있어도 모교는 바꿀 수 없다”

전남 해남 우수영초등학교가 개교 100년을 맞았다. 초등학교로는 해남군 관내에서 해남동초교와 현산초교에 이어 세 번째다. 우수영초교는 100년의 긴 세월동안 숱한 인재를 양성하면서 온갖 풍파를 감내해 온 지역의 버팀목이었다. 이를 기리기 위해 동문들은 오는 19~20일 모교에 모여 ‘우초 개교100주년 기념행사’를 연다.

우수영초 개교 ‘100년’의 역사가 담긴 학적부 등 관계서류 ⓒ우수영초 역사관 소장
우수영초 개교 ‘100년’의 역사가 담긴 학적부 등 관계서류 ⓒ우수영초 역사관 소장
2회 졸업식 장면. ⓒ우수영초 역사관 소장
제2회 졸업기념 사진 촬영 장면. ⓒ우수영초 역사관 소장
1967년 어느 날, 학부모들이 점심 급식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 당시 문내면 관내 16개 부락 학부모들은 순번제로 급식 당번을 맡았다. ⓒ우수영초 역사관 소장
1967년 어느 날, 학부모들이 점심 급식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 당시 문내면 관내 16개 부락 학부모들은 순번제로 급식 당번을 맡았다. ⓒ우수영초 역사관 소장

우수영초는 해남군 문내면 선두리에 터를 잡은 공립초등학교다. 1918년 7월 명량의숙으로 개설됐으며 이듬해 12월 우수영사립보통학교로, 1920년 8월 우수영공립보통학교로 인가를 받아 그해 9월 10일 개교했다. 1996년 3월 현재의 교명(校名)으로 개칭한 뒤 2014년 문내면 동영길(난대리)로 이설하면서 주변 문내초, 문내동초, 중화분교와 통폐합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우수영초에는 1회 졸업식이 열리지 못한 비운과 지역 독립운동의 발신지라는 자랑스런 모순의 역사가 동시에 서려있다. 우선 대부분의 졸업반 학생들이 이른바 우수영 독립 만세운동 주도로 옥고를 치르는 바람에 온전한 1회 졸업생을 배출하지 못했다. 변남주(54회 졸) 국민대 교수가 요약 정리한 ‘우수영 독립만세운동’은 이렇다.

일제강점기 우수영에서 독립 만세운동은 보통학교 소년들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주도한 인물은 윤인섭(尹仁燮)이다. 여기에 참여한 박기술(朴奇述), 박용문(朴用文), 전유봉(全酉峰), 임동수(林東秀), 최이규(崔伊奎), 박규성(朴圭星), 주봉옥(朱奉玉), 이준섭(李俊燮) 등 9명은 모두 우수영보통학교 1회 학생들이다.  

이들은 1920년 4월 21일 운동회를 마치고 저녁에 박동수의 집에서 모였다. 이 자리에서 윤인섭이 “전년 3월 1일 이후 각지에서 모두 독립운동을 일으켰는데, 우수영에서도 독립운동을 일으켜 보자”고 제의하니 여러 친구들이 흔쾌히 찬동했다. 여기서 소년들은 자체의 맹약(盟約)을 굳건히 하는 의미에서 ‘독립만세 지원자 성명표’를 만들어 각기 연명으로 무인(拇印)을 찍고, 22일 오후에는 동외리 성벽 밖에서 태극기 3개를 만들어서 윤인섭·전유봉·이준섭이 각각 한 개씩을 들고 대한 독립만세를 부르며 우수영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도중에서 우수영보통학교 교사 장지훈(張志勳)·이우섭(李雨燮)에게 발견돼, 태극기는 빼앗기고 이들의 만세행진은 제지당하고 모두 왜경에 체포됐다. 지역민 이상순·양성룡·주영철·김종호와 우수영보통학교 학생 윤인섭 · 이준섭 · 전유봉 · 주봉옥 · 박규성 · 임동수 · 최이규 ․ 박기술 · 박용문 등 9명은 뒤에 목포 감옥에서 4개월 내지 1년간의 옥살이를 해야만 했다.

이에 박기술·박용문 등 2명을 제외한 나머지 7명은 퇴학당하고, 졸업대장에 미등재 됐다. 법적으로는 졸업생이 아닌 것이다. 기념사업 추진위원회는 학교 측과 상의해 학칙을 변경한 뒤 개교100주년 기념 축제 기간에 이들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하기로 했다.

우수영(右水營)은 ‘전라우도 수군절제사가 주재하는 병영’이 있던 곳이며 인근에 충무공 이순신의 명량해전으로 유명한 울돌목이 있다. 이 때문에 우수영초 교정에는 기개 넘친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건립됐고, 각 교실 정면 칠판 위에는 ‘충무공의 얼을 이어받자’는 대형 액자가 내걸렸다. 당시 국민학생들은 아침 일찍 충무사를 참배하고 청소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하며 투철한 국가관을 확립하기도 했다.

충무공 정신을 이어받은 우수영초는 올해까지 사회 각계각층에서 활약하는 9282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대표적인 동문으로는 ‘무소유(無所有)’의 정신으로 널리 알려진 법정(法頂) 스님(속명 박재철·25회)이 꼽힌다.

목포 정광중과 목포상대(전남대 상대 전신)에 진학한 법정은 학문에 매진하며 틈만 나면 자신을 길러준 할머니가 계시는 고향인 우수영 선두리를 자주 찾았다. 그 때마다 추억어린 당시 모교 교정을 거닐고, 바닷소리를 자주 들었다고 한다. 모교와 바닷가 선두리는 법정스님의 감수성을 길러주는 어머니의 품과도 같은 곳이었다. 

해남군 문내면 선두리 ‘법정(法頂)스님’ 생가터. ⓒ시사저널 정성환
해남군 문내면 선두리 ‘법정(法頂)스님’ 생가터. ⓒ시사저널 정성환

우수영초교의 ‘현재 시간’은 녹록치 않다. 농촌인구 절벽 시대에 학생 수가 급감하는 상황에 놓여 있어서다. 그럼에도 우수영초는 해남교육청 관내 초등학교에서 세 번째 규모로, 지역소멸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유치원 3학급과 초등 7학급으로 편성됐으며 현재 남학생 69명, 여학생 60명 총 129명의 학생들이 학교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교훈은 ‘꿈을 갖고 꾸준히 노력하며 바르게 생활하는 어린이’이며 교목은 향나무, 교화는 개나리다. 교가는 노산 이은상 선생이 작사한 것으로 유명하다.

“바라보라 옥매산 아름답구나. 울돌의 푸른 물결 넘실거리네. 역사의 터전 위에 거룩한 이 집. 새 영웅 길러내는 자랑스런 집. 우수영초등학교 만세만세 이어가라. 은혜 깊은 우리학교 길이길이 우뚝하라.”

우초 개교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가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규모나 참석자 등의 면면을 볼 때 매머드 급으로 열린다. 그간 추진위는 기념식과 축제를 위해 준비위원회를 발족하는 등 면밀한 준비를 했다. 무엇보다 이 행사가 여느 시골 초등학교 행사답지 않게 치러지는 것은 거액에서부터 소액 기탁금을 선뜻 내놓은 전국 각지의 동문들의 모교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국적은 바꿀 수 있어도 모교는 바꿀 수 없다”는 마음에서다. 

박훈동(51회) 기념사업추진위 사무처장은 “우수영초 100년은 새 것과 묵은 것에 대한 조망과 함께,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역사 발전의 의미를 안기고 있다”며 “100주년 행사를 통해 미래 100년을 향한 비전을 제시해 모교 발전과 후배들의 성장에 기틀을 마련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행사에는 윤영일 국회의원과 명현관 해남군수, 전남도의원과 군의원, 동문, 주민 등 10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첫날인 19일 저녁 모교 교정에 마련된 특설무대에서 전야제를 갖고, 이튿날에는 같은 장소에서 기념식과 기념비 제막, 명량체육대회 등이 진행된다. 

2014년 문내면 난대리로 이설한 현재의 학교 전경 ⓒ시사저널 정성환
2014년 문내면 난대리로 이설한 현재의 학교 전경 ⓒ시사저널 정성환

특히 재학생과 지역주민들의 어울림과 소통, 화합의 장인 ‘사랑이 꽃피는 마당’이 눈길을 끈다. 이 마당에서는 다함께 강강술래와 독립운동 재현, 명예졸업장 수여 등이 펼쳐진다. 이번 행사에 참석한 동문에게는 대형 김치냉장고와 TV, 자전거 등 푸짐한 경품이 행운과 즐거움을 안겨준다. 

정춘란 우수영초 교장은 “이순신 장군의 숨결이 살아있는 충효의 고장에서 100년의 역사를 이어온 것은 자랑스러운 일로, 모두 지역주민과 동문들의 덕분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학교는 단순히 교육공간을 뛰어 넘어 농촌 붕괴를 막는 방파제다”며 “앞으로도 주민과 함께 호흡하며 지역공동체의 구심점 역할을 더욱 충실히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영무(48회) 총동문회장은 “지금까지 든든한 버팀목이 돼 준 정든 고향과 동문, 학교에 감사드린다”며 “모교 교정에 늠름한 자태, 그대로 서 있는 이순신장군 동상처럼 이 시대 최고의 동문과 재학생, 주민들 간 소중한 만남의 자리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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